[샵샵 아프리카] 남아공 학교 "인종편견 '검둥이' 인용도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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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9-12 08:00  

[샵샵 아프리카] 남아공 학교 "인종편견 '검둥이' 인용도 안돼"

[샵샵 아프리카] 남아공 학교 "인종편견 '검둥이' 인용도 안돼"
교장이 '니거'(nigger) 옮겼다가 논란에 사과…흑인vs백인 머리 대조 샴푸 광고도 혼쭐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인종편견을 담은 검둥이(nigger)라는 말은 절대 대화에서 직접 쓰지 말고 그대로 인용조차도 안된다."
지난 9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수도 프리토리아의 한 사립학교가 최근 교장 대행이 학생들에게 앞서 학내 인종차별 사건과 관련한 얘기를 나누다가 무심코 '검둥이'라는 말을 그대로 옮긴 데 대해 학교 운영진에서 공식적으로 사과하는 편지를 학부모들에게 보냈다.
학교 측은 A4 두 쪽 분량의 빼곡한 편지에서 다른 학생의 흑인 비하 욕설을 교장에게서 전해 들은 학생들이 상처를 받았다면서 이같이 설명했다.
즉 인종차별과 관련된 설명을 할 때조차도 이 말을 그대로 옮기지 말고 제일 앞의 철자만 따서 이른바 'n- word(워드·단어)'라는 식으로 표현해야 하는데 그만큼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욕설로 쓰는 'f-워드'처럼 직접 언급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학교 측은 당시 교장의 면담장면을 담은 동영상까지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돼 논란이 커진 것과 관련, 좀더 신속하게 대응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사과하면서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아울러 'n-워드'와 함께 'k-워드'를 흑인 학생에게 써선 안 되고 남아공 인도계 학생들에게는 'c-워드'를 철자 그대로 써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k-워드는 아프리칸스어(남아공 토착 백인 언어)로 흔히 모욕적인 니그로(Negro·흑인)에 준하며 c-워드는 f-워드와 비슷한 욕설이다.
남아공은 무지개 국가라는 별칭에서 보듯 다양한 인종과 민족이 어울려 사는 곳이기 때문에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기 위해 이같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이 사립학교는 특히 외교관 자제들도 많이 다니는 곳이라 그만큼 문화적 다양성 보장이 학교 방침으로 자리하고 있다.
현지 일간 프리토리아뉴스는 10일 프리토리아 인근 경제중심 도시인 요하네스버그의 한 고등학교에서도 교사들이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하거나 성차별적인 발언을 했다면서 학부모들이 거세게 항의해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고 전했다.
이 학교 한 여교사는 등교하는 한 여학생의 치마가 짧다면서 그를 따로 불러 세워놓고 "남학생들의 시선을 끈다"고 훈계해 수치심을 안긴 것이 문제가 됐다.
학교뿐 아니라 기업도 최근 인종 차별 문제가 불거졌다.
유니레버의 '트레세메' 샴푸 광고가 흑인 머리카락을 "곱슬하고 윤기 없으며, 마르고 손상된" 이미지로, 백인 여성 머리카락을 "보통"으로 각각 언급했다가 소셜미디어에서 거센 비난을 받았다.
극좌 정당인 경제자유전사(EFF) 당원들은 광고를 내건 클릭스 드럭스토어 앞에 몰려가 "인종차별적"이라고 항의하며 매장 매대를 부수기까지 했다.
이에 대형마트 등 소매점들이 잇따라 해당 제품을 매대에서 치우고, 급기야 유니레버도 관련 헤어 제품을 열흘간 다 회수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아공에선 1994년 넬슨 만델라가 최초 흑인 대통령이 된 이후 흑인 중심 정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4반세기 넘게 집권하고 있지만, 인종차별 문제에 여전히 민감하다.
한 외교관은 이와 관련, "야당인 EFF가 경제적으로 억눌린 흑인들의 분노를 나타내는 기회로 삼고 골수 ANC도 이데올로기적으로 활용하는 측면이 있다"고 풀이했다.
한국 내에서도 최근 필리핀인 비하 발언이 문제가 된 가운데 글로벌 시민으로서 단순히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을 넘어 좀더 다른 나라 사람과 민족, 인종을 세심히 배려할 필요가 있음을 남아공 사례는 시사하고 있다.
sungji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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