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의 게임인] 핀란드 게임이 전 세계 사로잡은 비결 '끝장 토론'

입력 2020-10-03 08:00  

[이효석의 게임인] 핀란드 게임이 전 세계 사로잡은 비결 '끝장 토론'
로비오·슈퍼셀 등 성공사례 '봇물'…종사자는 한국의 4%수준인데 매출은 25%
"코딩 전 논의·합의에 많은 시간 할애…모든 직원이 구체적인 데이터 공유"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전 세계 10억 다운로드를 기록한 모바일 게임의 대명사 '앵그리버드'를 개발한 '로비오'.
'클래시 오브 클랜'과 '브롤스타즈'의 연이은 성공으로 세계 최고의 모바일 게임 개발사 자리에 오른 '슈퍼셀'.
'앨런 웨이크', '컨트롤' 등으로 콘솔 게임 시장에서 두꺼운 마니아층을 형성한 '레메디 엔터테인먼트'.
세 게임 기업의 놀라운 공통점이 두 가지 있다.
첫 번째는 세 곳 모두 게임 산업의 중심지라고 보기는 어려운 핀란드의 기업이라는 것.
두 번째는 직원이 100여명 수준일 때 전 세계적으로 성공한 게임을 만든 회사들이라는 사실이다.
인구 550만명의 작은 북유럽 국가 핀란드에서 전 세계가 열광하는 게임을 계속 만드는 비결은 무엇일까.

"핀란드 하면 겨울, 눈, 숲이 떠오르죠. 핀란드 사람들은 이런 환경 탓인지 샤이하고 속마음을 비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이 사람들이 만드는 게임이 참 독특한 게 많습니다."
EA·유비소프트·로비오 등을 거쳐 현재는 핀란드의 중소 게임사 '두드림즈'(Dodreams)에서 프로덕트 헤드로 일하는 이민우 씨의 말이다.
핀란드 정부의 2018년 자료에 따르면 핀란드에는 게임 개발 스튜디오가 약 250곳 있으며, 게임 산업에 종사하는 인원은 3천200여명이다.
단순 계산하면 스튜디오당 12.8명이 근무하고 있다는 추산이 나온다.
이민우 씨는 "실제로 핀란드 스튜디오는 평균 20명 정도 규모"라면서 "그런데 이런 핀란드 게임 산업이 내는 연 매출이 25억유로(3조4천억원) 정도 된다"고 말했다.
'2019 대한민국 게임백서'를 보면 2018년 한국 게임 산업의 매출 규모가 약 14조3천억원, 게임 산업 종사자 수가 8만5천여명이다.
핀란드 게임 산업은 한국과 비교했을 때 4%도 채 되지 않는 인원으로 거의 4분의 1에 가까운 매출을 내는 셈이다.

이씨는 핀란드 게임 산업의 비결이 '끝장 토론 문화'에 있다고 말한다.
그는 "핀란드 게임사는 게임을 코딩하기 전에 '논의'하고 '합의'하는 데에 아주 많은 시간을 쓴다"면서 "시간으로 봤을 때 80%가 논의, 20%가 코딩인 수준"이라고 전했다.
지위 고하와 관계없이 모든 사람의 의견이 일치하고 모두가 납득해야만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북유럽 특유의 토론 문화가 성공적인 게임 개발의 비결이라는 것이다.
이씨는 "한국인 입장에서 처음에는 답답했지만, 이런 문화 덕분에 나중에 게임을 실제로 만들 때 시행착오가 적더라"고 귀띔했다.
핀란드는 법정 근무 시간이 하루에 7시간 30분인데, 게임사들도 '크런치'(신작 발표를 앞두고 야근·밤샘을 반복하는 게임업계 폐해) 없이 근무 시간을 준수한다고 한다.
이씨는 "7시간 30분 중에서도 집중적으로 근무하는 시간은 5∼6시간"이라면서 "워라밸이 좋다"고 말했다.

한국 게임사의 경우 개발팀과 사업팀이 완전히 나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북유럽 게임사는 따로 사업팀이 없고 개발팀에서 사업 방향과 마케팅 전략까지 정하는 점도 특이하다.
이를 위해 북유럽 게임사들은 모든 직원이 구체적인 데이터를 공유한다.
데이터는 사업팀이 분석하고 개발팀은 사업팀이나 책임자가 요구하는 부분을 뜯어고치는 데 익숙한 한국 기업에는 매우 낯선 문화다.
슈퍼셀의 '브롤스타즈' 팀에서 아티스트로 근무하는 김우현 씨 얘기도 일맥상통한다.
"한국에서는 아티스트가 지표를 보는 게 생경하죠. 슈퍼셀에서는 직원이 제품 판매량, 국가별 수치, 대외비 프로젝트까지 모든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요. 그런 권한을 줘야 아티스트가 기획적 마인드를 가질 수 있다고 보는 거죠."
김씨는 "한국 게임사는 처음에 게임 시스템을 확립하기 전부터 그래픽만 고민하다가 어정쩡한 '혼종'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며 "북유럽 게임사는 초기에 게임의 핵심 디자인을 세우는 데 공을 들이고, 그래픽은 출시 후에 벌어들인 돈으로 보완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브롤스타즈의 경우 처음에는 그래픽이 다소 조악했지만,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오히려 팬들이 초기의 '후진 그래픽'과 이후 발전한 그래픽을 놀이 삼아 비교하면서 커뮤니티가 더 활발해졌다.
김씨는 "이런 문화가 한국에서 하루아침에 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지속적인 노력으로 신뢰를 쌓아야 문화가 변할 것이다. 한국 게임사는 개발력은 세계적인데 조직 운영에 개선할 점이 많다"고 조언했다.
이씨는 "슈퍼셀에는 프로젝트가 엎어질 때마다 샴페인을 마시며 그 과정을 되돌아보는 '실패 축하 파티'가 있다"면서 "북유럽 게임사에서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여러 가지를 시도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 편집자 주 = 게임인은 게임과 사람(人), 게임 속(in) 이야기를 다루는 공간입니다. 게임이 현실 세상에 전하는 메시지,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의 뒷이야기를 두루 다루겠습니다. 모바일·PC뿐 아니라 콘솔·인디 게임도 살피겠습니다. 게이머분들의 많은 제보 기다립니다.]
hy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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