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총장선임 두고 미중 자존심 건 '치킨게임'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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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10-29 12:36   수정 2020-10-29 12:39

WTO 총장선임 두고 미중 자존심 건 '치킨게임' 가나

WTO 총장선임 두고 미중 자존심 건 '치킨게임' 가나
미국 유명희 지지에 중국 오콘조이웨알라 지지
무역전쟁 근본원인 중 하나도 'WTO 개혁'
미 "개혁 적임자 유명희"…중, 미 일방주의 비판
국제통상 대의 둘러싼 '미중 한판승부'로 비칠수도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 세계 1, 2위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 간 통상갈등이 세계 무역분쟁을 조정하는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임을 둘러싸고 다시 증폭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공식 지지하고 나선 반면, 중국은 사실상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에 대해 지지를 시사하면서 WTO 사무총장 선임이 미중의 자존심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이 관측되고 있다.
미국 통상정책을 지휘하는 백악관 직속 기관인 무역대표부(USTR)는 2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차기 사무총장으로 유 본부장을 공식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WTO는 매우 어려운 시기로 중대한 개혁이 매우 필요하다"면서 "25년간 다자간 관세협상이 없었고 분쟁해결 체계가 통제불능"이라고 지적했다.
WTO가 선호도 조사에서 더 많은 지지를 받은 나이지리아 후보를 사무총장으로 추천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반면에, 중국은 사실상 나이지리아 후보 지지를 시사했다.
키스 록웰 WTO 대변인은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WTO 회의에서 중국 측은 '트로이카'(troika)의 과정(process)을 지지하며 (그동안) 그 과정은 잘 진행돼왔고 결과를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중국의 이런 언급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지지한다는 의미라고 SCMP는 평가했다.
중국은 아프리카에 거액을 투자하면서 공을 들여왔고, 아프리카 출신 지도자라면 개발과 관련한 무역 의제에 더 중점을 둘 것으로 여기기 때문에 비록 미국 국적도 보유했지만, 나이지리아 후보를 지지할 것으로 본다고 SCMP는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미중이 각기 다른 후보를 지지하고 나서면서 WTO 사무총장 선임이 교착상태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는 전망이 나온다.
WTO는 컨센서스 도출 과정을 거쳐 회원국이 합의한 후보를 다음 달 9일 열리는 특별 일반이사회에서 차기 사무총장으로 추대한다는 방침이다.
외신들은 만약 9일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회원국별 투표가 사상 최초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현재 WTO를 둘러싸고 나타나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을 고려하면 총장 선임은 미국과 중국의 자존심을 건 한판대결로 비쳐질 수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WTO가 중국에 편향적이라서 중국의 불공정한 통상관행을 제지하지 못한다고 주장해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상대로 자구책을 찾는다며 고율관세를 치고받는 무역전쟁을 개시하기도 했다.
차기 사무총장 후보의 선출을 두고도 트럼프 행정부는 WTO를 현실에 맞게 개혁할 적임자가 유명희 본부장이라고 USTR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이는 미국이 세계대전 종전 이후 국제 통상질서를 규율해온 체계에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다시 드러낸 것으로 널리 해석되고 있다.
그에 반해 중국은 슈퍼파워 미국이 일방주의를 관철하고 있다며 WTO와 같은 다자주의 체계를 수호해야 한다는 입장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다.
결국 총장 선임은 전방위 갈등을 빚어온 미국과 중국이 통상분야에서 적법성과 정당성을 심판받는 자리로 주목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WTO의 신뢰성을 타격하며 탈퇴를 협박하기도 했으나 WTO를 통해 불만을 해소하려는 노력도 동시에 기울여왔다.
그 과정에서 WTO는 미국과 중국이 소송전을 벌이며 대립각을 거푸 확인한 결투장이기도 했다.
미국은 WTO가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에 대한 관세부과가 무역 규정에 맞지 않다고 판정한 것과 관련해 항소했다.
앞서 WTO는 지난 9월 약 2천34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상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는 무역 규정에 맞지 않는다고 판정한 바 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다른 나라 상품에 부과한 일련의 관세에 대해 WTO가 내린 첫 판정이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WTO가 미국을 부당하게 대우하고 있다는 비판을 이어갔다.
중국은 이에 반발하는 입장이다.
빅터 가오 국제관계 전문가 겸 전 덩샤오핑(鄧小平) 통역은 SCMP에 "미국은 WTO와 같은 국제기구보다 상위에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면서 "중국은 지속해서 나이지리아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yuls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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