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Issue] '시퀘스터' 발동된 미국…눈치보는 세계경제

입력 2013-03-08 10:26  

미국에서 ‘시퀘스터(정부예산 자동삭감)’가 발동됐다. 정부 예산 중 국방비 427억달러를 포함한 850억달러(약 90조원)를 강제로 삭감하는 조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민주·공화당의 지도부와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미국은 연방정부의 재정적자가 막대한 나라. 공화당은 정부지출을 줄이는 등 정부의 허리띠를 졸라 이를 해결하자고 주장하고, 민주당은 같은 문제의 해법으로 세금우대조치 중지와 세금 인상 등을 내세우고 있다.

#개혁시도와 기존질서의 대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은 지난 1일 백악관에서 재정적자 감축안을 놓고 막판 협상을 벌였지만 결렬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출 축소 외에도 부유층과 기업들에 세금을 더 거둬 재정적자를 메워야 한다는 종전 주장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공화당은 복지 예산을 대폭 줄여야 하고 세금 인상은 경제와 일자리를 죽이는 일이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버텼다.

시퀘스터는 미국이 ‘쌍둥이 적자(재정적자와 무역적자)’로 고생하던 시절인 1985년에 만들어진 것이다. 재정적자가 다음 회계연도에서 허용한 최대 규모를 초과할 것 같으면 예산 집행 중에라도 정부지출이 자동으로 삭감되는 조치다. 다시 말해 미국 정부가 거둔 돈에 비해 너무 많이 쓰면 못 쓰게 막아버리는 것이다.

이번 논란을 자세히 뜯어보면 금융자본주의를 놓고 벌어지는 개혁 시도와 기존 질서의 대립이 들어 있다. 오바마는 월가를 ‘탐욕에 눈먼 살찐 고양이’라고 비판해왔다. 시퀘스터 협상에서 그는 성과보수 소득 등의 세금우대조치 철회와 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사모펀드 매니저, 헤지·벌처펀드 운용자, 부동산 투자펀드 파트너 등 1% 부자들이 타깃이다. 자본이득세와 배당소득세 세율은 근로소득세율보다 훨씬 낮기 때문에 이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화당 입장에선 성격이 다른 근로소득세와 자본소득세의 비교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자본은 이득을 낳고, 이득은 투자로 이어져 일자리를 만드는 돈의 매커니즘으로 봤을 때 자본소득세율을 올리면 투자가 줄어들어 국가 경제 전반이 위축된다는 주장이다. 고쳐야할 것은 다시 돈을 낳는 자본이득세가 아니라 비효율적인 복지 예산이라는 것이다.

#민주·공화, 서로 다른 속내
 
왜 민주·공화 양당은 시퀘스터가 발동할 때까지 협상을 위해 자신의 의견을 양보하지 않았을까. 시퀘스터가 오바마의 ‘위험한 도박’이란 분석이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오바마가 타협대신 강공을 선택한 것은 공화당을 헐뜯어 내년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장악하려는 전략”이라고 보도했다. 예산 삭감으로 공항 기능이 부실해지고, 의료보험 서비스에 차질을 빚고 공공시설이 문들 닫을 때마다 공화당에 비난이 쏟아질 것이라고 계산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지구온난화, 총기 규제 등 지금으로서는 돌파하기 어려운 정책들을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오바마로서는 시퀘스터를 택한 것으로 잃을 게 없다는 입장이다.

공화당 쪽에서는 다른 계산을 하고 있다. 공화당 입장에선 “시퀘스터를 감당하지 못하는 정부라면 바꿔야 할 정도로 무능한 게 아니냐”고 몰아붙일 수 있다. 게다가 미국에서 중간선거는 경제가 좋을 때조차 거의 예외없이 집권당이 패배하는 결과를 보였다. 시퀘스터가 발동해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0.5%포인트 정도 감소하는 효과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공화당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마지막 이슈가 정부지출 삭감과 감세를 통한 ‘작은 정부’론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민법 개혁은 물론 동성애자 결혼 등 사회적 가치와 관련된 이슈를 놓고 공화당 내 균열이 확연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상당수 공화당 출신 주지사들은 주민 이익을 위해 어쩔 수 없다며 건강보험 개혁안(오바마 케어) 실행안에 잇따라 사인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이런 점에서 시퀘스터는 공화당이 진보 쪽으로 기울고 있는 미 정치의 축을 정지시키거나 최소한 느리게 할 의지가 있음을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방정부 폐쇄상황 몰릴 수도

지금처럼 대결 양상이 지속돼 27일 이전에 예산안을 의결하지 않으면 연방정부 폐쇄 상황에 내몰린다. 1970년대 이후 미국에서는 17차례 연방정부가 문을 닫는 일이 발생했다. 정부가 폐쇄되면 모든 공무원은 출근조차 할 수 없다. 1995년 빌 클린턴 정부 시절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이 이끄는 공화당은 21일간 연방정부를 폐쇄한 적이 있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시퀘스터가 지속될 경우 미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0.6%포인트 떨어지고, 75만개의 일자리가 날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악관은 시퀘스터 영향보고서를 통해 국방부 등 정부기관 직원의 무급 휴가, 교사 해고, 국방태세 및 국경 경비 약화, 항공기 연착륙, 백신 접종 축소 등 전방위적인 후폭풍을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시퀘스터가 미 경제에 긍정적이란 평가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백악관과 의회의 시퀘스터 연장 협상 실패로 앞으로 10년간 약 4조달러의 예산을 줄일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도 “재정적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고 그래야만 한다”며 “시퀘스터로 미국 경제가 추락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은이 한국경제신문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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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담한 월가…예견된 악재여서?

미국 주식시장을 관망해온 투자자들은 지난 5일 고개를 갸웃했다. 시퀘스터를 둘러싼 워싱턴 정치권의 소란과는 달리, 뉴욕 월가의 풍경은 딴판이기 때문이다. 이날 우량주 대표지수인 다우존스 산업평균은 전날보다 125.95포인트(0.89%) 상승한 14,253.77을 기록,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 정치권은 온통 시퀘스터로 난리인데 월가는 어떻게 이토록 태연할까?

전문가들은 시퀘스터가 이미 알려진 ‘악재’였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무뎌진 상태라고 분석하고 있다. 마이클 타일러 이스턴뱅크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투자자들은 이미 시퀘스터가 일어날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줄어드는 연방 예산 규모가 전체의 2.4%에 불과하다는 것도 투자자들이 큰 위협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존 모리스 크레스트우드자문 매니저는 “공항 출입국 심사대에서 조금 더 기다려야 하는 정도의 불편은 투자자들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강력한 유동성 공급 정책을 펴는 것도 투자자들을 안도하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시퀘스터로 정부 예산이 줄고 이로 인해 미국 경제가 충격을 받는다 해도 Fed가 꾸준히 돈만 풀어준다면 투자자 입장에선 손해 볼 게 없다는 이유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미국의 달러가 전 세계 공용 통화인 기축통화이기 때문이다. 이 덕에 미국은 국가 부도 위험에서는 한발 물러서 있다. 로버트 솔로 매사추세츠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이 강력한 경기회복기에 들어가기만 한다면 세수도 자연스럽게 늘고 부채 상환 능력도 나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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