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남북경협의 상징 '개성공단'…정치논리에 존폐 기로

입력 2013-05-03 15:51  

1990년 10월3일. 독일은 40년 만에 비로소 통일됐다. 하지만 충분한 사전 경제협력 없이 갑작스레 진행된 동·서독 통일은 상당한 부작용을 낳았다. 경제적 격차로 인한 갈등, 서독 주민들의 동독 지원에 대한 반감, 동독 주민들의 사회주의 향수, 동·서독 간 지역 갈등과 적대감 등은 우리나라 통일 과정에서도 그대로 나타날 수 있는 문제들이다.

남한과 북한은 한민족이지만 60년 이상 서로 다른 경제체제에서 살아왔다. 그간의 세월과 경제적 차를 뛰어넘어 남북이 하나의 공동체로 재결합한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통일에 앞서 경제협력이 중요하다. 남과 북의 유일한 경제협력의 불씨였던 개성공단이 사실상 잠정 폐쇄 단계에 들어갔다. 바람 앞의 등불처럼 정치 논리에 의해 수없이 흔들리더니 결국은 그 불씨가 사그라진 것이다.

#'대화의 물꼬' 희망으로 태동

개성공단 즉 개성공업특구는 2000년 남한의 현대아산㈜과 북한의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공업지구 건설에 합의하면서 추진되기 시작했다. 남북경제협력사업의 3대 사업 중 하나로 북한이 70년간 토지를 임대해주고, 남한이 여의도의 8배인 2000만평(개성공단 850만평·배후도시 1150만평)을 투자·개발하는 사업이다. 서울 도심과 한두 시간 정도면 닿을 수 있는 편리한 지리적 조건과 낮은 인건비라는 이점으로 공단부지 분양 당시 2.4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꽤 높은 인기를 끌었다. 개성공단은 남한의 자본·기술력과 북한의 노동력·토지가 결합된 윈-윈 방식의 성공적인 경제협력 모델로 평가받았다. 이후 남북한 최대 경제협력의 창구이자 대화채널로 자리잡았고 남북 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했다.

하지만 금강산 관광객 피살, 현대아산 근로자 136일간 억류, 키 리졸브(한·미 합동군사훈련), 수차례 핵실험 강행, 장거리 로켓 발사 등 굵직굵직한 정치적 사건 때마다 개성공단 통행로는 닫혔다 열었다를 반복했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남북 갈등이 최고조에 달할 때마다 북한은 개성공단을 압박카드로 꺼내들곤 했다.

#상업적 성격보다 상징적 사업

“남한 공격을 위한 주 공격로에 개성공단이 건설된다.” 2004년 12월 폴란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 말이다. 남북화해와 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은 북한이 암암리에 시장경제를 배우는 창이었다. 금강산 관광은 관광객들이 입산료를 내고 북한 주민과 별다른 접촉 없이 경치만 둘러보는 데 반해 개성공단은 북한 주민들이 입주기업의 근로자로서 직접 땀을 흘려 일하고 그 대가를 지급받았다. 북한 근로자들의 연간 총임금은 9000만달러다. 이 돈을 무역을 통해 벌자면 수십억달러어치를 수출해야 하는데 북한의 무역 규모나 국내총생산에 비춰 쉽게 포기할 수 없는 큰 이익을 가져다 줬다. 중국에서 현지인 한 명 채용 시 30만원가량 들지만 개성공단은 15만원이니 우리 측 역시 이득이 컸다. 게다가 북한 근로자들은 말이 통하고 상대적으로 교육 수준이 높아 불량률도 적다는 이점이 있다.

무엇보다 개성공단은 남북의 물적 교류와 투자 이상으로 상호 간 신뢰 구축과 ‘통일준비사업’으로 의미가 있다. 즉 평화만들기(peace making)사업인 셈이다. 남북 경협의 상징적 사업으로 긴장 완화에 도움을 주었다. 개성공단이 활성화될수록 ‘코리아 리스크’가 줄어드는 등 파급효과도 상당했다.

개성공단의 상징성은 돈으로 따질 수 없는 막대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남품업체 연쇄 피해 우려

이번 개성공단 잠정 폐쇄로 인해 123개 입주기업이 입을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동안 겪어 온 신변위협에 경제적 피해까지 떠안은 꼴이 되었으니 가장 큰 피해자는 입주기업들이다. 또한 입주기업의 거래기업과 원·부자재를 공급하는 납품업체까지 합치면 5600개사에 달해 연쇄피해가 예상된다. 북한 역시 개성공단을 폐쇄한다면 타격이 심각하다. 현재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 수는 5만3000여명이다. 근로자 가족까지 확대하면 개성공단은 25만~30여만명의 북한 주민에게 젖줄을 대고 있는 셈이다. 금강산 관광이 폐쇄된 지금 개성공단은 북한이 한국을 통해 벌어들이는 최대 외화수입원이다.

개성공단은 남북관계를 개선시키고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수단이자 동력으로 작용해왔다. 사람과 물자가 자유롭게 남북을 오갈 수 있는 상황이 돼야 한반도의 경쟁력을 총체적으로 발휘할 수 있다. 남북의 교류 및 협력을 유지시키는 중요한 고리인 개성공단이 이대로 폐쇄돼서는 안 될 것이다. 향후 이번 잠정폐쇄가 원만히 해결된다면 개성공단을 제대로 된 평화의 완충지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외국기업을 유치해 더 이상 정치논리에 휘둘리지 않게 하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손정희 한국경제신문 연구원 jhson@hankyung.com

---------------------------------------------------------------------

초코파이에 반한 북한 근로자들…달콤한 '대한민국의 맛'에 빠지다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 5만여명에게 1인당 초코파이 8개가 매일 지급돼왔다. 하루 소요되는 초코파이 양만 해도 50만개가량이다. 초코파이는 단순한 간식거리가 아니라 일종의 수당처럼 지급돼왔고 개성공단에서 가장 인기있는 한국산 제품이다. 초코파이 외에도 스틱 포장이 된 인스턴트 커피, 라면 등을 1주일에 한두 번씩 지급해왔다.

개성공단의 근로자들은 도시락과 찬거리를 싸오면 급식으로 제공된 음식과 함께 점심식사를 한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소고기 돼지고기 북엇국을 3일 간격으로 번갈아 제공한다. 북한 근로자들은 밥을 국물에 말아먹기 전에 고깃덩어리를 건져내 가족에게 갖다 주려고 도시락에 담는다고 한다. 초코파이 등도 근로자들은 식구를 위해 집에 가져가거나 다시 되판다. 북측 근로자에게 지급된 초코파이 중 적지 않은 양이 공개적으로 북한 전지역 장마당을 통해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주민들은 초코파이를 뜨뜻한 물에 풀어서 먹어 허기를 달랜다고 한다.

지난 4월8일부터 개성공단 잠정 폐쇄로 인해 출입이 제한되면서 벌써 700만개에 달하는 초코파이가 개성공단에 못 들어가고 있다. 이에 북한에서 유통되는 초코파이의 거래가격이 오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열린북한방송’은 4일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달 30일 개성공단 폐쇄 가능성을 거론한 북한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의 담화 이후 북한에서 유통되는 한국산 초코파이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 돈으로 개당 500원 하던 초코파이 가격은 지난달 8일 이후 50% 가격이 오른 750원에 거래되고 있다”고 전했다.




장윤정 '10년 수입' 탕진한 사업 뭔가 봤더니
류현진, LA서 샀다는 고급아파트 값이 '깜짝'
아이유, 사기 당해 잃은 돈이…충격
"예쁜 女직원 데려와" 50억 자산가 고객에 쩔쩔
이건희 회장, '핵전쟁' 대비하려 지하 벙커를



[한국경제 구독신청] [온라인 기사구매] [한국경제 모바일 서비스]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