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Issue] "건강하고 돈 많은 노인들이 몰려온다 " 대세가 된 '실버경제'…新소비층이 뜬다

입력 2014-10-24 18:10  

IT 산업의 새 성장동력…떠오르는 '실버 서퍼'


[ 김보라 기자 ]
“역사상 가장 건강하고 돈 많은 노인들이 몰려온다.”

전 세계에 고령화 바람이 불면서 ‘실버 경제’가 급부상하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60세 이상 인구는 2050년 20억명을 넘어서 현재의 두 배에 이를 전망이다. 이때가 되면 65세 이상 인구 수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5세 이하 어린이 인구를 넘어선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60세 이상 노년층이 된 베이비부머 세대는 2020년 15조달러(1경6000억원)에 달하는 구매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확 달라진 은퇴 후 삶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 국가는 현재 독일·일본·이탈리아 세 나라다. 그러나 2020년까지 프랑스·네덜란드·스페인 등 13개 국가가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2030년에는 한국·미국·영국 등 34개국이 초고령 국가에 진입할 전망이다. 고령화는 선진국뿐 아니라 개도국에서도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아시아 국가의 진행 속도가 특히 빠르다. 2015~2030년까지 중국·독일·일본·홍콩·러시아 등 16개 나라에서는 10% 이상 생산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60세 이상 노년층이 된 베이비부머 세대는 강력한 구매력을 갖고 있다. 이들은 과거 세대와 다르게 세련된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고, 스포츠 등 야외 활동을 즐긴다. 은퇴 후 여행을 떠나는 미국인은 1993년 9.7%에서 2012년 13%로 늘었다. 또 해외 주소로 사회보장 연금을 받는 사람도 36만명으로 10년 전보다 10% 증가했다. 집안에서 지루하게 보내는 삶보다 적극적인 여가 활동을 즐긴다는 뜻이다. 미 은퇴자연합의 조디 홀츠맨은 “오래 산다는 건 중년이 길어진다는 것이지, 늙는다는 의미가 아니다”며 “장수인구가 늘어난다는 건 돈 쓰는 중산층이 늘어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과거 어느 때보다 더 건강하고 더 부유한 고령층의 급증은 새로운 소비층의 부상을 의미한다”며 “이들의 구매력은 18~39세에 집중되는 주요 소비 타깃층보다 압도적으로 크다”고 분석했다.

피라미드→마천루 ‘인구 대변화’

피라미드 모양의 인구분포가 마천루 형태로 변하면서 산업계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 차, 시계, 스포츠 기구, 명품 등 소비재 시장은 나이 든 중장년층이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부동산 개발 업체와 자동차, IT기업, 재무서비스 기업, 제약회사 등은 고령층의 수요에 맞춰 주력 상품을 재편 중이다.

이미 명품 소비재 시장은 고령층이 장악하고 있다. 미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IHS오토모티브에 따르면 65세 이상 미국인이 구입한 신차는 올 들어 전체 판매량의 20%를 차지했다. 이는 경기침체가 시작되기 전인 2004년 11%에서 9%포인트 뛰어오른 것이다. 반면 18~34세 연령층의 신차 구입 비중은 같은 기간 17%에서 11%로 하락했다.

다국적 기업들은 노년층 소비자들의 새 물결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미국 자동차회사 포드는 운전석이 심장마비를 진단해 차량을 멈추게 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65세 이상 인구의 30%가량이 심장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에 착안한 결과다. 일본 자동차업체 도요타는 각종 센서와 스캐너로 교차로 등에서 고령 운전자에게 위험을 알려주는 경고시스템을 선보이려고 일본에서 현장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노동 인구 감소…경제엔 독 될 수도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머징마켓 경제가 둔화되는 가운데 세계적으로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글로벌 경제 성장이 약화되고 소득 불균형은 더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오는 2060년까지의 중장기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2010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3.6%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글로벌 평균 경제성장률이 2050년부터 2060년까지 2.4%로 크게 하락할 것으로 점쳤다. 특히 그동안 글로벌 경제 성장을 주도해온 OECD 국가들의 성장률은 2050~2060년에 현재보다 절반 수준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OECD는 보고서에서 “OECD 국가들은 인구구조적으로 두 가지 충격을 동시에 받게 될 것”이라며 “고령화의 노동인구 부족이 대표적”이라고 전했다. 글로벌 경제의 균형이 OECD 비회원국으로 옮겨가면서 OECD 국가로 유입되던 고도의 숙련직 노동자가 줄게 된다는 얘기다. 실제 OECD는 2060년까지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에서의 노동가능인구는 현재보다 20% 가까이 급감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에서의 노동인구도 15%나 줄어들 전망이다. OECD는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충격을 줄이기 위해 은퇴연령을 늦추고 고령자 고용시 기업들에 더 많은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IT 산업의 새 성장동력…떠오르는 '실버 서퍼'

손녀의 발레 연습 장면을 실시간 영상으로 지켜보고, 102세 생일에 찍은 사진을 트위터 친구들과 공유하는 이른바 ‘실버 서퍼(silver surfer·인터넷을 즐기는 노인)’가 정보기술(IT) 산업의 새 성장 동력으로 떠올랐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60세 이상 돈 많은 베이비부머를 겨냥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전용 기기 등을 앞다퉈 개발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1일 보도했다.

영국 방송통신 규제기관 오프콤에 따르면 영국인 베이비붐 세대(55~64세)의 인터넷 사용률은 2011년 25%에서 현재 약 35%로 증가했다. 미국은 60%를 넘어섰다. 이들 그룹의 온라인뱅킹 이용률은 2005년 대비 두 배로 늘었고, 4분의 1 이상은 유튜브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즐긴다. 베이비붐 세대 10명 중 9명이 ‘셀피(셀카)’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

IT기업은 실버 세대를 잡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스웨덴의 시니어 전용 스마트폰 제조사 ‘도로’는 스마트폰, 태블릿, 컴퓨터 등의 자판 크기를 키우고 단순화한 제품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애완견 역할과 스마트 기기를 결합한 노인 돌봄 로봇 ‘지보’, 일본 후지쓰가 내놓은 긴급호출 기능을 갖춘 전화 등도 인기다. 노년층 전용 온라인 커뮤니티서비스인 ‘실버서퍼닷컴’은 지난해 말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월평균 방문자 수가 25만명을 넘어섰다. 노인 건강과 관련한 모바일 헬스케어 시장은 2020년 세계적으로 234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실버 세대가 IT에 눈을 뜨면서 장례 문화도 변하고 있다. FT는 “IT가 도저히 끼어들 틈이 없었던 상조산업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며 “자신이 원하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장례식을 직접 설계하는 노인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김보라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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