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 In Life] 통합 주체와 정체성이 매우 중요…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근간

입력 2015-10-02 19:19  

길잃은 내가 만난 운명의 Book
(37) 송복 편저 '통합, 누구와 어떻게 할 것인가'



용어는 정확한 정의를 바탕으로 올바르게 사용돼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선 감성적 어감을 바탕으로 사회를 혼란시키는 용어가 판을 친다. ‘사회통합’이란 용어도 우리 사회를 어지럽히는 용어 중 하나다. 일단 사회통합은 좋은 어감을 주므로, 누구든지 이 용어를 즐겨 사용한다. 특히 모든 이념 진영에서 사회통합을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과제로 얘기한다. 그러나 이들이 사회통합을 얘기할수록 우리 사회는 더 분열되고, 대립각도 더 날카로워진다. 자신은 통합을 원하지만, 다른 진영은 반통합 세력이므로 통합되지 않는다는 논리가 판친다. 심지어 대한민국을 인정하지 않는 종북인사들도 사회통합을 내걸고 정의사회를 부르짖는다. 통합이란 용어로 인해 우리 사회는 더 분열되는 결과를 낳게 됐다.

정체성 버리면 안 돼

한국의 원로 사회학자인 송복 교수가 편집한 이 책자는 자유주의 시각에서 통합을 얘기한다. 우선 짧은 에세이 형식이므로 읽고 이해하기가 쉽다. 아울러 경제학, 정치학, 철학 ?여러 분야 전문가들이 각자의 전문영역에서 논지를 폈으므로 종합적으로 이해하기가 쉽다. 비록 여러 저자가 집필했지만, 공통적으로 지향하는 방향은 ‘자유주의적 통합’이다. 다양한 이념을 모두 합해 뭔가를 만들겠다는 황당한 논리가 아니다. 시중에서 통용되는 논의와는 한참 달라 처음엔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지만 논리의 정교함을 따라가면 그 혜안에 놀라게 된다.

우선 통합에 대한 정체성을 분명히 한다. 통합에 앞서 우리 사회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함을 보여준다. 통합은 절대적 목표가 될 수 없다. 단순히 물리적 통합이 목표라면 사회 정체성을 버리고 통합하면 된다. 대표적인 예로 통일을 들 수 있다. 우린 분단국가에 살면서 통일을 얘기한다. ‘통일이 소원’이라고까지 노래한다. 통일 자체가 목표라면, 북한에 대한민국을 바치면 쉽게 달성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바라는 통일은 자유주의 국가를 토대로 한 통일이지, 자유주의를 버리면서 통일하자는 것이 아니다. 즉 통일의 정체성이 우선해야 한다. 통합도 마찬가지다. 통합의 기본 정체성은 자유주의와 시장경제다. 이를 버리면 통합은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통합을 얘기하면서 배제논리의 정당성도 인정해야 한다.

우리 사회를 분열시키는 진영은 분명 존재한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인정하지 않고, 북한 체제를 위해 혁명적 사고로 살아가는 종북세력이 대한민국에 엄연히 존재한다. 이들 삶의 존재 목적은 대한민국을 전복시키는 것이므로, 절대 이들과는 통합을 이룰 수 없다. 이들에게까지 통합의 손짓을 보내게 되면, 우리 사회는 더 분열되고 혼란에 빠진다. 이들 세력은 통합에서 배제해야 한다. 배제해야 우리 사회는 통합될 수 있다. 그래서 국민 100%를 위한 통합은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 그래서 통합에도 최적수준이 존재한다. 통합수준이 높다고 좋은 것이 아니고, 사회적으로 적정한 수준이 존재한다. 이 적정 개념은 경제학에서 많이 사용하지만, 원로 사회학자이신 송복 교수도 표현이 다를 뿐 같은 논리를 보여준다. “통합의 본질은 적절한 균형이며, 적절한 불균형이다.”

중립적 통합은 말만 그럴듯해

통합에 감성적으로 접근하면서 통합의 본질을 왜곡하는 대표적인 예가 집단을 앞세우는 경우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집단으로 민족, 민중, 대중 등을 들 수 있다. 우린 민중, 민족이란 용어에 감상적으로 쉽게 동조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이런 집단을 앞세운 주장에 논리의 정교함을 바탕으로 한 인식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때가 많다. 통합은 자유주의 관점이어야 한다. 자유주의는 집단의 이름으로 맹목적으로 뭉치는 행동에 반대한다. 집단이 우선하면 그 통합은 특정 집단을 위한 통합이 돼 통합의 본질을 왜곡시킨다. 자유주의는 집단에 중립적이며, 집단에 앞서 개인의 가치를 가장 중요시한다. 통합이란 용어의 어감 때문에 개인보다는 집단을 우선시하는 논리가 쉬워 보일 수 있다. 이를 경계해야 한다.

통합의 정체성은 자유주의와 시장경제다. 따라서 통합을 효과적으로 이룰 수 있는 정책수騈繭?해도 통합의 정체성인 자유주의와 시장경제의 본질을 왜곡시키면, 통합이란 이름을 통한 체제의 퇴보다. 우린 통합을 얘기하면서, 통합의 정체성인 시장경제를 왜곡시킨다. 대표적인 예가 소득계층 간 통합을 얘기할 때다. 경제적 강자와 약자 간 통합을 너무 쉽게 생각한다.

경제적 강자가 약자를 도와주면, 소득 계층 간 통합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이다. 물론 경제적 강자가 자발적으로 자선 및 기부행위를 펴면 전혀 문제가 없고 통합으로 가는 효과적인 길이다. 그러나 우린 정부가 강제적으로 소득계층 간 격차를 좁히려 한다. 경제적 강자에게 높은 세금으로 뺏고, 경제적 약자에게 무조건적 복지로 도우려 한다. 기부와 세금 간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기부수준이 높으면 통합이 쉽게 이뤄지지만 세금이 높으면 분열이 가속화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합을 관념적으로 생각하고 세금과 복지로서 통합을 이루려는 정책노력이 정치권과 관료들 사이에 팽배하다.

조급증에서 벗어나라

쉬운 정책으로 추진할수록 통합은 멀어진다. 통합은 단기적인 정책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타인에 대한 신뢰, 제도에 대한 신뢰, 소수계층에 대한 관용성 등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그래서 통합은 시장경제처럼 ‘자생적 질서’라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통합이라는 목표를 정하고 단기적 정책수단을 통해 정치 공학적으로 달성하려는 사고로는 절대 자생적 질서 측면의 통합을 이룰 수 없다. 오히려 통합에서 더 멀어질 뿐이다.

통합처럼 얘기하기 쉬운 용어가 없지만, 통합처럼 확실한 논리를 가지지 않으면 왜곡되기 쉬운 용어도 없다. 개인보다 집단에 가치를 두는 집단주의자,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인정하지 않는 반체제 인사들은 통합을 얘기하기 좋아한다. 그러나 그들이 말하는 통합에는 미움이 있고, 분열이 있고, 싸움이 있다. 그들이 얘기하는 통합은 통합이 아니다. 진정한 차원의 통합은 자유주의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약간의 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 책자는 우리 주위에 있는 많은 대중 영합적 선동가로부터의 예방주사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진권 < 자유경제원 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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