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벚꽃·동백·산수유길…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입력 2016-03-06 15:47   수정 2016-03-07 11:04

꽃향기 가득한 방방곡곡 꽃길 여행

정선 뱅뱅이길, 할미꽃 '아라리요~'
군산 구불길, 수줍은 동백이 '빼꼼'
지리산 둘레길, 산수유 군락 장관
목포 유달산 둘레길, 개나리 너머 바다가…

순천 남도 삼백리길, 매화·벚꽃 절경
여수 하화도 꽃섬길, 해안절벽이 '숨막혀'
통영 바다백리길, 산호빛 바다 넘실
한라산 동백길, 동백꽃의 향연



봄이 오는 길목은 꽃향기로 가득하다. 봄이 오기도 전에 먼저 핀다고 해서 영춘화(迎春花)라는 별칭이 있는 개나리를 시작으로 산수유와 매화가 남도에서부터 진군하기 시작했다. 머지않아 흐드러진 봄꽃들이 한반도를 온통 점령할 것이다. 살랑이는 바람을 따라 봄 여행을 떠나보자. 기왕이면 봄꽃이 흐드러진 꽃길 여행이 제격이겠다.

할미꽃 만발한 강원 정선 뱅뱅이길


정선군 정선읍 병방산 오른편에 있는 뱅뱅이길은 1974년 동강 강변으로 통행할 수 있는 호박길(동강로)이 생기기 전까지는 귤암리 주민이 정선 5일장터에서 생필품과 비료, 시멘트 등 공산품을 운반했던 지역주민의 유일한 생명 길이었다.

이 길은 병방산 허리를 가로질러 오르는 고갯길로, 경사를 낮추기 위해 서른여섯 굽이를 뱅글뱅글 돌아 통행했기에 뱅뱅이재라고 불렸다. 다람쥐도 한숨 짓고 나는 새도 쉬어가는 귤암리 옛길이다. 병방치에서 바라보는 동강의 굽이치는 아름다움은 가슴이 뻥 뚫리는 청량감을 준다. 깎아지른 듯한 산세를 따라 뱅뱅 돌아가는 옛길을 따라가면 할미꽃 자생지가 있는 동강변 할미꽃마을에 이르게 된다.

할미꽃은 3월 하순에 만개하는 야생화다. 여행 종착지인 귤암리에 대중교통이 많지 않다보니 뱅뱅이길은 왕복코스로 이용하는 것이 좋다. 길을 나서기 전에 정선아리랑시장(정선5일장)에서 장터 구경과 더불어 간단한 먹거리를 준비하는 게 좋다. 정선아리랑시장은 매월 2, 7, 12, 17, 22, 27일과 매주 토요일에 열린다. 뱅뱅이길 길이는 3㎞, 소요시간 1시간30분. (033)560-2346

동백이 만발한 충남 서천 철새나그네길 2코스

서천 철새나그네길의 2코스인 해지게길은 동백정에서 시작해 성경 전래지를 지나 마량포구에서 끝이 나는 걷기 코스다. 해지게길은 동백정에 있는 동백나무 숲의 푸르름과 마량포구 서해안의 붉은 해돋이가 공존하는 곳이다. 동백정의 동백나무 숲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으며 꽃을 볼 수 있는 겨울철 유명 관광지다. 여행의 종착지인 마량포구에서는 매년 광어·도미축제(5월), 해넘이·해돋이 축제(12월31일~1월1일)가 열리는 곳으로 마량포구 방파제에서 바라보는 해넘이와 해돋이가 장관이다.

미량리 동백나무숲은 1965년부터 천연기념물 제169호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는 서천군?명소다. 바닷바람을 피할 수 있는 바닷가 언덕의 동쪽 자락에 수령 500여년의 동백 80여그루가 군락을 이루며 자라고 있다. 사철 푸르름을 자랑하는 동백나무숲의 동백은 이른 봄인 3월 하순에 꽃을 피운다. 철새나그네길 2코스는 3.3㎞, 소요시간 1시간. (041)950-4091

난대림이 가득한 전북 군산 구불길 7코스

고군산군도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오는 신시도는 본래 섬이었으나 33.9㎞의 세계 최장 방조제 건설로 육지와 연결되면서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신시도에는 신라 초기부터 사람들이 살기 시작했으며 고운 최치원 선생이 이곳에서 글공부를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신시도에는 고군산군도(古群山群島)의 주봉(主峰)인 월영산(月影山)이 있다. 월영산 고개를 넘으며 새만금방조제 배수관문을 구경하는 재미도 남다른데 바닷물이 드나드는 장관을 볼 수 있다. 월영산 정상은 해발 198m에 불과하지만 발 아래 신시도 일대는 물론이요 무녀도와 선유도, 장자도, 관리도로 이어지는 섬의 무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월영봉을 넘어 몽돌해수욕장을 지나 대각산 바닷길을 걸으며 고군산군도의 멋진 풍경을 담을 수 있다. 대각산 정상을 향해 걷는 것이 아니라 해안의 바닷길을 따라 걸어가면 다도해에서나 볼 수 있는 난대림 식물과 곳곳에 숨어 있는 동백을 만나게 된다. 구불길 7코스는 12.3㎞. 소요시간 6시간. (063)454-3336

산수유 물결 가득한 지리산 둘레길 21코스

전남 구례군 산동면과 전북 남원시 주천면을 잇는 15.1㎞의 지리산 둘레길 21코스(산동~주천)에서는 봄마다 세상을 노랗게 물들이는 돌담 옆 산수유 물결이 가득하다. 이 구간에서는 지리산의 영봉인 노고단을 바라보며 걸을 수 있고, 편백나무숲에서는 상쾌한 피톤치드를 마실 수 있다. 계척마을에서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됐다는 할머니 산수유나무를 만나고, 정겨운 돌담길도 걷게 된다. 3월 말이면 현천마을까지 이어진 산수유 군락이 장관을 이룬다. 15.1㎞. 소요시간 7시간. (061)781-0850

다산의 숨결이 살아 있는 남도유배길 2코스

전남 강진의 남도유배길 2코스는 다산의 숨결이 살아 있는 다산초당, 백련사 동백림, 강진만, 서정시인 영랑 김윤식 생가 등 볼거리가 많은 길이다. 다산 정약용은 강진에서 18여년간 유배 생활을 했다. 다산초당은 다산 선생이 10여년을 생활하면서 후학들을 가르치고 500여권의 방대한 책을 저술한 곳으로, 초당을 오르는 길에 드러난 뿌리가 선생의 고초를 느끼게 한다.

다산초당에서 백련사로 이어지는 숲길은 다산이 벗인 백련사 혜장선사를 만나기 위해 걸어갔던 사연 깊은 길이다. 3월에는 백련사 동백림의 만개한 동백꽃을 볼 수 있다. 강진만을 따라 남포마을과 목리마을을 차례로 지나면 다산이 1801년 11월23일 강진으로 유배와 4년 동안 기거했던 사의재와 영랑생가에 이르게 된다. 영랑 생가에 피고 낙화한 동백꽃은 선생의 시처럼 서정적이다. 15㎞. 소요시간 5시간. (061)430-3314

한 폭의 동양화 같은 목포 유달산 둘레길

도심 속 휴양 코스로 각광 받고 있는 유달산 둘레길은 목포를 대표하는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 난코스가 없어 누구나 능선을 따라 걸을 수 있는 길로, 3월 중순에는 동백이 만개하고 이후 개나리가 피어나면서 숲길의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둘레길에서 유달산 정상에 올라서면 다도해의 경관이 시원스레 펼쳐져 있고 그 사이를 오가는 크고 작은 선박들의 모습이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킨다. 6.3㎞. 소요시간 2시간30분. (061)270-3423

불심 가득 순천 남도 삼백리길 9코스

남도 삼백리길은 3개 노선 10개 코스로 구성된 총길이 210㎞의 걷기 길이다. 그중 9코스인 천년불심길은 전남 순천의 조계산 자락에 터를 잡은 송광사와 선암사를 연결하는 산길이다. 순천 시민뿐만 아니라 조계산을 찾는 전국의 등산객이라면 꼭 한 번은 찾는 길이다. 계곡을 따라 걸으며 흐르는 물소리를 사철 들을 수 있고 국내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보리밥집이 있어 먹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3월 선암사의 매화로 시작해 4월 송광사 벚꽃이 연이어 피어나 절경을 이룬다. 12㎞. 소요시간 5시간. (061)749-4222

꽃이 많은 전남 여수 하화도 꽃섬길


여수 앞바다의 아름다운 섬 하화도(下花島)는 임진왜란 때 안동 장씨가 정착하면서 마을이 형성된 곳으로 마을의 주황색 지붕이 인상적이다. 예부터 꽃이 많은 섬이라 하여 ‘아랫꽃섬’이라 불렸다. 바다를 벗삼아 섬을 한 바퀴 도는 祈묽堧?이름에 걸맞게 꽃길로 조성돼 있다. 5㎞가량의 꽃섬길에는 나리꽃, 구절초 등 꽃으로 가득하다. 최고의 비경을 자랑하는 해안절벽(큰굴)도 만날 수 있다. 반나절이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다. 5.7㎞. 소요시간 3시간. (061)690-2036

통영 한려해상 바다백리길 3코스


경남 통영의 비진도는 견줄 비(比), 보배 진(珍) 자를 쓴다. 보배와 비할 만큼 아름답다는 의미다. 비진도는 예부터 미인이 많아 미인도라 불리기도 했다. 비진도 해변에는 특이하게도 사구와 몽돌이 공존한다.

한려해상 바다백리길은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소매물도, 매물도, 비진도, 한산도, 미륵도, 연대도 등 6개 섬을 걷기 코스로 개발한 곳이다. 그중 비진도 코스인 비진도 산호길은 문필봉처럼 솟은 봉우리로 이어지면서 초입부터 가파르지만 그만큼 보상도 크다. 탁 트인 전망과 함께 다도해의 푸르름을 만끽할 수 있고, 길을 걸으면서 사계절 다양한 식물을 만날 수 있다.

비진도 내항에는 아직까지 해녀가 있다. 여객선에서 내리면 해녀가 방금 잡은 전복 등 각종 해산물을 정리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비진도는 2~3월에는 동백나무, 3~4월에는 야생화, 5월에는 눈꽃 날리는 때죽나무, 6월에는 산딸기가 지천이다. 비진도 산호길에는 각기 경관을 볼 수 있는 네 군데의 전망대를 만날 수 있다. 여인바위의 전설이 있는 망부석 전망대, 비진도 산호길 최고의 절경 감상 포인트인 미인도 전망대, 선유봉 정상의 선유봉 전망대, 해안절벽이 멋진 노루여 전망대다. 그중에서도 최고의 절경 감상 포인트를 꼽자면 단연 미인도 전망대다. 길이 4.8㎞. 소요시간 3시간. (055)640-2441

한라산둘레길 동백길(제주 서귀포시)

한라산 둘레길은 해발 600~800m의 한라산 중산간을 연결하는 약 80㎞의 환상(環狀) 숲길이다. 국유림 일대를 둘러싸고 있는 일제강점기 병참로(일명 하치마키도로)와 무오법정사, 시오름, 서귀포학생문화원 야영수련장, 수악교, 이승악, 물찻오름, 비자림로, 거린오름, 돌오름 등을 연결한다. 제주도가 백록담을 중심으로 한 등산코스에 집중되는 탐방객을 분산시키고 역사, 생태, 산림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학습장을 제공하기 위해 조성하고 있는 길이다.

이 중 동백길은 무오법정사에서 동쪽으로 돈내코 탐방로까지 이어지는 구간으로 일제강점기 항일운동의 성지였던 무오법정사와 화전민 터, 표고버섯 재배장 등과 동백나무 및 편백나무 군락지, 법정이오름, 어점이오름, 시오름, 미악산, 강정천, 악근천 등이 있다. 특히 한라산 난대림 지역의 대표 수종인 동백나무는 서귀포자연휴양림에서 5·16도로변까지 이름 그대로 동백꽃의 향연을 만나게 한다. 3월에는 낙화한 동백이 길 위에 수를 놓는다. 길이 13.5㎞. 소요시간 4시간30분. (064)738-4280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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