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반에 쫓기던 노점상 '화려한 변신'… 하루 130만원 버는 서초구 푸드트럭

입력 2017-10-11 18:00  

상생의 길 찾은 서초구
조은희 구청장 아이디어 내고 전담 직원 16명 수개월간 설득
반발하던 노점상들도 "해보자"…월평균 1000만원 매출 올려

유명 셰프 참여 '신의 한 수'
백종원·임지호 셰프 '삼고초려'…요리 강연에 실습까지 도와
강남역·강남대로 먹거리 명소로



[ 박진우 기자 ]
지난 20년간 불법 노점상들이 난립했던 서울 강남역 일대가 사람들이 즐겨 찾는 ‘푸드트럭’ 명소로 재탄생하고 있다. 푸드트럭이 올리는 하루 매출이 최고 130만원에 달한다. 노점상들과 상생의 길을 모색해온 서울 서초구청 공무원들의 노력이 맺은 결실이다.

구청 직원 16명 ‘노점상 설득 작전’

서울 서초구청은 지난해 12월부터 노점상에서 푸드트럭으로 전환한 20대를 포함해 총 27대의 푸드트럭을 강남대로 일대에서 허가, 운영하고 있다고 11일 밝혔다. 푸드트럭별 하루 매출은 최고 130만원으로 올초 대비 43배나 늘었다. 푸드트럭의 월평균 매출은 1000만원을 오르내리고 있다.

지나다니는 사람이 적어 노점상들이 푸드트럭 설치를 극구 반대했던 강남역 9·10번 출구 사이 골목은 연일 이곳을 찾는 사람들로 ‘푸드트럭존’이 됐다. 떡볶이, 순대, 어묵 같은 ‘획일화’된 메뉴밖에 없었던 노점상은 자신들이 직접 개발한 음식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지금까지 영업 부진으로 사업을 포기한 사례도 없다. 추석 연휴는 물론이고 평일 오후에도 손님들의 줄이 끊이지 않는다는 게 푸드트럭 사업자들의 설명이다. 10번 출구에서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박광섭 씨(59)는 기자와 통화하는 동안 “손님들이 기다린다”며 “추석에도 쉴 새 없이 나와 장사했다”고 말했다.

1990년대 초 강남대로 도곡타워부터 강남역 10번 출구까지 들어선 노점상들의 입지는 공고했다. 이들이 전국노점상연합, 민주노점상연합 등 전국 단위 조직에 가입해 정치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다보니 구청으로선 철거도 못 하고 냉가슴만 앓았던 것. ‘노점상을 강제 철거해야 한다’는 보고가 연일 올라오자 조은희 구청장은 “차라리 푸드트럭으로 전환해 보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마침 지난해 7월로 기존 공원이나 행정관청 외 입주할 수 없던 푸드트럭이 보도에도 들어설 수 있도록 서울시 조례가 개정됐다.

태스크포스(TF)가 꾸려지고 16명의 베테랑이 투입돼 일일이 노점상을 찾아다니며 면담을 했다. 면담은 지난해 말까지 100여 차례나 이어졌다. 노점상들의 반대도 컸다. 푸드트럭을 차릴 초기 비용이 만만치 않은 데다 굳이 세금을 내고 싶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불법 영업인 노점상은 세금을 내지 않지만 법에서 허용하는 푸드트럭 영업은 지자체 허가를 받고 부지 점용료와 차량 임차료는 물론 소득세도 내야 한다. 상갓집을 찾아다니고 퇴근 후 찾아와 소주잔을 기울이는 구청직원들의 수고에 많은 노점상들이 마음을 돌렸다.

수십 차례 찾아가 유명 셰프 섭외

서초구는 사업을 체계적으로 도와줄 컨설턴트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임지호 셰프를 낙점했다. 섭외를 위해 말단 직원부터 과장까지 발벗고 뛰었다. 백 대표가 거주하고 있는 서래마을을 찾아가 동장과 지인들에게 설득을 부탁하기도 했다. 선뜻 수락하지 않았던 백 대표 측에서 “재능기부를 하겠다”는 희소식이 왔다. 그가 진행하던 한 방송 프로그램을 푸드트럭 위주로 바꾸고 첫 방송을 서초구에서 해보자는 제안이었다. 임 셰프 섭외도 쉽지 않았다. 담당 팀장이 임 셰프의 자택이 있는 강화도를 수차례 방문해 끈질긴 설득 끝에 허락을 받아냈다.

두 전문가의 위력은 대단했다. 임 셰프는 두 차례 서초구청을 방문해 강당을 가득 메운 노점상들 앞에서 강연하고, 본인이 만든 음식을 시연했다. 백 대표도 노점상들을 1 대 1로 만나 푸드트럭에 적합한 음식 조리법을 직접 가르쳤다. 박광섭 씨는 “원래 노점에서 공산품을 팔았고 최근에 핫도그로 종목을 바꿨다”며 “백 대표가 해준 몇 가지 조언이 매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서초구의 위치 선정도 한몫했다. 현재 푸드트럭이 있는 곳은 강남역 9·10번 출구와 인근도로, 강남대로 골목 등이다. 서초구는 유동인구 차이를 고려해 푸드트럭을 창업자들이 돌아가면서 쓸 수 있도록 배려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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