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돈 벌면 죄인 취급하는 사회…어느 창업자가 나서겠나

입력 2019-01-20 18:18  

구글의 래리 페이지,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등 해외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창업자들은 왕성한 활동으로 종종 존재감을 과시하곤 한다. 신제품 발표회, 기술 콘퍼런스 등에 적극 참여해 친근한 기업 이미지를 구축하고 현안에 대해 거침없이 견해를 밝힌다. 무(無)에서 세계적인 기업을 일궈낸 이들은 창업을 꿈꾸는 전 세계 청년들의 롤모델이다. 이들의 도전정신은 예비 창업자들을 자극해 새로운 혁신기업을 탄생시키는 토대가 되고 있다.

성공한 창업자는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벤처 생태계를 선순환시키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한다. 하지만 국내 ICT 업계에서는 창업자들이 대외활동을 기피하고 있어 ‘존재감’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 회사 매각에 나선 김정주 넥슨 창업자는 간단한 입장문만 배포한 뒤 칩거 중이다. 네이버 이해진, 엔씨소프트 김택진 창업자 등도 여간해선 공개석상에 나서지 않아 ‘은둔의 경영자’로 불릴 정도다.

기업이 창출한 유·무형의 가치를 평가절하하고 정당한 수익 추구까지 죄악시하는 사회 풍토 탓에 창업가 사이에는 “나서면 손해”라는 인식이 퍼져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삐딱한 시선’은 일부 벤처기업인의 ‘갑질’이 자초한 측면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기업인을 폄하하고 끊임없이 반(反)기업 정서를 조장하는 정부와 정치권이 부추긴 측면이 적지 않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정권이 바뀌면 네이버는 죽을 수 있다” “내년에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를) 국회에 또 나오게 하겠다”는 여야 의원들의 협박성 발언은 성공한 기업인을 보는 우리 사회 일각의 삐뚤어진 시각을 잘 보여준 사례다. 김택진 창업자는 ‘노름판에서 개평 주는 사람’에 비유되는 모욕을 당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인들이 어떻게 의욕을 갖고 도전정신을 발휘할 수 있겠는가.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개천에서 용이 나는 사회’를 강조했다. ‘용(성공한 기업가)’을 죄인 취급하는 풍토에서는 역량 있는 청년들이 창업에 뛰어들기 어렵다. 정부와 정치권이 나서서 고용과 투자의 근원인 기업을 제대로 평가하고 기업인의 도전을 격려하는 사회적 풍토를 조성해야 ‘개천’에서도 비로소 ‘용’들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