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산토리니, 꽃의 정원…色이 펼치는 '봄의 공간'에 빠지다

입력 2019-03-31 15:14   수정 2019-03-31 15:14

여행의 향기

아산 지중해마을과 세계꽃식물원



[ 최병일 기자 ] 충남 아산에서는 색이 펼치는 화려한 공간에 푹 빠져본다. 탕정면 지중해마을과 도고면 세계꽃식물원은 봄이면 색깔 잔치가 완연하다. 지중해마을은 푸른 지붕에 파스텔 톤 건물이 이채롭고, 세계꽃식물원은 붉은빛과 보랏빛 등 형형색색의 꽃이 대형 온실을 채운다. 여기에 봄단장을 마친 상춘객의 미소가 곁들여지며 봄 분위기가 무르익는다.

그리스 섬과 프랑스 건축양식 빌려 만들어

지중해마을은 색감이 다르다. 마을에 들어서면 첫인상부터 이국적이다. 이름에서 엿보이듯 이곳은 지중해에 접한 그리스의 섬과 프랑스 남부의 건축양식을 빌렸다. 건물 64동이 들어선 골목은 산토리니구역과 파르테논구역, 프로방스구역으로 나뉜다. 산토리니구역은 흰 담장에 파랑·주홍 지붕을 인 건물이 늘어섰다. 관광객의 촬영 포인트로 지중해마을을 대변하는 이색 골목이다. 파르테논구역은 희고 굵은 기둥으로 안팎을 치장한 레스토랑과 상가가 두드러진다. 지중해마을 공원 너머 자리한 프로방스구역은 건물 전체를 노란색과 파란색으로 단장했다.


지중해마을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16~2017년부터. 본래 포도밭이던 땅은 주변 개발과 함께 변화의 시기를 거쳤다. 일부 원주민이 이곳에 다시 정착하기로 결정하면서 2013년 봄, 지중해마을의 단초가 마련됐다. 그리스의 섬과 프랑스 남부의 건축양식을 빌린 데는 ‘치유와 쉼’이 모토가 됐다. 지중해풍 건물 2~3층은 주민이 거주하는 경우가 많다. 1층은 레스토랑과 빵집, 카페, 기념품 숍, 식당 등이 들어섰다. 정착 초기에는 예술가의 아틀리에가 한 축을 차지하기도 했다. 주민들은 산토리니구역을 공방과 카페가 있는 예술거리, 파르테논구역을 패션거리, 프로방스구역을 뷰티·식음료거리로 꾸며갈 계획이다.

지중해마을은 골목 곳곳을 누비며 개성 넘치는 가게를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초콜릿 만들기, 자기 빚기 등 체험 공간이 마련됐으며, 입소문을 타고 알려진 와인 레스토랑, 호두파이집, 빵집 같은 가게를 하나하나 방문하는 시간도 알차다. 밤이면 골목 위로 매달린 은하수 조명이 분위기를 돋운다. 마을 공원에 벤치가 있어 이국적인 건물을 바라보며 호젓하게 쉬기 좋다.

지중해마을은 현재진행형이다. 새로운 가게가 들어서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최근에는 젊은 방문자가 늘면서 여행자 카페, 각종 소품 숍 등도 인기를 끈다. 해마다 4월이면 ‘봄가족축제&개판’(13일)이 열려 마을 곳곳에 봄꽃을 심고, 차 없는 거리에서 반려견과 함께 어울리는 흥미로운 시간이 펼쳐진다.

365일 꽃피는 정원 세계꽃식물원

아산의 봄은 세계꽃식물원에서 더욱 완연하다. 3000종이 넘는 꽃이 온실을 화려하게 장식한 곳으로, 4월이면 온실 외부까지 꽃이 만발해 예쁜 꽃 마당을 만든다. 대형 온실에 들어서면 붉은 베고니아 꽃 터널이 봄 분위기를 한껏 뽐낸다. 열대정원, 연못정원, 미로정원, 에코정원 등 다양한 테마 정원도 관람로를 따라 이어진다. 연중무휴에 계절별로 다른 꽃이 피는 세계꽃식물원은 ‘365일 꽃 피는 공간’을 표방한다.


가장 인기 있는 곳은 보라색 스트렙토칼펠라 꽃이 작은 터널을 이룬 정원으로, 사진을 찍으려면 잠시 기다리는 여유가 필요하다. 거대한 킹벤자민고무나무를 만나거나 피톤치드가 듬뿍 나오는 골드크레스트 ‘윌마’ 미로공원을 거니는 경험도 이채롭다. 식물이 무럭무럭 자라 지난해 온실 지붕을 높이는 공사를 했다.

세계꽃식물원은 튤립, 백합 등 화훼를 생산하는 영농법인으로 출발했다. 2004년 더불어 꽃을 즐기는 문화를 위해 재배 온실을 일부 개방했으며, 원예 농민과 소비자의 행복한 공존을 바라는 마음으로 자회사 LIAF(Life is a flower)를 운영 중이다. 전문가와 함께하는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수십 년 노하우가 있는 원예 전문가에게 직접 배우는 분갈이, 꽃과 잎으로 천연 염색 손수건 만들기 등이 흥미롭다.


식물원 레스토랑에서는 식용 꽃으로 장식한 꽃밥을 맛볼 수 있다. 차를 마신 일회용 컵에 꽃을 넣어 판매하는 이벤트 ‘꽃 한잔 드실래요’도 진행 중이다. 세계꽃식물원 입장료는 어른 8000원, 경로·어린이 6000원이며 입장객에게 다육식물 화분을 준다.

봉곡사, 맹씨 행단 등 봄 여행지 여럿

아산에는 호젓한 봄 여행지가 여럿이다. 봉곡사 천년의숲은 봉곡사 주차장에서 절까지 이르는 길로, 오랜 세월 이곳을 지킨 소나무들이 함께한다. 이 숲길은 산림청이 주최한 ‘아름다운 숲’에 선정됐으며, 소나무 밑동에는 일제강점기에 송진을 채취하기 위해 새긴 ‘V 자형’ 상처가 있어 사연을 곱씹게 한다. 오붓한 봉곡사는 신라 진성여왕 때 도선국사가 창건한 사찰로 전해진다.

배방읍에 있는 아산 맹씨 행단(사적 109호)은 조선 초 정승 맹사성의 흔적이 서린 곳이다. 고택과 맹사성이 정사를 논한 구괴정, 사당 세덕사 등이 자리한다. 고택 앞에 수령 600년이 넘는 거대한 은행나무 두 그루가 운치를 더한다. 고택과 이어지는 고불맹사성기념관 건너편으로 돌담이 예쁜 카페가 있어 춘심(春心)을 다독이기에 좋다.

온양민속박물관 역시 고요한 봄 산책 코스로 그만이다. 야외 전시 공간은 석수, 장승, 비각, 너와집 등이 산책로를 따라 옹기종기 이어진다. 박물관 내부에는 탈, 갓 등 전통 공예와 한국인의 의식주에 관련된 수준 높은 민속자료 2만여 점을 전시한다.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여행 정보

영인산자연휴양림은 자연속에서 편안한 쉼을 즐길 수 있어서 인기가 높다. 인터넷으로 예약하기 때문에 숙박이 쉽지 않다. 역사적으로 잘 알려진 온양관광호텔은 합리적 가격에 숙박할 수 있는 곳이며 호텔스파텔은 스파시설이 잘 구비돼 있다. 외암민속마을은 이채로운 풍경을 즐기며 숙박할 수 있다.

홍두깨칼국수는 손칼국수가 맛있다. 소머리국밥은 현대식당, 시골밥상은 신창댁이 정평이 나 있다. 아날로그는 수제와플집으로 잘 알려져 있다. 아산에서는 24~28일 온양온천역 광장과 시내 일원에서 아산성웅이순신 축제를 연다. 탕정면 지중해마을 이외에도 아산에는 공세리성당, 외암민속마을, 현충사 등 매력적인 여행지가 즐비하다. 캔아트체험교실도 즐길 만하다. 자가용으로 아산을 여행하려면 서해안고속도로 서평택 나들목(IC)→아산만방조제→이순신대로→탕정면로→지중해마을 순으로 가면 된다. 기차는 용산역~온양온천역, 무궁화호·새마을호·누리로 하루 16~17회(오전 5시35분~오후 8시39분) 운행하며 약 1시간30분 걸린다. 온양온천역에서 전철 1호선 배방역 하차, 1번 출구 배방역 정류장에서 777번 버스 환승한 후 탕정면사무소 지중해마을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약 30분 걸린다.

〈당일 여행 코스〉지중해마을→아산 맹씨 행단→봉곡사 천년의숲→세계꽃식물원

〈1박2일 여행 코스〉첫째 날=지중해마을→아산 맹씨 행단→봉곡사 천년의숲→외암민속마을 둘째 날=세계꽃식물원→온양민속박물관→현충사→온양온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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