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식당 경영난, 대기업 탓 아냐"…소상공인, 대기업 손잡고 상생 나선다

입력 2019-05-29 14:35   수정 2019-05-29 15:12

동반위·대기업·소상공인, 29일 상생협약
소상공인 측, 생계형 적합업종 신청 안하기로
대기업, 골목 출점 자제하고 경영 컨설팅 제공

"적합업종 규제 탓, 영세상인·대기업 같이 죽겠다"
2013년 중기 적합업종 시행 후에도 외식업 상황 안나아져
"골목식당 경영난, 대기업탓 만은 아냐" 자성




국내 음식점업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한국외식업중앙회가 대기업의 신규 사업 및 점포 확장을 규제하는 '생계형 적합업종'을 신청하지 않고 대기업과 자율적 상생에 나서기로 했다. 규제 일변도를 통해 대기업과 대립 관계를 유지하는 게 골목상권의 경영난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소상공인 측은 법적 규제로 음식점 산업 전체를 위축시키는 대신 대기업과 적극 협력해 경영 파트너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동반위·대기업·소상공인 '음식점업 상생협약'

한국외식업중앙회는 29일 오후 2시30분 더플라자호텔에서 동반성장위원회, SPC·CJ푸드빌·신세계푸드 등 대기업 22곳과 '음식점업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음식점업에는 한식, 중식, 일식, 서양식, 기타 외국식 외에도 김밥 같은 분식 등이 포함된다. 이 자리에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권기홍 동반위원장, 정성필 CJ푸드빌 대표이사, 제갈창균 한국외식업중앙회장, 최승재 한국소상공인연합회장 등이 참석했다.

상생안에 따르면 대기업은 중소기업 적합업종 권고사항을 유지하되, 시장환경 등을 고려해 동반위가 외식업중앙회와 대기업의 목소리를 듣고 규제 확장의 범위를 정하기로 했다. 대기업의 사업 확장은 중기 적합업종 지정과 마찬가지로 제한되지만 법적 규제(생계형 적합업종)로 이 상황을 막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대기업은 또 음식점업 발전을 위해 중·소상공인에 대한 교육·훈련과 경영 컨설팅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외식업 트렌드, 시장분석, 고객 서비스, 레시피 개발 등에 대한 이론 및 체험형 실무 교육 등을 추진하고 점포관리와 경영개선 등에 대한 컨설팅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외식업중앙회는 자생력 확보를 위해 경영환경 개선 등 자구노력도 한다.

동반위는 대·중소기업이 참여하는 ▲상생협의회 구성·운영(분기별 1회, 필요시 수시 개최) ▲상생협력사업 발굴·지원을 추진하고, 대기업과 소상공인 측이 상호 협약내용을 준수하는지 등을 점검하기로 했다. 이번 상생안의 기한은 향후 5년이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이번 상생협약은 대기업과 소상공인간 협력을 통해 함께 윈-윈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자는 것"이라며 "특히 음식점업을 운영하는 22곳의 대기업들이 각자 다 사정이 있을 것인데 그러한 요구사항들을 절제하고 뜻을 한 곳으로 모아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제갈창균 한국외식업중앙회장은 "이번 상생협약을 통해 대·중소기업이 외식업 공동체로서 상생하고 진일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다른 업종에 모범이 되는 사례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정성필 CJ푸드빌 대표도 "대기업과 소상공인의 동반성장을 위한 최적의 상생모델로 자리매김해 다른 산업뿐 아니라 소비자에게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길 희망한다"며 "앞으로도 상생협력과 동반성장 문화 조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했다.

◆"골목식당 경영난 대기업 탓만은 아니다"

음식점업을 운영하는 소상공인 측이 생계형 적합업종을 신청하지 않고 상생에 손을 내민 것은 대기업 규제가 경영난을 해소하는 해결책이 아니라는 판단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음식점업을 운영하는 대기업들은 2013년부터 중기 적합업종을 통해 ▲수도권 및 광역시 역세권 반경 100m 이내 출점 ▲그 외 지역은 반경 200m 이내 출점 등 신규 출점에 제한을 받았다. 지속적인 출점을 통해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 대기업 프랜차이즈들은 중기 적합업종 규제로 어려움을 토로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식뷔페다. 2013년 첫선을 보인 이후 약 2년간 손님이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렸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계절밥상(CJ)·올반(신세계)·자연별곡(이랜드) 등 대기업 계열의 한식뷔페들은 최저임금 인상과 재료비 상승 등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중기 적합업종에 포함돼 임대료가 비싼 역세권에만 출점해야 하는 어려움에 놓이게 됐다.

계절밥상은 지난해 10개가 넘는 매장을 접은데 이어 올 들어서도 11개 매장을 폐점했다. 54개까지 있었던 매장은 현재 17개 밖에 안남았다. 샐러드 뷔페인 애슐리(이랜드)와 자연별곡도 지난해 각각 18개와 3개 점포의 문을 닫았다. 올반은 매장수가 10개 아래로 떨어졌다.

음식점업에 대한 중기 적합업종 지정은 이달 말 종료되지만, 더 큰 규제는 생계형 적합업종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시행된 생계형 적합업종은 업종 대표단체가 신청해 중기벤처부가 승인할 경우 대기업이 5년간 해당 업종에 진입할 수 없고, 이를 위반할 경우 매출의 5%까지 이행강제금을 부과한다. 현재 제과점업, 중고차판매업, 서적 및 잡지류 소매업 등 16개 업종이 생계형 적합업종을 신청했다.

그러나 이 같은 대기업 규제에도 불구하고 소상공인들의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한국외식업중앙회가 지난해 회원 업소 43만곳을 추적조사한 결과 2017년 10월 기준 영업을 유지했던 400곳 중 31.3%가 1년 새 문을 닫았다. 이는 통계청이 집계한 외식업 폐업률 23.8%(2016년 기준)보다 높은 것이다.

외식업과 자영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프랜차이즈 산업도 4년 만에 역성장했다. 2018년 산업통상자원부 프랜차이즈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7년 프랜차이즈 산업 전체 매출액은 115조4000억원으로 전년보다 2.4% 감소해 2013년 이후 처음으로 성장세가 꺾였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골목식당들이 경영난을 겪던 이유를 그동안 대기업 때문이라고만 하다가 사정이 나아지기는 커녕 대기업도 같이 어려워지자 접근법을 다르게 해야겠다는 공감대가 모인 것"이라며 "이번 상생안을 통해 서로 공존하는 모델이 만들어지면 생계형 적합업종을 신청한 다른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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