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헤만의 라이브 칼럼 A3 | 문명진의 음악 : 플레이리스트에 갇혀 있나?

입력 2017-10-19 17:33   수정 2017-12-08 10:10



# 문명진의 음악
문명진은 어떻게 음악을 시작하게 됐나. 뻔한 질문이지만 그래도 이 질문이 그의 가수 인생을 여는 첫 질문일 테니. "어릴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어요. 그때는 지금처럼 가수 오디션이 보편화 되어 있던 시절이 아니었어요. 오디션은 어디서 어떻게 볼 수 있는 건지, 음악을 하고 싶으면 뭐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이런 고민을 해야 했던 때죠. 열여덟 살 즈음에 이것저것 고민하다가 덜컥 교회에서 보컬 오디션을 봤어요. 교회라면 마음껏 노래를 부를 수 있을 테니까요. 당시에 종교에는 큰 관심도 없었는데 말이죠."

알엔비의 황태자, 알엔비의 대통령 등 몇 년 사이 그의 앞을 장식하는 수식어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솔직히 부담스러워요.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자유롭게 음악을 하고 싶거든요. 좋아하는 음악을 하다 보면 대중들과 멀어질 수도 있겠죠. 그것 역시 아티스트의 숙제겠지만. 트렌드를 이끄는 젊은 뮤지션들에게 영감을 많이 받고 있어요. 새로운 음악을 연구하고 시도하는 것. 그리고 그 음악을 누군가 즐겨 듣고 행복하게 된다면 좋겠죠. 그게 지금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융합이 그에게는 중요하다. 젊은 친구들의 음악에서 배울 점이 많아 즐겁다며 웃는 이 베테랑의 모습에, 확고한 취향을 핑계 삼아 좁은 플레이리스트에 갇혀 살던 필자 역시 경각심을 가지게 된다.



#문명진의 사람
치열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고마운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정말 많아요. 음악을 같이 하는 동생들에게는 항상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죠. 보컬을 위해서 보이지 않는 숨은 곳에서 고생하니까요. 가수 인생에서 은인을 한 명 꼽는다면, 제 노래가 세상에 나오게 해주신 데뷔 당시 소속사 사장님이에요. 그분과 9년이란 시간을 함께 보냈는데 저에게 좋은 기회가 올 때마다 계산 없이 더 큰 길로 갈 수 있도록 배려해주셨어요. 당시 사정이 좋지 않아, 회사를 정리하면서도 `잘 되면 다시 함께하자`라고 서로 약속했는데. `불후의 명곡`으로 제 노래가 세상에 알려진 후 다시 찾아갔지만 이미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 손을 떼신 상태였어요. 그때도 다른 회사로 가라고 망설임 없이 저를 응원해주셨죠"

매사 너그럽고 유한 그도 인간관계로 스트레스받는 일은 있겠지. 그가 화난 것은 본 적이 없다고 말을 건네자, 문명진은 망설이다 입을 연다. "과거에는 꽤 거칠었던 적도 있었어요. 예쁘고 차분하게 할 수 있는 말도, 무언가에 쫓기듯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 혀끝의 칼날로 상대에게 날카로운 비수를 꽂았죠. 그런데 언젠가부터 `지금 내가 이 사람을 이겨서, 이 사람을 잃게 되면? 그건 내가 지는 거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후부터 사람을 대할 때, 상대의 처지에서 생각하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문명진은 지혜로운 사람이구나.


#문명진의 사랑
음악 작업을 할 때 그는 종종 `여성`에게서 영감을 얻는다. "여자를 존중하는 과정에서 더 넓은 세계를 배워요. 특히, 사랑할 때 다 알았다고 생각하면 또 모르는 점들이 튀어나오잖아요." 자연스레 우리는 연애 이야기로 빠졌다. 문명진의 연애 스타일은 어떨까? "뜨겁던 사랑이 끝나고 나면 늘 `내가 나쁜 남자였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멀어진 사랑에 대한 후회는 많은 사람이 겪는 일이겠지만." 의외였다. 내가 아는 그는 배려가 깊고, 특히 여자친구에게 정말 자상할 것 같은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잘해준다는 기준 자체가 상대적인 거라 생각해요. 열 개를 가진 사람이 다섯 개를 내어주는 것과 다섯 개를 가진 사람이 다섯 개 전부를 내어주는 것에는 차이가 있잖아요."

"아마 아직 저는 후자 쪽인데, 나쁜 남자가 되어서 매번 끝나버리네요." 나쁜 남자라는 이름은 문명진에게 어울리지 않으니, 최선을 다한 사랑이었다면 그걸로 됐다고 그를 위로한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줄 정도면 착한 남자를 떠나, 착한 사람이네.


#문명진의 취향
문명진의 고양이 두 마리 `영구와 영자`는 꽤 유명하다. "다섯 살인 영구는 뱅갈 고양이에요. 한살인 영자는 삼색 고양이고요" 어딘가 멀리 떠나는 일이 잘 없는 그는 일명 심한 `집돌이`다. 유난히 익숙한 곳, 익숙한 사람을 좋아한다고. "낯도 많이 가리고 낯선 장소를 두려워하는 편이에요. 공연 때문에 해외를 나간 것 빼고는, 비행기를 탄 적이 없을 정도로." 이제야 유독 그를 강남의 한 카페에서 자주 보게 되는 이유를 알았다.

현재 그는 이태원에서 `우콩`이라는 중식당을 운영 중이다. 추천 메뉴가 있냐는 질문에 "유린기랑 어향가지새우요. 유린기는 중국식 닭튀김인데 장인 정신으로 무장한 주방장이 만들고 있어요. 어향가지새우 요리는 입에서 살살 녹아요. 뜨거운 아이스크림이 있다면 이런 맛이 아닐까 싶어요."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다 들었다. "3만 원 이상의 요리는 만들지 말자는 것이 철칙이에요. 보통 짜장면, 짬뽕 먹으러 편하게 가고 싶잖아요. 누구나 가볍게 식사하러 오셨으면 해요"


 
다음 앨범을 기대해도 되냐는 마지막 질문에 그는 다시 아티스트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제가 음악을 놓지 못하는 이유도 그 기대감 때문이에요. 뮤지션의 인생은 하루하루가 복권이거든요. 꼭 횡재를 말하는 게 아니에요. 이번 앨범은 정말 뭔가 보여줄 거라는 믿음. 오늘 내 음악이 별로라고 내일 내 음악도 별로일 거라는 법은 없잖아요? 이건 정말 뮤지션의 특권이라고 생각해요."

음악을 `성공`이라는 기준으로 측정하지 않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데 의미를 둔다는 데서 문명진은 이미 성공했다. 문명진이 그의 목소리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를 바란다. 나는 진심으로 이 아티스트의 행운을 빈다.




진행 PK헤만(가수&래퍼) | 기획·편집 권영림


PK헤만의 라이브 칼럼 A3 | 문명진의 자극 : 여전히 `잠 못 드는 밤에` 에서 이전 인터뷰 칼럼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티비텐플러스 <PK헤만의 라이브칼럼 A3 : All About Artist >에서는 매주 개성 넘치는 `아티스트(여기서 아티스트란, 창작 또는 표현 활동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넓은 의미의 종합예술가를 칭함)`를 라이브 생방송에 초대합니다. <PK헤만의 라이브칼럼 A3 : All About Artist > 라이브 방송과 VOD 콘텐츠는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티비텐플러스(TV10plus)` 앱을 다운로드해 시청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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