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목월 선생이 詩엔 소질 없다고해 소설가 됐죠"

입력 2013-11-27 21:26   수정 2013-11-28 05:08

[ 박한신 기자 ]
“이근배 선생이 나보다 10년 위네?” “10년이면 까마득하지~.” “뭐가 까마득해? 10년 금방이지, 허허.”

중앙대(서라벌예대) 문예창작학과 68학번 이시영 시인과 58학번 이근배 시인의 허물없는 대화다. 서울 인사동에서 27일 열린 중앙대 문창과 60년 기념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다.

1953년 설립돼 전쟁으로 폐허가 된 한국 사회를 글로써 지켜온 지 60년. 큰 작가들의 월북으로 적막하게 남겨졌던 한국문단을 일으키고자 서정주 김동리 박목월 염상섭 등의 문인들이 창작 터전으로 서라벌예대를 세운 게 시작이었다. 1973년 중앙대와 합병해 지금까지 이어오면서 김주영 이근배 유현종 이문구 조세희 한승원 오정희 하일지 남진우 방현석 전성태 박민규 등 500여명의 문인을 배출했다. 가히 한국현대문학사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60주년을 기념해 학과의 역사를 담은 《한국문학 1번지》와 동문의 추억이 담긴 《문학이라 쓰고 인생이라 읽다》(작가세계)도 출간했다. 동문이 아닌데도 이 책을 출간한 박광성 작가세계 주간은 “전후 참담하게 남겨진 한국 사회와 한국인의 마음을 어떻게 고르고 지킬 것인지 고민해 온 과정이 중앙대 문창과의 역사”라며 “천재지만 바보처럼 타인과 사회에 기여해 온 이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예술원 회원인 이근배 시인은 “한국인의 DNA 중 가장 우수한 게 글쓰기 능력이고, 그 능력으로 전후 한국 사회를 어떻게 일으켜 세울지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참석한 동문들의 회고도 이어졌다.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인 이시영 시인은 두 학번 위의 소설가 오정희 씨를 보며 과거를 추억했다. “입학하니 2년 위인 오 선생님이 조교를 하고 있었어. 지금처럼 참 예쁘시더라고. 동기인 송기원(시인·소설가)과 술 정말 많이 얻어먹었지.”

오씨는 “추운 겨울날 실기시험을 치를 때 시상이 안 떠오른다며 누군가 담배에 불을 붙이던 게 생각난다”며 “서정주 박목월 김동리 선생 등 교수들이 학생을 틀 안에 넣지 않고 대예술가로서의 꿈을 키울 수 있게 만들어주셨다”고 했다.

소설가 김주영 씨는 “열심히 시를 쓰고 또 써서 박목월 선생님께 가져갔지만 소질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군에 입대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소설을 쓸 수 있는 것은 갈 길을 잡아주신 박목월 선생 덕분”이라며 웃었다.

60주년을 맞아 두 명의 명예동문도 맞았다. 문창과 학생들이 자주 찾던 대폿집인 ‘개미집’ 주인 김진자 씨와 카페 ‘동인’의 주인인 이해선 씨. 오정국 시인(76학번)은 “평소엔 김진자 여사라고 부르다가 취하면 진자씨라고 부르던 모두의 이모였다”며 “흑석동 노무자와 문창과 학생들만 찾던 고향 같은 곳”이라고 회고했다. 개미집은 문을 닫았지만 동인은 지금도 영업 중이다.

문창과 교수로 재직 중인 방현석 소설가(80학번)는 “지난 60년도 영광스러웠지만 앞으로의 60년도 중요하다. 새로운 시대를 맞아 시와 소설뿐 아니라 시나리오나 드라마 등에서도 활발히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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