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거품 논쟁'과 한국 증시 '뒤늦은 대세 상승론'...그 실체와 전망

입력 2017-03-27 10:02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 증시는 ‘랠리’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거침없이 올랐다. 하지만 이달 초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21000을 돌파한 이후 2주 넘게 주춤거리면서 한동안 잊혀졌던 ‘거품 논쟁’이 재현되고 있다. 미국 증시의 영향력이 높아진 점을 감안하면 국내 증시에서 뒤늦게 불고 있는 ‘대세 상승론’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증시 거품 논쟁은 2012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유명했던 빌 그로스와 워런 버핏 간 ‘주식숭배 종료’ 논쟁을 요약하면 이렇다. 빌 그로스는 주식 숭배는 끝났다고 단언하면서 채권에 투자할 것을 권했다. 하지만 버핏의 생각은 달랐다. 주식을 사두는 것이 유망하다고 말하면서 자신이 운영하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식보유 비중을 대폭 늘렸다.

2014년 8월에는 석학 간에 벌어졌다. 미국 예일대 로버트 실러 교수는 자신이 개발한 CAPE(경기조정 주가수익비율)가 26배로, 20세기 이후 평균수준인 15배를 상회해 거품이 끼었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제라미 시겔 와튼 스쿨 교수는 주가 결정에 미래 가치가 더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그 후 잊혀져가던 거품 논쟁이 최근에는 투자 구루와 세계적인 석학 간에 벌어지고 있어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3년 전부터 거품이 끼었다고 주장해온 실러 교수는 지금은 CAPE가 28배에 도달해 적정수준 20배를 훨씬 웃돈다고 경고했다. 반면 트럼프 랠리의 최대 승자인 버핏은 장기적 관점에서 주식을 더 살 것을 권하고 있다.



‘낙관론’과 ‘신중론’이 혼재돼 있는 미국 증시 앞날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주가결정의 기본인 3대 요인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미국 경기는 작년 2분기를 저점(길게는 2009년 2분기)으로 다시 회복국면에 놓여 있다. 하지만 분기별 성장률은 들쑥날쑥하고 있어 종전 회복기에 비해 건전치 못하다.

기업 실적은 비교적 괜찮다. 모든 것이 보이는 증강현실 시대에서는 매출액과 같은 ‘보이는 경쟁’보다 비용 절감, 생산성 증대와 같은 ‘보이지 않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종전과 동일한 매출을 올린다 하더라도 수익은 늘어난다. 라이프 사이클이 짧아지고 창업이 늘어나면서 미리실적 기대치도 높아지는 추세다.

증시주변자금은 유동적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를 올려나감에 따라 시중자금은 줄어들 수 있다. 더 중요한 시장 간 자금흐름은 ‘금리상승으로 손실이 커지는 채권시장에서 이탈된 자금이 어디로 향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위험선호 투자자 자금만 증시로 유입되고 있으나 이보다 3배나 많은 위험기피 투자자 자금이 들어오면 주가는 크게 오르고, 채권시장으로 되돌아간다면 급락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그 경계선이 놓여 있다.

앞으로 미국 주가가 오르더라도 투자자는 두 가지 점에 유의해야 한다. 하나는 기조 효과 등으로 상승률이 둔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낙관론(상승)과 조정론(하락)이 혼재한 만큼 변동성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 이후 지금까지는 주식이 ‘편한 투자’였으나 앞으로는 ‘불편한 투자’로 변한다는 의미다.

트럼프 당선 이후 국내 주가(코스피 기준)도 ‘기적’이라 부를 수 있을 만큼 큰 폭으로 오름에 따라 뒤늦은 ‘대세 상승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국내 증시 참여자 중 개인과 기관 투자자보다 외국인의 역할이 컸다. 트럼프 당선 직전대비 주가 상승률 10%, 환차익 7%를 감안하면 외국인 수익률은 17%, 연률로 환산하면 68%에 달한다.

국내 증시가 대세 상승기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외국인의 움직임이 관건이다. 하지만 이제는 ‘체리 피킹 매력’과 ‘환차익’이 줄어들어 경기회복 등과 같은 추가 유인을 제공하지 못하면 오히려 이탈될 가능성이 높다. 주가수익비율(PER)이 10배를 밑도는 한국 증시의 저평가 매력을 들어 대세 상승론를 제시하고 있으나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세 상승론 개념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삼성전자, 현대 자동차와 같은 시가총액 상위 몇 개 기업 위주로 코스피 지수가 올라간다면 대세 상승기에 진입한다고 볼 수 없다. 월가의 정의대로 대표지수(코스피와 코스닥)는 모두 오르고, 상승 종목도 상장기업 중 최소한 절반은 넘어야 대세 상승기에 진입했다고 말할 수 있다.

오히려 대외적으로는 미국 재무부 환율보고서(4월), 프랑스 대선(4∼5월), 선진 7개국 정상회담(5월) 등 올해 남은 상반기에 예정된 굵직굵직한 현안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단연 관심이 높은 것은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다. 때맞춰 환율조작 우려가 높은 일본과 중국, 그리고 한국에서 ‘동반 4월 위기설’이 급부상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고도의 협상 전략가다. 성공한 기업인 출신답게 참가자 모두가 이익을 취하는 ‘공생적 게임’보다 참가자별 이해득실이 분명히 판가름 나는 ‘제로섬 게임’을 즐긴다. 급부상한 ‘한?중?일 동반 4월 위기설’을 트럼프식 환율 게임으로 그 가능성과 결과(pay off?선물보따리 크기)를 추정해 본다.

트럼프 입장에서 한?중?일 3국을 대상으로 ‘환율조작’ 카드는 충분히 승산이 있는 게임이다. 일본 경제는 인위적으로 엔저를 유도하지 못하면 미국 버클리 대학의 배리 아이켄그린 교수가 주장한 ‘엔고의 저주(경기침체->엔고->수출 감소->추가 경기침체)’에 걸린다. 환율조작에 걸려 더 이상 엔저를 유도하지 못하면 가뜩이나 한계에 봉착한 ‘아베노믹스(아베 정부의 경제정책)’는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중국도 여유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위안화 환율로 본다면 현 수준(1달러=6.8위안대)이 ‘스위트 스팟(최적점)’이다. 트럼프의 위안화 절상요구를 받아들이면 수출이 둔화되면서 ‘경착륙’과 중진국 함정‘ 우려가 불거질 소지가 높다. 하지만 반발해 위안화가 추가 절하되면 외환보유고가 3조 달러 밑으로 떨어진 여건에서는 금융위기 우려가 불거질 가능성이 커져 절상될 때보다 더 부담스럽다.

한국도 중국과 비슷한 처지다. 원화 가치가 현 수준(1달러=1120원 내외)보다 더 절상되면 작년 성장률이 2%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구조적 장기 침체론’이 급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원화 가치가 절하되면 자금이탈 우려로 증시 등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으나 절상될 때보다는 여유가 있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달러 가치는 ‘강세’보다는 ‘약세’가 돼야 한다. 국익확보 차원에서 대외적으로 최우선순위를 두고 신속하게 추진하고 있는 보호주의 정책의 주목적은 무역적자를 축소시키데 있다. 미국 무역적자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한?중?일 3국의 자국통화 가치가 절하(달러 강세)되면 트럼프는 취임 초부터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현재 달러 가치는 부담스런 수준이다. 선진 6개 통화에 대해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0’대에 움직이고 있다. 호드릭-프레스콧 필터로 구한 장기 추세에서 3% 이상 고평가됐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계량모델인 ‘퍼버스(Ferbus=FRB+US)’에 따르면 달러 가치가 10% 상승하면 2년 후 성장률은 0.75% 포인트 떨어지는 것으로 나온다.

미국 경제는 ‘쌍둥이 적자’라는 독특한 특성을 갖고 있다. 달러 강세로 보호주의 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거두지 못해 무역적자가 커지면 재정적자까지 확대된다. 트럼프의 최악의 시나리오인 이런 사태가 벌어지면 ‘미국의 재건’을 목표로 계획하고 있는 또 하나의 야심작인 ‘뉴딜’과 ‘감세 정책’도 추진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게 된다.



트럼프로서도 부담이 큰 달러 강세를 용인해주려면 확실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 가장 많이 받아야 할 국가는 엔저가 되면 아베노믹스를 살릴 수 있는 일본이다. 트럼프 당선 직후 미국 방문에 이어 불과 3개월 만에 열렸던 미?일 정상회담에서 아베 총리가 풀어놓은 선물보따리 크기가 어마어마하게 컸던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과 우리는 위안화와 원화가 절하되면 부담이 있다. 트럼프가 달러 강세를 용인해준 대가로 치러야 할 선물보따리가 일본보다 작아도 된다. 하지만 환율조작에 걸려 위안화와 원화가 절상되면 그 부담은 절하 때보다는 훨씬 크다. 환율조작에 걸리지 않도록 치러야 할 대가는 분명히 있다는 의미다.

트럼프가 환율조작을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점을 근거로 안도하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지정요건을 기준으로 한다면 우리가 중국보다 더 불리하다. 작년 10월 환율 보고서에서 중국은 한 가지 조건(대미 무역흑자 200억 달러 이상)만 걸렸으나 우리는 두 가지 요건(대미 무역흑자 200억 달러 이상과 GDP대비 경상흑자 3% 이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정책당국자를 중심으로 ‘환율조작에 걸릴 가능성이 적다’고 무작정 넋 놓고 올해 4월 환율보고서를 기다리지 말아야 할 분명한 이유가 있다. 대미국 무역흑자와 과다한 경상흑자가 줄어들 수 있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제적인 조치는 해 놓아야 한다. ‘트럼피식 환율 게임’에 대응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한국 주가 모두 트럼프 당선 이후 큰 폭으로 떨어질 것으로 봤던 일부 국내 증권사 위주로 뒤늦게 제시하는 대세 상승론은 경계해야 한다. 오히려 국내 여건보다 상대적으로 괜찮아 보이는 ‘글로벌 종목(Global Brokerage)’에 관심을 둬야 할 때다. 국내 종목만 따진다면 내수보다 해외매출비중이 높은 기업 주식이 더 유망해 보인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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