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빙기 맞는 한·중 관계…'사드' 관련 업종 주가는

입력 2017-10-30 09:09  



지난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제) 배치로 중국 정부가 한국 제품에 대해 본격적으로 무역보복 조치에 나설 것인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는 적이 있었다. 2000년 마늘 파동으로 한 차례 ‘낙인 효과(stigma effect·안 좋은 추억)’가 있는 국내 기업인을 중심으로 이에 대한 우려가 의외로 크게 나타났다.



2011년 11월 중국은 어렵게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했다. WTO는 정치 군사 등 다른 목적과 무역 간 연계를 못하도록 한 것이 기본정신이다. 특정국에게도 ‘상호주의 원칙’을 들어 금지해 놓았다. 특정국에게만 허용하면 ‘스파게티 볼 효과(spaghetti bowl effect·삶은 국수를 사발에 넣으면 얽히고설키는 현상)로 공정한 교역질서가 흐트러지기 때문이다.

한국은 중국의 첫 번째 교역파트너다. 중국내 수입점유율만 보더라도 11%가 넘는다.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도 많이 이루어져 무역구조가 ‘기업 간(inter)’보다 ‘기업 내 무역(inter firm trade)’비중이 높아져 왔다. 섣불리 무역보복에 나설 경우 부과국인 중국의 피해가 의의로 클 수 있다는 의미다.

같은 맥락에서 주력 교역제품이 최종재냐 소재 부품이냐에 따라 무역보복 효과가 크게 차이가 난다.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대일본 무역수지가 만성적인 적자구조에서 단 한 차례도 벗어난 적이 없다. 소재 부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가공단계별 무역구조에서 중국과의 거래 내역을 보면 소재 부품 비중이 의외로 높다.

중국처럼 사회주의 국가의 성장경로를 보면 초기에는 노동, 자본 등 생산요소의 양만 단순히 늘려 성장하는 `외연적 단계`를 거친다. 이 단계에서 ‘루이스 전환점(농촌에서 더 이상 노동공급이 중단돼 임금이 급등하는 시기)’과 같은 한계에 부딪치면 그 이후에는 생산요소의 효율성을 중시해 성장하는 `내연적 단계‘로 이행되는 것이 정형적인 경로다.

사회주의 국가는 이 경로로 이행되는 과정에서 자산(특히 부동산) 거품, 물가 앙등 등과 같은 심각한 성장통을 겪는다. 중국도 이런 후유증을 걷어낼 목적으로 1차로 2004년 하반기부터 1년 6개월 동안, 2차로 2010년부터 긴축정책을 추진해 왔다. 특히 중국 정부는 물가를 잡는데 주력해 온 것이 다른 사회주의 국가와 다른 점이다.

하지만 긴축정책의 주 수단으로 삼았던 금리인상이 대내외 여건이 따르지 않아 실패했다. 1차 긴축기에는 의욕적으로 단행했던 금리인상이 때 맞혀 불어 닥친 증시 호황으로 국내 여신을 잡는데 한계가 있었다. 2차 긴축기에는 미국 등 선진국이 금리를 대폭 내리자 중국과의 금리차를 노린 핫머니가 대거 유입돼 부동산 거품이 더 심하게 발생했다.

당초 계획보다 길어진 긴축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금리인상->핫머니 유입->통화팽창->부동산 거품·물가 앙등->추가 금리인상’ 간 나선형 악순환 고리가 형성됐다. 이 때문에 금리 인상폭도 커져 실물경기마저 둔화되기 시작했다. 2016년 3분기 이후 성장률이 7% 밑으로 떨어졌다.

이때 추가로 긴축을 단행하면 곧바로 경기순환 상으로 ‘경착륙’에 추락할 위험이 높다. 중국 정부는 긴축정책을 추진해 자산거품과 인플레를 걷어내고 성장률(비행기)을 잠재수준(활주로)으로 착륙시켜 경제주체(승객)를 안심시키겠다는 것이 목적이었다. 시진핑 정부 출범 이후 이 목적 달성이 어려워지자 ‘글로벌 전략과 위안화 국제화 과제’에서 찾고 있다.

중국 정부가 사드 배치 이유만으로 한국 제품에 대해 직접적으로 무역보복 조치를 단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봤던 것도 이 때문이다. 무역보복에 나선다 하더라도 WTO내 분쟁해결기구(DSB)를 통해 시정이 가능하다는 시각도 나왔다. 자본통제라면 공공 베이스는 ‘파리 클럽’, 상업 베이스는 ‘런던 클럽’을 통해 조율해 나갈 길이 있었다.

상품과 서비스, 자본, 사람 등 4대 자유화 분야 중 국제규범 통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곳은 ‘달라이라마 효과’가 우려된다. 달라이라마 효과란 특정국 지도가가 달라이라마를 만나면 대중국 수출이 감소하는 현상을 말한다. 중국과의 경우 사람과 서비스 이동 분야다.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상용비자 제한과 한류행사 중단조치가 대표적인 예다. 상품 분야에서도 위생검역 등과 같은 비관세장벽이나 기술요건을 강화해 간접적으로 규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낙관론과 달리 작년 7월 이후 사드보복 피해는 의외로 컸다. 아모래퍼시픽 등 중국관련 주가는 평균 40% 이상 폭락했다. 현대자동차 등 중국 판매액도 절반가량 급감했다. 많은 돈을 들여 중국에 투자했던 기업도 철수했다. 유커의 한국 방문이 급감하면서 면세권을 어렵게 취득했던 백화점 업계는 ‘승자의 저주’에 빠졌었다.

리스크 이론에서 사드보복은 전형적인 ‘꼬리 위험(tail risk)’에 해당한다, 정치·경제·사회 현상은 특정한 평균치를 중심으로 대칭을 이루고, 평균치에서 멀어질수록 발생 확률이 낮아지는 종(鐘) 모양의 정규분포로 설명한다. 꼬리 위험이란 정규분포의 양쪽 끝 부문으로 확률은 낮지만 일단 발생하면 막대한 손실을 초래하는 위험을 말한다.



다행인 것은 최근 들어 한동안 얼어붙었던 한·중 관계가 빠르게 해빙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만기를 넘긴 통화스와프 협정이 극적으로 연장됐고 2년 만에 국방장관 회담도 재개됐다. 각종 한국 행사에 중국의 고위급 인사가 잇달아 참가하고 있다. 화장품·자동차·면세점·여행업종 등 중국관련 주가도 일제히 반등하기 시작했다.

피해액이 컸던 만큼 사드보복이 풀린다면 반사이익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 18기 당 대회를 통해 장기집권 기반을 마련한 시진핑 국가 주석은 등소평으로 비유된다. 등소평은 ‘도광양회(韜光養晦·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키운다)’를 강조한 반면 시진핑 주석은 ‘대국굴기(大國?起;경제위상을 널리 드높인다)’를 추구해 왔다.

대국굴기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시진핑 주석은 취임 이후 △홍콩 딤섬본드 기채 허용 △동남아 무역 위안화 결제 △역외 위안화 직거래시장 개설 △통화스와프 체결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 △중국형 국제결제시스템(CIPS) 구축 △위안화 국제통화기금 특별인출권(SDR) 편입 순으로 위안화 국제화 과제를 추진해 왔다.

작년말 기준으로 세계 실물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5%를 넘어 미국과 함께 ‘G2’ 체제(닐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는 ‘차이메리카’라 부른다)를 구축했다. 하지만 무역 등 국제결제시장에서 위안화 비중은 2%에 불과하다. 각국 중앙은행이 보유한 외화에서 위안화 비중은 1%에도 못 미친다. 가야할 길이 멀다는 의미다.

하지만 위안화 국제화 과제는 선진국을 대상으로 추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달러, 유로 등 선진국 통화는 국제결제와 각국 외환보유에서 위안화보다 더 높은 위상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질서에서 주도권 다툼까지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당분간 위안화 국제화 추진 대상국은 신흥국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신흥국에서 한국의 위상은 최상위권에 속한다.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11위, 무역(수출+수입)규모는 8위, 외화보유액과 시가총액은 각각 9위, 8위다. 20K-50M(1인당 소득 2만 달러, 인구 5천만명) 클럽에도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가입했다. 모든 세계 국가 중에서 10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외형상 경제규모만 따진다면 선진국이다.

위안화 국제화 과제에 한국이 빠진다면 상징성이 크게 줄어들고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가 힘들어진다. ‘스위트 스팟’이 빠진 던킨 도넛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기가 지난 통화스와프 협상이 어떤 반대급부 없이 연장된 것처럼 당장은 힘들겠지만 언젠가는 사드보복이 풀리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형성되는 배경이자 근거다.

분위기와 여건도 좋다. 다음달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 때 사드배치 당위성을 설명하고 사드보복을 철회해 달라고 정식으로 요청할 것이라는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트럼프 방중에 이어 열릴 아·태 경제협력회의(APEC)에서 시진핑 주석과 문재인 대통령 간 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경제의 중국 쏠림 정도는 지나치게 높다.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유커에 의한 윔블던 현상(윔블던 테니스 대회에서 자국 선수인 영국인보다 외국 선수가 우승하는 횟수가 더 많은 것에 비유된 용어)’도 심하다. 최소자승법 등을 통해 2014년 12월 원과 위안화 직거래 시장이 개설된 이후 두 통화 간 상관계수가 ‘0.8’에 달할 만큼 높게 나온다.

사드보복이 풀리는 여부와 관계없이 우리 무역과 기업 진출에 있어 중국 쏠림 정도를 시급히 줄여나가야 할 때다. 국내금융시장에서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유커 윔블던 현상도 완화시켜 나가야 한다. 그 방안만이 자국의 실리 관계에 따라 한순간에 바뀌는 국제정세에서 우리 경제의 독립성과 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길이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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