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사외이사 안건반대 '제로'…연봉 5천만원>

입력 2013-06-20 06:01  

금융당국이 이른바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을 통해 금융사 이사회와 사외이사의 역할을 재정립하겠다고 나서면서 15년 된사외이사제도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KB금융지주의 ISS보고서 사태나 외환은행의 하나고 출연 논란 등 최근 사외이사의 정체성에 물음표를 던지는 사건이 잇따라 터졌지만 지금껏 큰 변화는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1년에 10여차례 이사회를 열어 찬성표를 몰아주고 수천만원의 연봉을 받거나 사외이사가 서로의 연임을 도우며 '그들만의 리그'를 만드는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대증요법'이 아닌 근본적인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외이사제, '예스맨 리그'로 전락 사외이사제도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 도입됐다. 대주주나 최고경영자(CEO)의 독단적 경영을 견제한다는 것이 명분이었다.

하지만 15년이 지난 지금 금융권 사외이사제도는 정치권 혹은 경제관료 출신 인사들이 차지하는 '고수입 가욋일'이 돼버린 지 오래다.

전문성보다는 대주주 또는 CEO와의 인연이나 정부의 입김으로 사외이사 자리를차지하는 경우가 늘면서 경영진을 견제할만한 의사결정을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사외이사들의 결정은 대부분 경영진이나 정부당국의 입장에찬성표를 몰아주는 식이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금융지주사 사외이사들은 400여건의 안건을 처리하면서단 1건을 제외하고 모두 가결시켰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사외이사들이 이사회에서 주요 경영 현안에 대해 표결하기전에 수차례 만나 심층적으로 토론하기 때문에 막상 이사회에서 표 대결을 보이는일이 별로 없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사외이사들이 '브레이크'를 걸어줘야 하는 상황에서조차 찬성에 몰표가쏟아지는 상황이 바람직하지는 않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외환은행의 하나고 출연 결정이다.

외환은행은 지난해 10월 이사회를 열어 하나금융지주[086790] 김승유 전(前) 회장이 이사장을 맡은 자율형 사립고인 하나고에 기부금 257억원을 출연하는 안건을상정했다.

사외이사 8명 가운데 이사회에 참석한 7명 모두 안건에 찬성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는 하나고가 하나금융의 특수관계인이므로 계열사인 외환은행이 하나고에 출연하는 것은 대주주에게 무상으로 은행 자산을 넘기는 것을 금하는은행법에 저촉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결국, 외환은행은 출연을 사실상 백지화했다.

관료 출신 사외이사들이 포진한 이사회가 CEO가 아닌 정부당국의 입맛에 맞게찬성과 반대를 결정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KB금융[105560]의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가 사외이사들의 반대표로 무산된 것을두고 우리은행 인수를 위해 자금을 아끼라는 정부당국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해석이나오는 것이 그 예다.

◇낙하산 사외이사·회전문 선임 풍토 없애야 금융권 관계자들은 사외이사가 경영자 또는 당국의 거수기가 된 것이 인선 과정과도 관련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정관계 '낙하산' 인사들이나 장기집권한 CEO의 지인들이 금융권 사외이사직에눈을 돌릴 때, 금융회사들도 '외풍'을 막아줄 힘이 있는 인사를 찾아 눈을 돌리기때문이다.

일단 사외이사가 되면 본인이 사의를 밝히지 않는 이상 2번 연임을 포함해 5년연한을 꽉 채우는 것이 관례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 사외이사들이 포함돼 있고 이들 서로가 연임을 밀어주며 또 다른 의미의 '회전문 선임'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주총에서도 대부분의 사외이사들이 100%에 가까운 찬성률로 재선임됐다.

금융당국은 최근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각 금융사에 집행위원회 설치를 권고하겠다고 밝혔다.

집행임원들로 구성된 집행위원회가 경영과 관련된 의사결정 및 집행 기능을 하고 이들에 대한 감독은 이사회가 맡게 된다.

일각에서는 집행위원회 제도를 현재와 같은 이사회 모델의 대안으로 꼽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권고'에 불과한데다 경영과 관련된 의사결정 체계를 통째로 바꾸는모험을 할 금융사는 없어 보인다.

기관투자가나 예금자 대표가 참여하는 공익이사제, 사외이사의 임기 제한 등 강력한 규제가 나오지 않는 한 문제점이 되풀이될 것이라고 지적되는 이유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사외이사 제도가 유명무실해졌다는 점은 하루 이틀 지적된 문제가 아니므로 쟁점만 손보는 땜질 처방은 이제 '약발'이 다한 것 같다"며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외이사의 권한을 일부 제한하고 선임 방법을 다양화할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의 연봉은 평균 5천만원으로 비교적 높은 수준이다..

신한금융의 사외이사 1인당 보수는 올해 6천260만원이며 농협금융 5천200만원,KB금융 7천456만원이다.

president21@yna.co.kr cindy@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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