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성가 기업 키우면 반재벌 정서 사라진다"

입력 2015-01-01 11:00  

대한상의 박용만 회장 인터뷰 "새해도 팀코리아 뛴다""진입규제 풀어 일 벌이는 분위기 돼야 경제활력 살아"

'총 50회 탑승, 27만9천847㎞ 운항, 탑승시간 368시간55분.' 대한상공회의소 박용만 회장의 지난 한해 국제선 항공편 탑승 기록이다.

박 회장은 정상 순방외교의 경제사절단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가장 많이 수행한경제인으로 알려져 있다.

박 회장은 1일 을미년 새해 인터뷰에서 경제단체장으로서의 포부와 우리 경제전망, 현재 대기업들이 떠안은 숙제 등을 가감없이 풀어놓았다.

◇ "팀코리아에 박수쳐 달라" "외국에 나가면 우리를 '팀코리아(Team Korea)'로 대한다. 경제인들이 수십명씩한꺼번에 방문하는 건 한국만의 독특한 현상이기 때문이다. 팀코리아가 교역의 다리를 넓히고 반복된 집적 효과를 통해 우리 기업인들에겐 자리를 세팅해준다. 중소기업인이 혼자 힘으로 상대국 정부관료와 사업 파트너를 만나기가 얼마나 힘들겠느냐.

" 그는 지난해 순방국 중 최대 비즈니스 성과를 올린 우즈베키스탄을 예로 들었다.

그 나라에서 5조원 규모 프로젝트를 했는데 모든 정부 부처가 다 달라붙었다고한다. 해야 되느냐, 말아야 되느냐부터 파급효과는 뭐냐 등등 어마어마하게 점검을했고 국제경쟁도 엄청났는데 결국 우리가 이겼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국가원수끼리) 마지막 사인만 한 게 아니냐'는 등의 말을 들으면정말 섭섭했다고 한다.

정상들이 사인하려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조율을 해야 하는지, 짧으면 몇 달부터 길게는 몇 년씩 걸린 사례도 있는데 그런 노력을 정말 몰라준다는 말이다.

"어떤 기업이냐를 떠나서 (팀코리아의 수주는) 국민적으로 박수를 쳐줘야 할 일이다." 내년 2월이면 잔여 임기 1년8개월을 채우게 되는 그는 새해에도 세일즈외교를위해 시동을 걸 참이다. '그래도 한 번 더 해도 되겠는지 물어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지만 벌써 연임 후 더 바쁘게 뛰려고 준비하는 중이다.

◇ "20대 그룹에 자수성가 기업이 절반이라면…" 해를 넘기면서 재계를 블랙홀처럼 집어삼킨 이슈는 단연 '땅콩 회항' 사건이다.

박 회장은 '반 재벌 정서를 어떻게 불식시킬 수 있겠느냐'고 묻자 한참 고민했다.

"열쇠는 자수성가하는 사람이 더 많아지도록 도울 방법을 연구하는 데 있다." 대기업이 곧 재벌 2∼3세로 일반화하는 인식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쪽에 있는 상속받은 사람들을 억눌러서 될 일은 아니고, 반대로 자수성가형 기업을 키우는 것이 '솔루션'이라고 박 회장은 진단한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005380]가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커서 걱정이라고들 하는데 그게 두 회사의 잘못이겠느냐. 경쟁상대는 다 외국에 있는데…" 문제는 두 기업의 비중이 그렇게 커지는 동안 나머지 기업들이 크지 못한 게 취약한 점이라는 말이다.

즉, 기존 재벌을 억누르기보다는 자수성가하는 기업을 상대로 진입을 용이하게해주는 것, 투자를 쉽게 받도록 하고 자유롭게 성장하도록 풀어주는 것이 요체라고박 회장은 강조했다.

그는 "마음대로 들어가서 하게끔 진입규제를 과감히 없애고 그로 인해 자수성가기업이 20대 그룹의 반 정도 차지하게 된다면 정말 국가 경제에 활력이 생기고 몇몇재벌에 의존하는 구조가 바뀔 것"이라고 했다.

기회를 얻어 성장하는 기업인을 국가가 격려하는 체제를 만드는 게 궁극적으로반 재벌 정서를 사라지게 하는 방안인 셈이다.

◇ "팔다리 풀어놓아야 경제가 산다" 대한상의 수장 인터뷰는 역시 규제를 빼놓고 진행할 수 없다. 경제단체 중 규제개혁의 최전선에 있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1년간 꽤 성과가 있었지만 입법부에서 법을 바꾸지 않고 큰 규제 개혁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게 많진 않은 상황이다. 물론 디테일로 가면 잔 규제, 행태적 규제가 엄청나게 많다"고 말했다.

그는 "사전규제를 대폭 들어냈으면 한다"는 바람을 털어놓았다.

사전허가제 따위를 없애 진입을 최대한 자유롭게 해준 다음 지나친 일탈행위는사후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일단 일을 벌이는 분위기로 사회를 바꿔놓아야 한다. 우리 경제가재정·투자·경상수지 빼고 나면 내수만 남는데 이게 전부 서비스 산업이다. 그런데서비스 산업은 온통 다 진입규제에 막혀 있다. 큰 건 할 수 있는 게 없다. 팍팍 개혁해서 물꼬를 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좌우간 팔다리를 놔줘야 경제가 산다. 진입규제 없애고 노동시장 경직성은 풀어주고 하는 등의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 "한국 경제의 2015년, 마지막 골든타임" 국내 각 기관의 2015년 한국 경제 성장률 예측치는 3.5∼3.8% 정도이다. 결코높다고 기대할 수 없는 수치이다.

미국은 사실상 '싱글엔진' 역할을 한다. 미국만 5%대 성장률을 구가하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신흥국들은 한계상황에 봉착하게 된다.

현재는 유가 리스크, 지정학 이슈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상황이다. 일례로 중국은 시진핑 주석의 드라이브로 철강·시멘트·선박·판유리·IT소재 등 5대 산업 구조개혁을 하고 있는데, 우리 제조업 경쟁력의 침하 현상을 불러올지 우려되는 대목이라고 한다.

박 회장은 새해 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전국 단위 선거가 없는 2015년이 한국경제의 마지막 남은 골든타임이 될 것으로 관측했다.

박 회장은 마지막으로 한국의 기업문화 한 가지를 꼬집었다.

"우리는 '왜(why)'에 너무 인색하다. 무슨 지시를 해도 왜 해야 되는지 설명을해주지 않는다. 외국 기업인들은 더 잘해주기 위해 '와이?'라고 묻는데 한국에선 화를 낸다고들 한다." 기업문화의 경직성이 몰고 온 최근 여러 사태와도 무관치 않은 지적이다.

oakchul@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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