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삼성의 미래를 보다

입력 2016-01-11 14:00  

"비즈니스의 혁신을 이루는 장터…도전의 환경 갖췄다"스마트싱스·루프레이 M&A 성공사례…혁신의 피를 수혈받아오픈 이노베이션 지향…"열린 문으로 누구든 협업하겠다"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베이(bay) 지역의 남동권 주거도시 새너제이(San Jose).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출발하면 남남동 방향으로 101 하이웨이를 따라 승용차로1시간 남짓 걸린다.

삼성전자[005930] DS(디바이스솔루션) 아메리카(DSA) 헤드쿼터로 향하는 길 도중에 파란 로고의 인텔(Intel)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알테라(Altera)는 이제 인텔의 일부'라는 글귀가 로고 아래 쓰여있다.

세계 최대 종합반도체회사 인텔은 지난해 5월 칩 전문기업 알테라(Altera)를 167억 달러에 인수했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 몰아친 인수합병(M&A) 광풍의 정점을찍은 계약이었다.

반도체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Fabless) 기업 브로드컴 사옥을 지나니 시스코 사무실 바로 옆에 삼성전자 DSA(부품부문 미주총괄) 건물이 우뚝 서 있다. DS아메리카 본부라고 한다.

◇ 미래 30년의 아이콘 = 삼성은 실리콘밸리 심장부인 이곳에 지난해 8월 10층짜리 새 건물을 올렸다. 사방이 평지인 이곳에선 독보적으로 높은 건물이다.

1983년 판매개발법인으로 처음 미국 땅에 발을 내디딘 뒤 30년 만인 2013년 새건물 착공식을 했다고 DSA 법인장인 한재수 전무는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30년을 준비하는 아이콘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실리콘밸리는 두말할 것도 없이 글로벌 IT(정보기술) 산업의 중심지이자 혁신의현장이다.

5개 카운티, 39개 시티가 실리콘밸리에 속하는데 현재 115개 글로벌 IT 기업의헤드쿼터가 이곳에 몰려있다. 스탠퍼드를 비롯한 31개 대학이 밀집한 지역이기도 하다.

실리콘밸리는 1950~1970년대 록히드 등 방산업체들이 터를 잡았다가 PC의 시대였던 1980년대 IC(집적회로) 칩 회사들이 하나둘 모여들면서 지금의 형태를 이루기시작했다. 이후 인터넷의 시대를 지나 2006년 이후 소셜미디어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실리콘밸리의 애플, 구글, 페이스북 본사와 스탠퍼드대학은 관광코스로도 인기를 끌었으나 사람이 너무 많이 몰리자 현재는 엄격한 인원 제한 기준을 두고 있다고한다.

DSA 본부 빌딩에 함께 있는 삼성전자 전략혁신센터(SSIC) 손영권 최고전략책임자(CSO·사장)는 "실리콘밸리는 하나의 장터"라고 단언했다.

새로운 IT 에코시스템(생태계)을 만들고 비즈니스 모델을 거래하는 시장이라는얘기다.

전체 인구의 40%가 하이테크 산업에 종사하는 실리콘밸리는 백인이 37%로 가장많지만 두 번째는 30%를 점하는 인도와 중국인 등 아시아계다.

손 사장은 "이곳은 이민자가 많다. 다양한 사람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할 수있게 만드는 환경을 갖췄다"면서 "실리콘밸리에 대해 많은 사람이 오해하는 건 기술의 혁신만 일어난다고 보는 것인데 여기서는 비즈니스의 이노베이션도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 1천개 회사를 서치해 54곳에 투자했다 = 삼성은 2014년부터 실리콘밸리에서M&A를 하기 시작했다.

M&A의 목적은 단순히 '몸집'을 불리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IT 생태계를 주도하고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하겠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삼성전자는 루프페이(LoopPay)와 스마트싱스(Smart Things)를 인수함으로써 두가지 미래기술을 선점했다. 루프페이의 MST(Magnetic Secure Transmission)는 삼성페이의 핵심기술로 원용됐다. 스마트싱스는 삼성 IoT(사물인터넷)의 중요한 플랫폼이다.

손영권 사장은 "작년만 해도 1천개 넘는 회사를 서칭(검색)했다. 그중 54개 회사에 투자했다"며 "그런 과정을 통해 루프페이 같은 회사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SSIC가 있는 DSA 빌딩은 마치 반도체 3단 적층(트리플레벨셀) 칩 모양처럼 3겹의 층으로 쌓는 형태로 설계했고 건물 중앙을 텅 비워뒀다. 중앙의 공간은 '오픈'을상징한다.

R&D 지원팀의 남경우 부장은 8층 SSIC 사무실을 소개했다.

사무실에는 거의 벽이 없다. 전체가 다 뚫린 공간인데 오전 10시에도 빈자리가많다.

남 부장은 "여기는 완전한 플렉서블 근무형태"라며 "본사와 협업하는 엔지니어들은 한국 시간에 맞춰 오후 늦게 출근해서 밤늦게 또는 새벽 무렵 퇴근하는 경우도많다"고 귀띔했다.

그래서인지 오피스빌딩과 주차빌딩의 연면적이 엇비슷하다. 전체 수용인원이 2천명인데 주차장엔 차량 1천500여대가 들어간다.

혁신조직이라고는 하지만 50~60대 노장 엔지니어들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다음 달 50회 슈퍼볼 파이널이 열린다는 리바이스 스타디움이 눈앞에 바로 보이는 건물 옥상에는 깔끔한 정원과 텃밭도 가꿔놓았다. 사무실 곳곳에는 낮잠을 잘 수있는 냅(nap) 체어, 안마의자도 이채롭다.

◇ 삼성은 왜 실리콘밸리로 왔나 = 새너제이에 있는 DS 아메리카 빌딩에서 베이를 끼고 실리콘밸리 마운틴뷰 지역으로 이동하면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 건물이자리 잡고 있다. 역시 2014년 12월 완공해 1년 정도 된 신축건물이다.

마크 번스타인 전무는 SRA가 왜 실리콘밸리에 있어야 하는지 설명했다.

"세계 수준의 대학, 이 지역에 밀집한 파트너들, 매우 독특한 생태계, 그리고무엇보다 실리콘밸리에는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 필요하다고 믿는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번스타인 전무는 "스탠퍼드·버클리 등 여러 대학의 랩(연구실)은 물론이고 기업 쪽에서도 14개의 오토모티브(자동차·IT 융합분야) 랩과 교류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용재 부사장은 "이곳에서는 수많은 혁신적 콘셉트가 제품과 맞는지 검증하는작업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SRA에서는 삼성 스마트워치 기어S2의 돌아가는 베젤, 가상현실(VR) 360도 촬영카메라인 프로젝트 비욘드 등을 검증했다고 한다.

◇ 누구나 열려있는 문을 지향하다 = SRA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팔로알토(PaloAlto)로 이동하자 삼성이 2014년 8월 인수한 IoT 플랫폼 개발업체 스마트싱스 사옥이 나타났다.

삼성 글로벌이노베이션센터(GIC)의 대표적인 M&A 성공사례로 드는 곳이 바로 스마트싱스이다.

GIC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창업기업)의 혁신 기술과 인재, 벤처문화를 삼성에수혈하는 채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새해 인사에서 승진한 데이비드 은 GIC 사장은 "삼성은 오픈 플랫폼을 지향한다.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문"이라며 "앱 개발자이든, 소프트웨어 업체이든 누구든 이 창구를 통해 협업한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은 사장은 하버드 MBA와 로스쿨을 나와 AOL 미디어&스튜디오 사장, 구글 콘텐츠 파트너십 담당 상무를 거쳐 삼성에 합류했다.

GIC의 임원진은 미국내 여러 기업으로부터 수혈받았다.

유튜브 엔터테인먼트 그룹장을 지낸 마크 셔드로프 COO(최고운영책임자), 월마트닷컴 출신의 제이콥 렌지 사업개발·전략팀장, 오라클·엑센추어 출신의 김은석상무, 야후에서 온 에밀리 베처 엑셀러레이터팀장, 알토스 벤처스 출신의 브렌던 김투자그룹장 등 임원 면면은 철저하게 이질적이다.

데이비드 은 사장은 "야구팀에 3루수만 있다면 그 팀이 성공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GIC는 실리콘밸리의 것을 삼성으로 가져오는 문화적 변화주도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엔 한국 사람만 있는 것도 아니고 실리콘밸리의 엔지니어만 있는 것도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고 그들이 중요한 무엇인가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마치 여러가지 재료를 섞어 가장 맛있는 짬뽕을 만드는 것처럼"이라며 웃었다.

oakchul@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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