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성오 "'유머 1번지' 보며 배우 꿈꿨다"

입력 2013-06-30 10:58  


[김민선 기자 / 사진 김강유 기자] 장기 밀매, 연쇄 살인, 사채 그리고 조직 폭력. 한 배우 필모그래피가 이토록 독특한 경우가 과연 얼마나 될까?

그럼에도 작품이나 역할에 구애받지 않고 마치 제 옷을 입은 듯 연기하는 배우가 있다. 눈빛, 말투, 행동 등 세세한 부분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캐릭터에 녹아드는 그는 주연이 아님에도 주연 못지않은 미친 존재감을 과시하며 진정한 나쁜 남자의 매력을 보여준다.

이번 MBC ‘남자가 사랑할 때’(극본 김인영, 연출 김상호)에서 그는 자신보다 남들을 더 챙기는 의리남 이창희 역을 연기하며 또 한 번 특유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에 작품이 끝난 뒤에도 오랫동안 생각나는 배우 김성오(36)를 최근 서울 논현동에서 만났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배우만을 꿈꿨다는 김성오. 그의 연기력은 이처럼 하루아침에 완성된 것이 아닌 오랜 노력 끝에 빛을 보게 된 케이스다.

“원래 꿈이 배우였어요. 초등학교 때 ‘유머 1번지’를 보면서 ‘나도 TV에 내 얼굴이 나왔으면 좋겠다’ ‘나도 사람들을 웃겨줬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학교 다닐 땐 일부러 장난도 많이 치고 선생님이랑 친구들도 웃겨주고 그랬죠.”

하지만 SBS 드라마 ‘시크릿 가든’과 영화 ‘나의 PS 파트너’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작품 속 김성오의 모습은 어둡기만 하다. 이와 관련해 그는 “어떤 장르든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싶어요. 코믹이면 웃음으로 감동을 주는 거고 그게 아니면 다른 부분으로 감동을 주는 거고”라는 말로 자신의 이상을 설명했다.

2009년 SBS 공채 탤런트 출신으로 알려진 김성오는 사실 2000년도에 연극으로 데뷔했다. 오랫동안 일을 쉬고 있던 그는 우연히 방송사 공채 공고를 보게 됐고 이후 시험에 도전해 한 번에 합격하는 기쁨을 안았다.

“공채 기간 동안은 그냥 친구들 만나고 있다가도 내일 아침 몇 시까지 촬영이 있다고 연락 오면 가야 했어요. 물론 안 가도 되는 일인데 또 다른 일이 있어서 못 간다고 얘기해도 되는데 전 부르면 무조건 갔어요.”


연기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김성오는 주어진 역할에 거절하는 법이 없어 현재 쉼 없이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몇 년 동안 번듯한 휴가 한 번 가져보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자꾸만 연기에 욕심을 보였다.

“해보지 못한 캐릭터에 계속 도전해보고 싶어요. 세상에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많으니까. 굳이 어떤 장르를 정해 놓고 연기하는 게 아니라 그냥 작품 속 재밌는 캐릭터를 제 표현 방식으로 최대한 해보고 싶어요.” 

이번 ‘남자가 사랑할 때’에선 의리 넘치고 우직한 이창희 역을 열연했지만 그동안 영화 ‘아저씨’의 장기밀매업자 종석이나 SBS 드라마 ‘자이언트’의 악덕 사채업자 차부철 그리고 ‘싸인’의 연쇄살인범 이호진 등 강렬한 캐릭터를 연기해온 김성오.

이와 관련해 그는 “배우로서 일하고 있다는 게 중요한 거지 악역이라고 해서 내가 진짜 나쁜 사람은 아니니까, 욕을 먹어도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아요. 부담감도 전혀 느끼지 않고요.”라는 말로 천상배우의 모습을 보였다.


과거 35살이란 기준을 두고 그때까지 배우로서 인정받지 못하면 미련 없이 이 길을 포기하려 했다는 김성오. 그는 성공할 수 있을 거란 믿음 하나로 보란 듯이 목표를 이뤘고 이제 36살이 된 지금,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이젠 죽을 때 까지 연기하는 게 목표에요. 다만 어떻게 알차게 연기하느냐가 고민이죠. 어느 정도 경제적인 부도 축적하면서, 제 꿈의 숫자 100억을 만드는 순간까지 연기하고 싶어요.”

어떤 역할이든 매 작품마다 소름 돋는 연기를 펼치는 김성오. 믿고 보는 배우 중 한사람인 그가 바람대로 계속해서 감동을 주는 배우로 남아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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