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히스토리]어느 날 갑자기 화장품 구매가 어려워진다면?

입력 2014-02-11 11:06   수정 2014-02-11 11:06


[이슬기 기자] 어느 날 갑자기 화장품을 구매하기 어려워진다면 어떨까.

마우스 클릭 한번이면 뭐든지 구매 가능한 지금 시대에는 상상조차도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과거에는 지금과 같은 교통도, 물류 시스템도, 심지어 물량조차 제대로 갖춰있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경우가 보통이었다.

과거에는 화장품을 구매하는 것이 예삿 일이 아니었다. 화장품을 갖고 싶다고 생각한들 그것을 파는 이가 어디에나 있는 것이 아니었고, 더욱이 있다 한들 정확히 그 제품을 가지고 있으리란 보장도 없었다. 정말 갖고 싶은 화장품이 있다면 그것이 마을까지 들어오기를 마냥 기다리거나 저 멀리까지 발품을 팔아야만 했다.

화장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이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도 가시화되면서 화장품 시장에도 점차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이 도입됐다. 찾아가는 서비스는 물론 다양한 제품들을 선보임으로써 소비자들의 발길을 붙잡기 시작한 것이다.

원하는 화장품을 손에 넣는데 채 한 시간도 걸리지 않게 되기까지, 우리나라 화장품 유통망은 어떠한 과정을 거쳐 발달하게 되었을까.


지금처럼 물류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옛날에는 화장품을 바리바리 싸 들고 다니면서 이 마을 저 마을을 전전하는 것 외에는 마땅한 판매 방법이 없었다. 역사상 최초로 기록된 화장품 방물장수는 조선 숙종 때의 ‘매분구’로 연지, 분, 머릿기름 등의 화장품을 비롯해 거울이나 빗 같은 장식물과 반짇고리, 패물까지 잡다한 물건들을 가지고 판매하였다고 전해진다.

이후 본격적인 화장품 생산 시스템이 도입되기 전까지 화장품은 주로 남자의 손을 탔다. 1916년 판매된 ‘박가분’ 역시 남자 방물장수의 손에 의해 전국을 돌아다녔다. 방물장수의 수가 늘어나면서는 퍽 재미있는 광경도 연출됐다. 서로 간에 경쟁이 붙으면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북을 치거나 아코디언 연주 등을 하게 된 것이다. 요즘 말로 하자면 ‘만능 엔터테이너’였던 셈이다.

이후 태평양전쟁과 한국전쟁이 연이어 발발하면서는 화장품의 암흑기가 계속됐다. 먹고 입는 것, 그보다도 지극히 원초적으로 사는 것이 너무도 중요했기 때문이다. 전쟁의 상처가 아물기까지는 화장품을 판매하려는 이도, 구매하려는 이도 그다지 많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화장품 유통의 신 비전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방문판매’였다. 쥬리아화장품, 태평양 화장품 등의 화장품 업체들은 ‘아줌마’를 앞세워 소비자를 보다 가깝게 찾아가기 시작했다. 방문판매를 나선 직원들은 한국 아줌마 특유의 친화력과 화술로 빠르게 단골고객을 확보해갔고, 경쟁사들도 뒤이어 방문판매 조직을 구성하면서 화장품 유통 세력은 아저씨에서 아줌마로 완전히 교체되었다.

이후 1983년에는 부분적인 화장품 수입 개방이, 1986년에는 화장품 전품목에 대한 수입제한이 풀려 서양의 화장품이 급속하게 밀려들어왔다.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해외 브랜드의 새로운 상품은 여성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고, 이에 마냥 방판 아줌마를 기다리기보다는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이들이 늘기 시작했다.

해외 브랜드의 화장품은 대개 백화점이나 전문점을 위주로 판매되었다.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고 품질의 내용물과 화려한 케이스는 기존 여성들이 지니고 있었던 화장품에 대한 기대치를 급격하게 끌어올렸다. 화장품을 판매하는 직원도 보다 세련된 젊은 여성으로 변화하며 바야흐로 ‘고급 화장품’의 시대가 도래하게 된 것이다. 이에 자극을 받은 직판점 역시 소비자에게 미용과 마사지 서비스를 제공하며 브랜드를 어필해 보였다.


전자상거래의 상용화는 소비자들에게 화장품을 굳이 밖에 나가서 구매 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을 가져왔다. 줄 서 기다리는 번거로움이나 이리저리 돌아다녀야 하는 수고 없이 합리적인 구매가 가능하다는 이유에서였다. 향수와 같이 시향이 필요한 화장품은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현재 전 제품 영역에 걸쳐 온라인 구매의 퍼센트가 늘고 있는 추세다. 보다 많은 할인과 혜택을 누리기 위해 전문점에서 테스트 후 온라인 구매를 하는 이들도 많다.

온라인 영역의 역할이 커지면서 정보 역시 온라인으로 기울었다. 수많은 정보와 자료가 범람하는 온라인에서 업체는 소비자에게 보다 정확하고, 신속하며, 신뢰감 있는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브랜드는 각고의 노력을 쏟았다. 비 전문가의 허황된 정보 대신 MD를 내세워 타당한 정보를 제시했고, 쉽고 빠르면서도 정확한 정보전달을 위한 ‘사용 후기’ 메뉴도 활성화시켰다.

이 과정에서 또 다른 트렌드도 새롭게 생겨났다. 보다 좋은 제품을 찾던 소비자가 직접 화장품을 만들게 되기도 했고, 어떤 제품을 구매해야 할 지 모르는 초보들을 위해 직접 제품을 골라주는 ‘서브스크립션 커머스’가 생겨나기도 했다. 보다 합리적인 구매를 위해 소비자들끼리 뜻을 모으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온라인의 구매가 늘고 있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인 강세는 여전히 면대 면의 인적 판매다. 2012년 화장품 방판의 시장 규모는 2조 1,600억으로 추산되며 전국에 5,000여개가 포진된 브랜드샵의 규모 역시 그와 비슷하다. 그러나 공급과잉, 과다판촉 및 할인경쟁 등으로 현재 화장품산업은 정상적인 가격체계는 붕괴된 상태다. 이에 염증을 느낀 소비자들은 기존의 시판경로를 이탈해 보다 새롭고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 나서고 있다.

이제 소비자들은 ‘브랜드’라는 무형의 가치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깐깐하고 엄격한 이들에게 새로운 소비적 가치를 부여하는 것, 이것이 앞으로 브랜드가 집중해야 할 ‘스마트 소비’다. (사진출처: 아모레퍼시픽, 참고: 대한화장품협회/ 「한국의 화장품 역사」, 브리태니커/ 『화장품의 재발견』, 성신여자대학교출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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