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히말라야’ 황정민, 눈물로 일궈낸 뜨거운 여정

입력 2015-12-15 14:16  


[bnt뉴스 이린 기자 / 사진 황지은 기자] 장르를 넘어선 그의 도전이라고도 할만 했다. 아니, 그들 모두가 이뤄낸 결실이라고 하는 편이 좋겠다. 국민 배우 황정민이 든든한 지원군들과 함께 ‘히말라야’의 길고 긴 여정을 끝내고 돌아왔다.

영화 ‘히말라야’(감독 이석훈)는 히말라야 등반 중 생을 마감한 동료의 시신을 찾기 위해 기록도, 명예도, 보상도 없는 목숨 건 여정을 떠나는 엄홍길 대장(황정민)과 휴먼원정대의 가슴 뜨거운 도전을 그린 영화.

대한민국 영화의 역사를 돌아볼 때 유독 산악 영화는 드물다. 황정민의 가장 큰 고민도 그 곳에 있었다. 최근 bnt뉴스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히말라야’의 황정민을 만나 영화에 대한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눴다.


▶ 믿을 수 있었던 가장 큰 매개체…‘사람’

앞서 말한 것처럼 우리나라 영화에서 산악 영화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더불어 실화를 소재로 한 이야기인 만큼 ‘히말라야’의 선봉에 선다는 건 누구에게든 큰 도전이었을 것이다. 황정민이 이 큰 도전을 감행할 수 있었던 건 믿을 수 있는 사람들, 영화 ‘댄싱퀸’(감독 이석훈) 팀과의 끈끈한 인연이었다.

“‘국제시장’ 촬영 때 ‘히말라야’가 다른 팀들이랑 준비하고 있다가 잘 안돼서 ‘촬영이 된다, 안된다’ 하던 상황이었어요. 그때 제가 ‘국제시장’ 촬영 중 ‘히말라야’ 팀들에게 부산에 놀러 오라고 말했죠. 소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저한테 왠지 대본이 올 것 같은, 제가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 친구들은 그런 의도로 온 게 아니기도 했지만 우스갯소리로 절대 안한다고 했어요.”

“이후 ‘베테랑’을 찍고 있을 때 감독님께 제안이 들어왔어요. 전화를 받을 때 ‘나한테 인연이 될 수 있는 영화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역시 가장 큰 이유는 영화 ‘댄싱퀸’ 팀들이 같이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한 번 했던 팀들이 다시 뭉친다는 건 힘들잖아요. 그게 굉장한 매력이었습니다. 용사들이 뭉친 기분이었어요. 산악영화를 잘 모르지만 ‘해보지 뭐’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했다가 큰 코 다친 거죠.(웃음)”

10여 년 만에 산악영화가 탄생했다. 산악 영화의 레퍼런스가 될 작품이 없었던 만큼 ‘히말라야’는 유독 힘들었다. 리얼함을 강조하면서 실화의 감동 역시 고스란히 전해야했다. 황정민은 “아주 세세한 것들까지 답을 몰랐다”고 입을 열었다.

“다른 영화보다 특수한 상황이었어요. ‘고글을 벗어야 되는 건지 말아야 되는 건지’부터 해서 얼굴의 눈을 얼마나 묻혀야 되는 건지도 몰랐어요. 카메라 앵글 같은 건 어떻게 해야 더 위험하게 보이는지 전혀 알 수 없었어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세세하게 조언이 필요했습니다. 늘 많은 회의를 거치면서 ‘이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 ‘이렇게 해도 되냐’고 물으면서 촬영을 진행했어요.”


▶ 고생, 또 고생…‘그렇기에’

‘히말라야’는 경기도 양주, 강원도 영월의 채석장을 비롯해 네팔 히말라야와 프랑스 몽블랑 현지 로케이션 촬영을 총 5개월에 걸쳐 진행했다. 배우들을 비롯해 모든 스태프들이 네팔 히말라야에서 보름, 몽블랑에서는 열흘간 촬영에 돌입, 현지의 생동감을 그대로 전하기 위해 많은 위험을 감수했다. 특히 ‘히말라야’ 팀은 히말라야의 해발 4300m 지점까지 직접 올라가 촬영을 감행했다.

“진짜 보면 장관이죠. 사람이 굉장히 왜소해져요. 산 크기에서부터 오는 중압감이 엄청납니다. 처음에 몽블랑을 갈 계획은 없었는데 영월에서 모든 촬영을 하려고 준비를 많이 했을 때 날씨가 갑자기 더워져서 우리가 남자 허리 높이까지 쌓아 놨던 빙벽이 녹아내렸어요. 20년 만에 처음으로 영월의 영상 온도였어요. 0도 이하여야 눈이 붙는데 영상 7도에서 8도가 돼버리니까 촬영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몽블랑을 택했죠. 그렇지만 몽블랑을 간 게 우리에게 더 의미가 있었어요. 크레바스 등 엄청나게 많은 것들을 건졌어요.”

“네팔에서는 야크가 있어서 짐들을 실어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몽블랑에서는 짐을 실을 수 있는 환경이 없었어요. 몽블랑은 셰르파도 없었어요. 그 많은 장비들을 직접 다 메고 갔습니다. 묵었던 산장에서 내리막길 1시간 30분을 내려가서 촬영을 했어요. 설피를 신고 다니고 내려갔다가 산장으로 다시 올라가는 것도 고역이었습니다. 역할뿐만 아니라 현장의 대장으로서 제가 짐을 메고 가면 알아서 배우들도 자기들끼리 들었어요. 그런 식의 연속이었습니다.”


▶ ‘황정민’이 아닌 ‘엄대장’이었던 이유

작품 속 엄홍길 대장 역을 맡은 황정민은 현장에서도 팀을 이끌어 가야 하는 가장 큰 형이었다. 현장에서도 ‘황정민 배우’가 아닌 ‘엄대장’으로 불렸다는 그. 아무 사고 없이 이들을 이끌어 나가야된다는 책임감이 시작부터 크게 다가온 것이 사실이다.

“더 앞만 보고 가게 되고 미친 듯이 작업을 하면서 솔선수범을 해야 된다는 막중한 책임감이 컸어요. 당연히 저도 쉬고 싶고 힘들지만 힘들다는 말 한마디 할 데도 없고 저 혼자 삼켜야 되더라고요. ‘무너지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있는 힘, 없는 힘 미친 듯이 버텼어요.”

황정민이 열연을 펼쳤던 엄홍길 대장은 1985년 히말라야에 처음 올라 22년 동안 38번의 도전을 한 진짜 산쟁이 중 한 사람이다. 진짜 엄홍길 대장은 어떤 사람일까. 황정민에게 엄홍길 대장에 대해 묻자 “실제로는 잘 모르겠다”는 아리송한 대답이 돌아왔다.

“만나서 속내를 이야기하고 싶은데 잘 안 해 주세요. 술을 먹어도 잘 안 해주세요. 처음에는 ‘불편한가’ 그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작업을 하면서 점점 알겠더라고요. 우리는 촬영이지만 그들에게는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잖아요. 진짜 사고가 나서 친한 동료의 줄을 끊어야하는 그런 상황들이 분명 있으니까요. 인간이 초라해질 수 있는, 그런 말 못 할 전쟁과 같은 속내를 촬영을 하면서 느꼈어요. 엄대장님이 얼마나 외로웠을까 깨달았죠.”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엄대장님이 진짜 술을 잘 드셔서 늘 제가 먼저 취해서 답답했어요. 그래서 외적으로 슈퍼바이저를 해 주셨던 구은수, 김미곤 산악대장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 친구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엄홍길 대장님이 어떤 분이신지, 왜 이야기를 안하시는 건지 알아갔습니다. 어느 날 김미곤 대장에게 ‘왜 산에 힘들게 올라가느냐’고 장난 식으로 물어봤더니 도리어 ‘형, 배우 왜 하세요?’라고 물어보더라고요. 할 말이 없었죠.”


▶ “‘할 수 있다’고 했지만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어느 현장보다 긴장감이 넘쳤고 황정민이 짊어 진 책임감도 막중했다. 힘든 현장이 계속 될수록 그가 남몰래 뒤에서 버텨내야할 시간도 길어졌다.

“대부분의 실제 촬영 현장은 오락을 하면서 농담을 했었죠. 그런데 여기서는 전혀 그런 상황이 아니었어요. 대장으로서의 몫도 더 커져 모든 것들을 해야 되더라고요. 그런데 어느 순간 너무나 좋아하는 동생들인데 왜 동생들의 대장을 해야 되는지도 모르겠고 스스로에게 자괴감이 들더라고요.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하고 있지’ 생각이 들었어요. 특수한 상황이니까 해야 되는 책임감인가 싶기도 하고요.”

“굉장히 외로웠어요. ‘할 수 있어’라고 했지만 정말 힘들었습니다. 저 혼자 견뎌야 되는 거였어요. 우두커니 방에 들어오면 술을 마시고 울고 자고, 현장에서는 파이팅을 하는. 7개월 내내 그런 감정이었습니다. 일단 잘 해내야 되는 임무가 있잖아요, 그런데 더 이상 촬영이 없다고 했을 때 모든 걸 내려놓게 되니까 더 눈물이 나더라고요. 세트장 저 멀리에서 엄청 울었죠.”

하지만 황정민은 해냈다. 더불어 모두가 해냈다. 손에 꼽을 만큼 힘들고 긴 여정을 마친 국민 배우 황정민은 배우로서, 사람으로서 한층 더 성숙해졌다. 산을 오르고 내리는 산쟁이들의 인생 영화 ‘히말라야’. 그 속에 우리 모두의 삶도 투영될 수 있는 게 아닐까.

“저는 늘 ‘잘했다’는 이야기만 들었지 ‘잘못했다, 이상하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어요. ‘이상하다’고 들으면 저도 고치는데 말이죠.(웃음) 그러다보니 스스로를 판단해야 되는 시점이 분명히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차라리 해답을 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거잖아요. 특히 이번 작업을 하면서 그런 걸 많이 느끼다 보니 공부가 많이 됐어요. ‘그게 내가 가져가야될 짐이라면 그래야겠다’는 확고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히말라야’가 저를 많이 바꾼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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