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라이드셰어링, 정말로 택시시장 킬러인가

입력 2018-01-09 07:37   수정 2018-01-09 16:04


 기술의 발전과 산업 구조의 변화는 필연적으로 기존 사업자들의 위기를 불러온다. 내연기관차의 등장은 마차산업의 종말을 고했고, 자동 기계의 발전에 따른 대량생산 시대의 도래는 비숙련공들의 일자리를 앗아갔다. 혁신에 의한 생산적 파괴는 그래서 일반인들에게 기대감만큼이나 공포를 유발하기도 한다.

 최근 택시업계와 라이드셰어링 업체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택시업계는 라이드셰어링의 확대가 운송사업자가 아닌 사람이 시장에 변칙적으로 진입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일어난 '우버 쇼크'가 다시 한 번 우리나라에서 재현되는 모습이다. 개인이 등록한 차를 소비자와 연결, 택시 면허가 없어도 유료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버X는 전세계적으로 불법 논란을 불러왔다. 우리나라에서도 진출을 시도했지만 택시 업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치며 2015년 우버X 서비스가 종료된 바 있다.

 이번 논란은 카풀 서비스를 제공하는 라이드셰어링 스타트업들이 서비스 영업을 확장함에 따라 택시업계와 충돌이 발생하면서 시작됐다. 카풀 서비스 업체 풀러스가 지난해 하반기 시간 선택제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불법 논쟁에 불이 붙었다.

 기존 카풀 서비스는 통상적인 출퇴근 시간인 05~11시, 17~익일 새벽 02시 등 이용 시간을 제한해왔다. 그런데 풀러스가 '출퇴근 시간 선택제' 상품을 출시하자 택시 업계는 즉각 반발에 나섰다. 이 업체는 승용차 이용자가 자신의 출근 시간을 지정하면 하루에 두 번 4시간씩 카풀 인원을 모집할 수 있도록 했다. 택시 업계에선 이 같은 방식이면 24시간 동안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만큼 우버X와 다를 것이 없다며 정부가 즉각 제재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현재 여객운수법 81조는 사업용 자동차가 아닌 차를 유상 운송용으로 제공하는 것은 불법이다. 다만 81조 1항에선 출퇴근 시 승용차를 함께 타는 경우는 이동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에게 소정의 금액을 지급해도 법을 위반하는 것이 아니라고 예외 조항을 뒀다. 즉, 카풀에 한해선 운수사업자가 아니어도 이동서비스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몇 년 사이에 IT 기술의 발전과 맞춤형 이동 서비스의 수요 증가 등에 힘입어 여러 스타트업들이 카풀 플랫폼을 출시, 운영할 수 있었던 법적 근거도 81조 1항에 있다.

 택시업계측은 출퇴근 시간에 카풀을 허용하는 건 말 그대로 예외조항이기 때문에 통상적인 출퇴근 시간 외에 카풀을 허용한다는 건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풀러스를 위시한 스타트업 업계는 법 조문으로 출퇴근 시간이 명시된 바 없기 때문에 해당 서비스가 위법이 아니며, 최근 탄력근무제 확산과 다양한 자영업자들의 영업 행태 등을 고려했을 때 이 같은 방식이 소비자들에게 보다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우리나라 택시가 공급 과잉이란 것은 모두가 잘 알고 있다. 정부에서도 지난 2015년부터 전국적으로 택시 감차를 위해 관련 법안을 정비하고 지자체별로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성과는 미비하다. 도로 위에 너무 많은 택시가 있다 보니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택시 기사들은 박봉에 시달리며 하루 10시간 이상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해야 생계를 이어갈 수 있다며 오래전부터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여기에 카셰어링과 라이드셰어링 등 새로운 경쟁 상대가 등장하면서 '생존을 위해서라면 투쟁도 불사하겠다'는 식의 비장한 분위기마저 감지되고 있다.

 스타트업 업계에선 '택시와 라이드셰어링이 공존할 것'이라며 날 선 경쟁구도를 피하려는 모습이 감지된다. 최근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소비자 1,3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라이드셰어링이 전면 허용되면 택시를 완전히 대체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10%만이 공감했으며, 71.7%(717명)의 국민들은 라이드셰어링이 허용돼도 택시와 라이드셰어링이 공존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여기에 라이드셰어링을 이용해보지 않은 소비자 1,000명 중 38.8%(388명)만이 라이드셰어링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라이드셰어링은 실험 단계로 택시와 경쟁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는 설명도 내놨다.

 라이드셰어링이 확대되면 택시산업이 정말로 위기에 빠질까? 업계 내부조사에 따르면 현재 라이드셰어링의 이용건수는 택시 이용의 1/1,000 수준이다. 여기에 공급 과잉인 택시가 퇴근길이나 심야 시간 등 특정 시간대엔 잡히지 않아 애를 먹은 경험을 한 사람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또 카셰어링이나 라이드셰어링의 등장과 발전은 이동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수요 자체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걸 방증한다. 직접적인 경쟁보다 현재 택시 서비스가 채워주지 못하는 틈을 새로운 서비스로 메꿀 수 있다는 얘기다.

 라이드셰어링은 대표적인 공유경제 사업이다. 공유경제는 기존에 공급돼있는 재화를 바탕으로 운영된다. 라이드셰어링이 활성화된다는 건 이미 판매된 자동차, 공급이 제한적인 주차장 등을 활용해 전 사회적인 효율성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택시 업계가 어려워진 이유는 라이드셰어링 등 신규 경쟁자의 등장 이전에 공급 과잉 등으로 사회적 자원 배분의 실패가 근본 원인이라 볼 수 있다. 국민의 혈세로 마련한 지원금으로 지탱하는 현재 택시 업계가 살아남으려면 소비자들이 납득할 만한 혁신의 움직임을 보여줘야 하는 이유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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