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기자의 사만모②] 바텐더 한지안, 멈출 줄 모르는 대회요정

입력 2018-12-18 20:50   수정 2018-12-21 12:17


[김강유 기자 / 사진 bnt포토그래퍼 윤호준] 사.만.모. 서울패션위크 취재 9년 차 기자가 ‘사심으로 만난 모델’들을 소개한다.

[G기자의 사만모①] 바리스타 한지안, 가슴에 태극기를 달기 위해 (기사링크)
[G기자의 사만모②] 바텐더 한지안, 멈출 줄 모르는 대회요정 (기사링크)
[G기자의 사만모③] 패션모델 한지안, 굳건하게 한 걸음 더 (기사링크)

연말 특집 [사만모] 1편에선 모델 한지안의 ‘바리스타 국가대표 도전기’를 만났다. 2편에서는 한지안의 두 번째 아이덴티티이자 일상에서 가장 쉽게 그를 만날 수 있는 ‘바텐터 한지안’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다.

1편에서 ‘바리스타 한지안’은 커피와 칵테일을 결합한 파트가 주종목이라고 했다. 바텐더 활동을 훨씬 오래 하기도 했고. 한지안의 바리스타는 베이스가 바텐더 일까.

“베이스를 굳이.. 많은 분들이 물어봐요. ‘넌 그럼 본업이 뭐냐?’ 저는 본업이 3개 다거든요. 근데 그렇게들 얘기하시더라고요. 굳이 직업이 하나여야 될 필요는 없잖아요.”

기자가 알기로도 바텐더 활동은 꽤 오랫동안 한 걸로 알고 있다. 그 동안 묻지 않았지만 내심 궁금했던 바텐더 입문 계기를 물었다.

“원래 청담동(바)에 5년 정도 손님으로 지내다가, 술을 먹던 사람에서 술을 만드는 사람이 됐어요.(웃음) 저는 사실 최종적인 건 모델 매니지먼트를 하고 싶은데, 소속 모델들한테 뭔가 다른 것들을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단 생각을 많이 하거든요. 그 중에 바텐더나 바리스타를 하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있다면, 그걸 제가 미리 해보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았어요. 일단 해봐야겠다 싶었죠. 워낙에 음료 만드는 걸 좋아하다 보니까 잘 맞기도 해요.”

“사실 생계가 좀 힘든 친구들도 있잖아요. 모델이 주기적인 수입이 있는 직업은 아니니까. 그 때 회사에서 바리스타나 바텐더로의 루트를 지원해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그래서 또 목표 중에 하나가 패션이랑 음료를 결합한 바를 내는 건데, 이걸 오픈 한다고 해도 오너인 제가 그 일을 잘 해야 믿고 따라와 주니까요.”


팬들이 한지안이라는 사람을 만나기 가장 쉬운 루트는 ‘바텐더 한지안’을 찾아가는 것이다. ‘바텐더 한지안’이 활동하고 있는 ‘아지트’는 어디일까?

“바텐더는 청담동에 있는 키퍼스라는 곳에서 근무를 하고 있어요. 대회도 하고 있고.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보통 월요일 빼고 다 있어요. 바텐더는 6명 정도 있는데 그 중에서 시니어입니다. 매니저님 바로 밑에. 굉장히 빨리 올라갔죠. 대회도 많이 나갔고. 타이밍도 좋게 잘 들어갔죠.(웃음) 바텐더 대회는 준비도 바에서 하고 있어요.”

모델 활동도 오래 했고 방송에도 나간 적이 있으니 애써 찾아오는 분들도 있을 법 했다.

“생각보다 찾아주시는 분들이 되게 많아요. ‘그분 맞으시죠? 머리 잘리신 분’ 이런 식으로.(웃음) 바에선 제가 ‘키퍼스의 요정’이죠. 저희 바 바텐더 중엔 저 혼자 여자고, 또 제가 엄청 성격이 밝기 때문에 분위기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닉네임도 써요. 영국에 있을 때 친구들이 지어줬던 로지(ROSIE)라는 이름을 써요. 저희 바가 ‘아시아 바 베스트 50’에 들어가 있거든요. 그래서 외국인 분들이 되게 많이 와요. 그러면 영어 이름으로 얘기를 하죠.”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생각해본 한지안의 일과는 이렇다. 저녁엔 바에 출근해서 업무를 마친 후 새벽에 바에 남아 대회를 준비하고, 낮에는 바리스타 대회를 준비하고, 모델 업무가 들어오면 시간을 쪼개서 모델 스케줄하고. 본인은 하루에 3~4시간 정도 자니까 충분하다고는 하지만 얼핏 생각해도 살인적인 일과다.

“생각하신 일과가 정확합니다.(웃음) 바에서 함께 근무하는 후배들이 누나는 언제 자냐고 신기해해요.”

이번엔 바텐더 대회에 대해 물었다. 바리스타 국가대표 선발전 이전에, 한지안은 꾸준히 바텐더 대회에 출전해왔다.

“바텐더 대회는 사실 브랜드 대회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바리스타 대회는 다양한 원료나 재료들 중에 직접 골라서 사용하는 건데, 바텐더 대회는 주최하는 회사(브랜드)에 따라서 대회가 나뉘어져요. 그리고 대회에서 콘셉트가 주어져요. 예를 들면 ‘클래식 칵테일을 트위스트하라’ 라거나 혹은, 어떤 사진을 보고 영감을 받아서 칵테일을 만들라거나. 그런 식의 미션이 주어지죠. 그러면 해당 브랜드를 공부하고, 미션과 브랜드에 대한 연관성을 찾아서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거죠. 준비 과정은 바리스타 대회랑 비슷한 것 같아요. 스토리텔링하고, 레시피 잡고, 프리젠테이션 짜고, 퍼포먼스 짜고, 연습하고.”

“또 바텐더 대회는 다양한 브랜드에서 주최하다 보니까 1년 내내 있다고 보시면 되요. 보통 대회에 나가면 참가 접수하고 파이널까지 한 달 반 정도가 걸려요. 그러면 저 같은 경우는 한 달 반하고 끝나고 바로 다음 대회 또 하고, 또 하고, 또 하고. 이렇게 넘어가는 거죠. 또 제가 ‘청담동 대회요정’이라고 불려요. 대회만 보면 눈에 불을 켜고 나간다고.(웃음)”


‘대회요정’이라 불릴 정도로 대회에 꾸준히 참가했던 만큼, 성적도 다양했을 것 같았다. 가장 성적이 좋았던 대회를 물었더니 ‘성적’보다 ‘만족’을 이야기했다.

“제가 가장 만족스러웠던 대회는 있어요. 모닌이라는 시럽 브랜드에서 하는 대회였는데요. 그 때는 기운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말하는 것도 술술 풀리고, 준비한대로 착착 진행되고. 근데 사실 연습을 많이 해도 실수할 때가 있잖아요. 모닌 대회인데 모닌을 안 넣을 뻔했어요.(웃음) 넣긴 넣었죠!”

“바리스타 대회는 순위가 나오는데 바텐더 대회는 안 나와요. 파이널 진출자와 아닌 사람들로 나뉘죠. 그리고 파이널 진출자 다섯 명 중에서 상위권 세 명만 뽑혀요. 저는 나간 대회에선 전부 파이널까지 올라갔어요.”

가장 만족스러웠다던 그 대회에서 만들었던 칵테일이 궁금했다.

“모닌 보틀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보틀을 보면 항상 꽃무늬나 덩굴이 있어요. 자연주의 같은 느낌이 있죠. 되게 클래식한 유리 보틀에 그런 프린트가 되어 있는데, 항상 볼 때마다 ‘저 보틀들을 다 모아놓으면 한 폭의 정원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그래서 콘셉트를 정원으로 잡고 모닌 장미 시럽이랑 앨더플라워 시럽이랑 정원의 뉘앙스를 낼 수 있는 술, 포도가 익어가니까 와인. 이런 것들을 섞어서 만들었던 칵테일이었어요. ‘모닌의 정원’이라는 이름이었죠. 그걸로 파이널에 올라갔어요.”

“파이널에서는 콘셉트가 ‘믹스 유어 오리진’이었어요. 고민을 했죠. 내가 잘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하다가, 아무래도 패션 쪽에 있다 보니까 보고 배운 게 이거라고 천연 염색 재료로 칵테일을 염색했어요. 치자를 활용했죠.”

바리스타 국가대표 선발전만큼은 아니더라도 대회를 준비하는 그 노력은 적지 않을 테다. 많은 노력으로 준비한 대회 칵테일을 일반 손님들도 만날 수 있을까?

“그럼요. 대회 칵테일을 찾으시는 분이 생각보다 굉장히 많아요. 메뉴에는 없지만 찾으시는 분들에게만 나가는 히든 아이템 같은 거죠. 사실 거의 모든 바에서 메뉴에 없는 칵테일을 주문해도 다 해줘요. 칵테일은 가짓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메뉴에 다 넣기 힘드니까요.”


바텐더라는 직업의 매력은 아무래도 본인만의 칵테일을 만든다는 점이 아닐까. 대회 칵테일 외에 직접 개발한 ‘한지안의 칵테일’을 추천 받았다.

“시즌 메뉴도 개발하고, 브랜드에서 협업 요청이 들어오면 같이 만들어요. 지금 제가 바에서 하고 있는 것 중에서는 ‘우쥬라이크유주(Would you like YUZU)’라는 게 있어요. 네이밍 센스가 귀엽죠? 겨울이니까 유자(yuzu)가 들어간 칵테일이에요. 일반적으로 생각하시는 것 보다는 약간 시원한 느낌이죠. 유자에 대한 이름을 어떻게 지을까 고민을 되게 많이 했어요. 제가 제일 귀엽게 지은 이름입니다.”

“가장 애정하는 저의 시그니처 칵테일은 아무래도 ‘모닌의 정원’이죠. 제일 공도 많이 들였고, 제가 원하는 느낌이 가장 잘 빠진 칵테일이라고 볼 수 있어요.”

사실 칵테일 바를 처음 찾은 손님들은 일반 메뉴와 달리 추상적인 칵테일 이름에 선뜻 음료를 선택하기 힘들 때도 있다. 도전이 힘든 초보들은 그나마 이름이 많이 알려져 있는 대중적인 칵테일들에 손이 가기 마련. 이제는 뻔한 것보다 색다른 걸 도전해보고 싶다면, 바텐더 한지안이 칵테일 입문자들에게 추천하는 음료를 만나보자.

“음... 사실 클래식 칵테일들은 굉장히 많죠. 우리가 뻔히 아는 마티니, 멘하탄 같은 것들을 빼면... 여성분들은 ‘모스코뮬’이라는 칵테일을 많이 좋아하세요. 모스코뮬은 라임이랑 생강이 들어갔는데, 거부감 있는 생강 맛은 아니에요. 마시는 분들도 생강인지 잘 몰라요. 살짝 생강 향이 나고 시원하게 드시는 건데, 음료수 같아서 많이 좋아하세요. 남자 분 중에도 이것만 드시는 분도 계세요. 이것만 한 열 잔 드시고 가세요.”

“그리고 겨울에는 ‘핫토디’를 많이 추천해드려요. 레몬, 시나몬, 꿀, 이런 식으로 들어가는 건데, 따뜻하게 차처럼 마실 수 있어요. 그래서 이것도 많이 권해드리죠.”

커피와 칵테일. 어딘가 많이 닮은 듯 다른 음료다. 두 음료를 동시에 다루는 한지안에게 커피와 칵테일의 매력 차이는 무엇일까.

“있죠. 있죠. 저의 기준에서는, 커피는 뭔가 좀 더 섬세한 것 같아요. 재배부터 내 손에서 한 잔이 나오기까지의 시간이나 과정도 예민하죠. 원두를 따는 방식에 따라서도 달라지거든요. 최종적으로는 바리스타가 직접 세밀하게 줄 수 있는 변화가 훨씬 더 큰 거 같아요. 저는 조금 더 섬세한 친구라고 많이 표현해요.”

“그리고 칵테일은 바뀔 수 있는 스펙트럼이 많아요. 모델로 비유를 하자면 커피는 되게 예뻐서 흠집이 조금만 나도 ‘앙~’하는(?) 이런 스타일이면, 칵테일은 이 친구가 너무 괜찮아서 무슨 옷을 입혀도 잘 어울리는 거죠. 그런 차이가 있어요, 제가 봤을 때는.(웃음)”


‘마음 울적한 날엔 거리를 걸어보고 향기로운 칵테일에 취해도 보고~’ 2002년의 명곡 마로니에의 ‘칵테일 사랑’은 이렇게 시작된다. 울적한 마음을 달래주던 향기로운 칵테일 한 잔. 어쩌면 한지안도 칵테일 한 잔이 토닥여주는 작은 위로에서 시작해, 그 위로를 다시 전하고 있는 건 아닐까.

3편에서는 가장 익숙한 패션모델 한지안에 대한 인터뷰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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