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소서 장사' 성행…대입 뺨치는 로스쿨 입시

입력 2019-08-20 16:04   수정 2019-08-21 03:12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는 가운데 예비 로스쿨생들을 상대로 ‘자소서(자기소개서) 장사’가 성행 중이다. 로스쿨에 재학 중인 선배나 로스쿨을 졸업한 현직 변호사들에겐 쏠쏠한 아르바이트다. 사교육 업체들까지 각종 자소서·면접 대비 컨설팅 등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로스쿨 입시에서 평가 기준이 모호한 정성평가 비중이 높아지면서 마치 대학 입시에서의 ‘학종(학생부종합전형)’을 닮아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자소서 상담 한 번에 15만원

20일 법조계와 교육계 등에 따르면 지난 7월 로스쿨 입시의 필수 관문인 리트(LEET·법학적성시험)를 친 수험생들은 로스쿨 합격 자소서를 구하기 위한 ‘전쟁’에 들어갔다. 한 수험생 전용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작년 ‘SKY(서울·고려·연세대) 로스쿨’ 최초 합격 자소서를 판다”, “지방대, 직장인 나이 많은 수험생 합격 자소서를 사고 싶다”는 등의 글이 수십 개 올라온 것으로 확인됐다. 재학생 합격 자소서 한 장은 온라인에서 대개 1만~3만원에 거래된다.

사교육 업체들도 관련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한 로스쿨 대비 전문 인터넷강의 업체는 자소서 작성 특강을 판매 중이다. 자소서와 면접을 동시에 대비할 수 있는 ‘패키지 강좌’ 가격은 100만원에 육박한다. 서울 강남의 한 입시 컨설팅업체는 자소서 작성 전략 관련 상담 1회당 15만원을 받는다. 로스쿨 출신 현직 로펌 변호사에게 직접 자소서를 첨삭받을 수 있는 정규 컨설팅 프로그램 가격은 70만원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로스쿨 입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수험생의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며 “특히 고시생 출신이나 직장을 다니다 와 어린 학생들에 비해 ‘스펙’이 떨어져 자소서로 입시 결과를 뒤집어 보려는 학생들이 많고, 실제로 뒤집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이처럼 ‘자소서 장사’가 성행하는 이유는 로스쿨 입시에 대학 성적과 리트·어학 점수 등 정량 요소 외에 자소서와 면접 등 정성 지표의 비중이 날로 높아져서다.

서울대 로스쿨은 지난해 입시와 비교해 일반전형 1단계에서 자소서 등 서류심사 비중이 20%에서 40%로 두 배 뛰었다. 리트 전국 등수가 전체 합격권(2000등) 훨씬 밖이어도 서울에 있는 로스쿨에 합격하는 사례가 종종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선 로스쿨 재학생이나 현직 변호사들을 통한 자소서 대필도 암암리에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스쿨 입시 설명회 학부모들로 붐벼”

로스쿨 입시가 점점 대학 입시를 닮아가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요즘 대학가에선 신입생 때부터 미리 로스쿨 대비 학원 상담을 받고 자소서에 기재할 만한 봉사활동, 인턴 등 각종 ‘스펙’을 준비하는 게 유행이다.

서울 한 명문 로스쿨 교수는 “지난해 입시 설명회에 나갔다가 학생보다 학부모들이 더 많은 것을 보고 놀랐다”며 “마치 대입에서 부모들이 나서 학종을 대비하는 모습이 겹쳐 보여 한편으로 씁쓸했다”고 말했다.

사법시험 폐지 후 유일한 법조인 양성 기관이 된 로스쿨의 인기는 날로 치솟는 중이다. 로스쿨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리트 응시자 수가 처음으로 1만 명을 넘겨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전체 모집정원(2000명) 대비 경쟁률도 처음으로 5 대 1을 넘겼다. 내년도 로스쿨 입학원서 접수는 오는 10월 4일까지다. 논술시험과 면접 등을 거쳐 합격자는 11월 말부터 발표될 예정이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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