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of the week] 홍콩 시위…베이징에 대한 저항이 불붙고 있다

입력 2019-08-29 17:57   수정 2019-08-29 17:59


홍콩의 민주화 시위에 참여한 캐세이퍼시픽 항공사 직원 네 명은 이미 실직했다. 경찰은 앞서 평화적으로 진행됐던, 홍콩 빅토리아공원 시위 당시 그들의 규모를 제한하고 싶었을 것이다. 빅토리아공원은 10만 명 정도만 수용할 수 있다. 그러나 시위대는 공식적으로 시위를 시작하기 전부터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그들은 빅토리아공원에서 네 정거장 떨어진 센트럴 지하철역으로 몰렸고, 수백 명씩 모여 빅토리아공원으로 향하는 열차를 기다렸다. 그들이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거리는 너무 붐벼서 몇 블록을 걷는 데만 몇 시간이 걸릴 정도였다.

시위대 규모는 홍콩 센트럴 업무지구를 통과하는 것을 넘어 빅토리아공원을 지나가야만 정확히 집계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시위자들은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일명 송환법)에 대한 자신들의 반대 의견을 주장하기 위해 강한 결심을 하고 앞으로 나아갔을 것이다.

당시 평화 시위를 조직한 민주화 단체인 홍콩민권전선은 지난 19일 시위에 170만 명 이상 참가한 것으로 추산했다. 그것은 시위 참여의 위험성을 고려한다면 특별히 주목할 만한 숫자다.

일부 시위자들은 경찰과 깡패들의 손에 심각한 부상을 입기도 했다. 시위로 7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체포됐고, 일부는 10년형까지 받을 수 있는 ‘폭행’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중국 정부의 기업에 대한 압력 등으로 시위자들의 생계가 위태로워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당시 가장 주목받았던 대상은 홍콩의 대표적 기업 중 하나인 캐세이퍼시픽 항공사다. 홍콩노동조합연맹 의장이기도 한 베테랑 항공 승무원인 캐럴 응 씨는 “우리 항공사는 하루 운항에 3200명의 직원이 필요하지만, 약 1500명이 총파업 기간에 출근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중국 항공당국은 이번 시위에 연루된 캐세이퍼시픽 직원은 중국 본토로 가는 비행이 금지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캐세이퍼시픽 최고경영자(CEO)인 루퍼트 호그는 결국 사임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불법 시위에 참여하거나 지지하면 해고될 수 있다”고 강하게 경고한 데 이어 홍콩 정부를 강력 지지한다는 성명까지 발표했지만 CEO직에서 내려오게 됐다.

캐세이퍼시픽 항공사는 직원 네 명을 해고했다. 나는 이 사건과 관련해 존 슬로사 캐세이퍼시픽 회장에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링크트인 메시지를 통해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그는 이를 거부했다.

캐럴 응 씨는 이번 홍콩 시위에 대한 중국 정부의 압박을 이렇게 요약한다. “일하러 돌아가라, 입을 다물고 있으라.” 만약 주요 기업들이 이 같은 정치적 압박에 물러나야만 했다면, 그다음은 무엇일까. 중소기업 차례일 것이다. 중소기업 역시 강제 지시를 받게 될 것이고, 도시 전역에서 점점 더 직원을 해고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응씨는 그것이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나는 홍콩 사람들이 입을 다물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홍콩노동조합총연맹에는 19만여 명의 노동자를 대표하는 90여 개 회사가 참여하고 있다.” 응씨는 주말 시위 당시 모바일 메신저 와츠앱 메시지를 통해 “우리 조합에 참여하고 있는 회사 가운데 거의 70~80%가 시위 현장에 있었던 것 같다”고 썼다. 그중 하나인 홍콩 전문교사연합은 앞서 열린 교육자들을 위한 시위에 10만 명가량의 전체 회원 가운데 2만2000명이 참석한 것으로 추산했다.

홍콩 정부 관계자들은 시위로 인한 정치적 위기가 홍콩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한다. 지난 9일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캐리 람 홍콩행정장관은 “법 개정에 반대하는 시위 사태가 2개월째 이어지면서 홍콩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다”며 “많은 사람이 건설해온 이 사회가 도움이 되지 못한 소수의 사람 때문에 침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15일에 홍콩 정부는 경기 침체 리스크를 진화하기 위해 24억달러(약 2조9000억원)에 달하는 경기 부양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모든 납세자에 대해 2000홍콩달러(약 31만원)의 일회성 전기료 보조금을 주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

민주 정당 데모시스토의 아이작 청 부대표는 최근 인터뷰에서 홍콩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을 예상하기도 했다. 그는 “우선 그들(정부)은 두려움을 이용해 사람들을 지배하고 있고, 사람들을 유혹하기 위해 경제적 이득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전략은 중국 본토에서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중국 본토에서 정부는 국민의 동의가 아니라 국가적 번영으로 정통성을 얻기 때문이다. 청 부대표는 그러나 “홍콩은 더 가치 있는 민주주의, 자유, 인권 등을 이해한다”며 “중국 본토와는 문화적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시위대를 지원하고, 의료비 지급 등을 돕고 있는 자선단체인 ‘612 인도주의적 구호기금’의 신탁관리자 사이드 호 씨는 “홍콩 정부는 국민을 진정시키기 위해 돈을 나눠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홍콩 정부의 전기료 보조금 발표 뒤 우리 기금에 대한 기부금도 급증했다”고 전했다.

홍콩 사람들은 그들의 시위가 자신들과 도시 전체에 경제적 위험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 홍콩 시위에 참여한 29세의 케니 퐁 씨는 “경제는 정부에 대한 우리의 협상력이기도 하다”며 “우리의 슬로건은 ‘우리를 태우면 그들도 함께 탄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제=Dissent Against Beijing Is Becoming a Firing Offense

정리=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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