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계소문|670억 상환 위기 속 '양현석 YG' 소비의 딜레마

입력 2019-09-28 08:37   수정 2019-09-30 15:07


버닝썬 사태를 시작으로 그룹 빅뱅 전 멤버 승리와 양현석 전 대표 프로듀서의 성 접대 및 해외 원정 도박, 아이콘 전 멤버 비아이의 마약 의혹 등 각종 부정적 이슈로 수렁에 빠진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하락한 기업가치의 영향으로 주가가 반토막이 난 상황에서 투자금 670억 원 상환 기일이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K팝의 부흥을 이끌며 엔터테인먼트 3대장으로 명성을 떨치던 YG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에서 투자받은 610억5000만원의 상환 청구일이 채 한달이 남지 않았다. 5년간 연 2% 이자까지 합산하면 상환액은 약 670억원이 이른다. 오는 10월 16일이 YG 운명의 날인 것이다.

LVMH는 2014년 10월 산하 투자회사 그레이트 월드 뮤직 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상환전환우선주(RCPS) 방식으로 YG에 투자했다. 당시 LVMH는 옵션을 걸었는데, 상환전환우선주를 주당 4만3574원에 보통주로 전환하거나 5년 뒤인 시점에 원금에 연 2%의 이자를 더한 약 670억 원을 상환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는 상환 시점에 YG의 주가가 4만3574원을 넘길 경우에 투자금을 유지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이자까지 더해 투자금 약 670억원을 상환받는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YG가 투자금 상환 위기를 면할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이는 거의 희박하다. 올초부터 연이은 악재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한 탓이다. 지난해 말 4만8000원대까지 올랐던 YG의 주가는 승리의 버닝썬 사태를 시작으로 하락세를 면치 못하더니 궁극에는 2만원대 초반까지 떨어지며 반토막이 났다. 이미 핵폭탄의 카운트다운은 시작됐다. 이를 막기 위해 YG는 남은 10여일 동안 90% 가량의 주가 급등을 이뤄내야 하지만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예정됐던 신인 그룹 트레져13의 데뷔도 표류하고 있고, 핵심 아티스트인 빅뱅의 컴백도 윤곽이 드러나지 않는 등 반등을 이뤄낼 파급력 있는 이슈가 없다.

YG가 6월 말 발표한 재무자료에 따르면 YG는 현금·현금성자산 466억원, 단기금융자산 106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로 미루어 보아 670억원을 상환해도 바로 자금난에 빠지지는 않겠지만, 상반기 20억원의 영업손실과 큰 폭의 보유 현금 자산 축소가 맞물리면서 YG 투자에 대한 불안심리로 이어질 가능성은 농후하다. 당장 칼로 베어지는 운명은 아니지만, 밝은 전망을 내다보기 어렵게 만드는 분명한 타격이 가해지는 셈이다.


YG를 향한 대중의 부정적 시선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영업 실적과 직결될 수 있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불신과 분노의 중심에는 YG의 최대 주주인 양현석 전 대표 프로듀서가 자리하고 있다. 양 전 대표는 성매매 알선, 원정 도박 혐의로 입건돼 전국민적 공분을 샀다. 여기에 비아이의 마약 투약을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까지 더해졌다. YG는 범죄 집단이라는 오명을 스스로 자처하는 듯 했다. 특히 4개월간 진행돼 온 성매매 알선 의혹 수사와 관련해 '무혐의' 결론이 나면서 걷잡을 수 없는 반감을 사게 됐다.

대중의 분노감이 상승하니 이에 비례해 YG 주가도 올랐다. 지난 20일 여론이 들끓는 상황 속 양 전 대표에 대해 "입증할 객관적 증거를 발견할 수 없어 혐의 없음"이라는 경찰의 발표가 나오자 YG는 전날보다 7.32% 오른 2만4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2만2000원대를 유지하던 주가는 양 전 대표의 불기소의견 송치 소식이 전해지면서 급등하기 시작했고, 장중 한때 2만755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로부터 5일 뒤인 25일 구원투수로 악동뮤지션(AKMU, 악뮤)이 등판했다. 이들은 혼란스러운 소속사 상황과는 별개로 단숨에 국내 음원차트 1위를 독식했다. 앞서 컴백한 타 아티스트들은 YG 불매 분위기와 겹치면서 성적 면에서 기존의 화력을 100프로 발휘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이에 악동뮤지션을 향해서도 소속사가 독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탈YG'를 기원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와 관련해 이찬혁은 기자간담회에서 "팬들이 걱정하는 부분을 잘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음악에 집중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대중에 호감을 지닌 악동뮤지션을 카드로 꺼내들며 YG는 다시금 K팝 시장 내 훈풍을 타게 됐다. 반면 대중들은 훌륭한 아티스트가 좋은 노래를 들고 나왔지만 마냥 웃으며 즐길 수 만은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였다. YG 불매 운동의 불꽃이 다소 사그라들었다고는 하지만, 콘텐츠나 굿즈를 소비하면서도 재로 남은 양 전 대표의 혐의들이 찝찝함을 남기고 있는 것이다.

오는 29일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열리는 악동뮤지션의 청음회 '가을밤의 항해'에 참석할 예정이라는 한 K팝 팬은 "YG를 둘러싼 여러 혐의들이 아직 깨끗하게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긴 하지만 관련 없는 가수들은 정작 무슨 죄인가 싶다. 앨범을 사고, 노래를 들으면서도 이 돈이 YG로 흘러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다. 결국 YG의 배를 불려주는 것 같지만 어쩌겠냐. YG는 싫지만 YG의 음악은 좋다"고 말했다. 진정한 YG 소비의 딜레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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