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할 줄 몰랐는데…" 막다른 길에서 보내는 위험 시그널 어떻게 감지할까

입력 2019-10-16 14:12   수정 2019-10-16 16:03



"자살로 이어질 줄 몰랐다", "죽을 이유가 없는데 왜 죽었나".

최근 가수 출신 방송인 설리가 극단적인 선택으로 우리 곁을 떠났다. 5년 전 부터 자타가 공인할 정도로 악플에 시달려 온 그였지만 카메라 앞에서는 늘 꿋꿋하고 밝은 모습을 보여왔기에 그 충격은 더했다.

이처럼 자살한 사람들에 대한 보도를 접한 이들은 의외의 결과에 뜻밖이라는 반응을 보일 때가 많다.

전문가들은 "당신 같으면 동료들에게 내가 자살을 생각한다는 사실을 쉽게 얘기할 수 있느냐"면서 자살을 마음에 담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이 자실을 생각하거나 삶을 포기하려 한다는 것을 주위에 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하지만 자살 시도는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나는 행동은 아니다.

누군가가 자신이 겪고 있는 문제들이 점점 커져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자살을 막고 있던 가치의 영향력이 약해지면서 자실에 대한 생각을 떨치기 어려워지고 결국 자살을 계획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들은 자살에 대한 생각에 몰입하다가 그것만이 현재의 고통 또는 문제를 끝낼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결말에 이르게 되고 결국 자살을 시도하게 된다.

2011년 정신의학, 간호학, 사회복지학, 노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20명의 개발위원들의 도움으로 한국형 표준자살예방교육 프로그램 개발이 시작됐다.

한국형 표준자살예방교육 프로그램에 따르면 자살은 자살생각, 자살계획, 자살시도의 3단계 과정을 거쳐서 일어나게 된다. 이중 자살생각의 시기가 자살의 단계에서 가장 오랜 시간적 비중을 차지한다. 다시 말해, 자살을 시도하기 전에 자살에 대해 생각하고 계획하고 있는 사람을 발견하고 막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우리 주위에서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을 발견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이 보일 수 있는 신호를 하나씩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연구에 의하면 실제 자살 사망자의 70~80퍼센트는 죽기 전에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주변에 죽음을 암시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하지만 바꾸어 말하면 이러한 모습은 그들이 우리에게 보내는 절박한 도움의 신호일 수도 있는 것이다. 즉, 우리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를 알 수만 있다면 그것은 역설적으로 사람을 살리는 신호가 될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다짜고짜 '자살에 대해 생각하고 있느냐' 물어보는 것은 좀 당황스러울 수있다.

"요즘 얼굴도 많이 안 좋고, 말도 없어지고… 평소에 안 하던 지각도 하고…. 정말 많이 힘들어 보이십니다…. 이렇게 힘들어하는 경우 많은 사람들이 자살을 생각하기도 한다는데 당신도 자살을 생각하고 있습니까?"

또는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라고 생각한 적이 있나요?", "나만 없어지면 모두 편해질 텐데, 하는 생각이 든 적 있나요?"라고 물어볼 수있다.

만약에 누군가에게 자살에 대해 질문을 했을 때, "응, 나 죽고 싶어", "온통 죽고 싶은 마음뿐이야"라고 말한다면 '왜 그 많은 사람 중에 하필 나에게…'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또는 당황해서 "쓸데없는 생각을…"이라고 주제를 돌릴 수도 있다.

가장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오히려 화를 내거나 지나치게 충고하려는 태도다. 이러한 모습은 주로 상급자 혹은 선배들이 보이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전달하고 싶은 생각은 사라지게 된다.

흔히 범하게 되는 또 다른 중요한 실수는 섣부른 해결책을 제시하려는 것이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으며 해결책을 찾아주려고 하거나 섣부르게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은 우리에게 어떤 해결책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면 자살까지 생각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만약 우리가 충분히 들으려고 하기 보다는 섣부른 해결책을 제시하려고만 하는 것처럼 보인다면,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더 이상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 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누군가를 살릴 수 있는 도움이 되는 듣기의 핵심은 잘 들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주변이 시끄러운 술자리나 다른 사람의 존재가 의식되는 개방된 장소는 삶과 죽음에 대한 진지하고 심각한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그리고 물론 음주는 중단해야 한다.

그 다음은 적극적인 경청을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적극적인 경청이란 상대방이 하는 말을 그저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공감하고 살리겠다는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듣기와 물어보기를 적절히 사용하는 것이다. "많이 힘들었구나! 혹시 자살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거야?", " 언제부터 자살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야?", "그래도 죽지 말고 살아야 할 삶의 이유도 있지 않을까?", "내게 이런 이야기를 말해주어서 고마워"와 같은 말로 적극적으로 공감의사를 표한다.

그렇게 힘든 이야기를 어렵게 꺼낸 동료에게 하는 “내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어서 고맙다”는 말은 이 친구가 정말로 나를 생각하고 걱정해주고 있구나하는 공감을 전할 수 있으며 자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괜히 했다며 후회하기 보다는 고민을 털어놓아 후련하고 잘했다는 느낌을 가지게 할 수 도 있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의 상황이나 감정, 태도에 대해 내 임의대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내 생각에는 정말 사소한 일이지만 이 사람에게는 그것이 죽음을 생각할 만큼 힘든 일이 될 수도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나이가 어리거나 여성인 경우일수록 우울, 불안과 같은 공통요인 외에도 외로워하거나, 직장동료들을 비롯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싫어하거나 자신이 남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생각, 그리고 숨이 막히고 답답해서 질식 할 것 같다는 신체적 불안증상이 많이 나타난다.

반면에 나이가 많거나 남성인 경우에는 우울, 불안이라는 공통요인뿐 아니라 자신의 인생이 실패작이라는 비관적인 생각, 미래가 어둡고 희망이 없다는 부정적 인지가 특징적이였으며 직장에서 자신이 존중받지 못하고 자신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기회가 없다는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꼭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가 모든 문제에 책임을 지고 해결해야 하는 전문가는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주변인에게 뭔가 위험한 신호를 느꼈다면 단지 위기에 처한 동료를 전문적인 도움이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전문가에게 의뢰 및 연계시켜주기만 하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129 번호를 기억해야 한다. 24시간 위기상담 전화를 받는 곳이며 자살을 막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알려주자.

이계성 인천참사랑병원 원장은 "우울해지면 무기력하고 터널 끝이 보이지 않는 무력감, 무희망감이 들어 삶을 포기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으로 나타난다"고 진단했다.

이어 "우울증도 위험하지만 조울병은 감정 기복이 심해서 주변인들이 알아채기가 어렵다"면서 "기분이 좋거나 자신감에 넘칠 때는 노출이 심해지는 면도 있으니 면밀히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전화 ☎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 129, 생명의 전화 ☎ 1588-9191, 청소년 전화 ☎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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