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근의 데스크 시각]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집값

입력 2019-12-08 17:34   수정 2019-12-09 00:33

올해도 서울 집값이 급등하면서 신기록이 탄생했다. 1986년 집값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6년 연속 서울 아파트값이 올랐다. 내년에도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쏟아진다. 문재인 정부의 주택정책이 역대 최악이란 평가가 나온다. 역대 정부 주택정책과 비교해 무엇이 문제일까.

다른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에도 후한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 노무현 정부 때 2기 신도시인 판교 위례 동탄이 탄생했다. 외환위기 이후 공급 부족이 누적된 여파로 집값이 급등하자 발 빠르게 취임 첫해부터 신도시를 지정한 것은 칭찬할 만한 일이다. 효과는 정권 말기에 나타났다. 2007년 1분기를 정점으로 끝없이 오를 것 같던 강남 집값이 꺾였다.

근시안적인 주택공급 정책

그러나 불필요한 곳에 너무 많은 신도시를 지정한 것은 감점 요인이다. 김포 검단 옥정 등이 그런 사례다. 환경단체 반대 때문에 서울 근교에 신도시를 지정할 수 없었던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할 수 없이 서울 중심에서 40㎞나 떨어진 곳에 지정하다보니 두고두고 부담이 되고 있다. 검단 옥정 등은 아직도 미분양에 허덕이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공급 대책에도 공과가 있다. 그는 서울시장 시절 강북에 대규모로 뉴타운을 지정했다. 이들은 지금 인기 주거지가 됐다. 이곳마저 없었다면 강남·북 격차가 얼마나 더 벌어졌을지, 강남 집값이 얼마나 더 올랐을지 아찔하다. 그러나 대통령이 되면서 욕심이 과했다. 서울과 딱 붙은 곳에 보금자리주택을 대규모로 지정한 것이다. 시점이 나빴다. 노무현 정부의 대규모 주택 공급 효과가 나타나는 시점에 너무 많은 공급 계획을 내놨다. 더 나쁜 것은 분양가격이다. 시장가격을 무시하고 주변 시세의 반값에 공급했다. 이는 극심한 재고시장 침체를 유발했다. 외곽 2기 신도시도 초토화됐다. 서울 바로 옆에서 반값 아파트가 나오는데, 먼 곳에 있는 2기 신도시 분양이 순조로울 리 없었다. 신도시 개발 주체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부채는 118조원으로 폭증했다.

3기 신도시 교통망에 올인을

박근혜 정부의 공급 정책은 나쁘지 않았다. 재건축 규제를 대거 풀어 서울 시내 공급을 본격화했다. 필요한 곳에 필요한 주택을 공급했다. 그러나 길게 보지 못한 점은 아쉽다. LH의 신규 택지 공급을 중단시킨 것이다. 서울은 질은 고사하고 양(주택보급률 96%)도 부족한 상황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당장은 집값이 안정돼 있었지만 시간이 더 지나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강남 집값 잡기에 재도전 중인 문재인 정부는 노 대통령 시절의 실패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듯하다. 아직도 공급 부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전 정권의 규제 완화를 탓하면서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폭탄, 대출규제 등 수요 억제 위주로 정책을 펼쳤다. 재건축을 사실상 중단시켜 서울의 공급 부족을 심화시켰다. 과거에 그랬듯 다주택자 대 무주택자, 서울 대 지방 등 대결 구도로만 시장을 본 결과다. 3기 신도시 개발에 뒤늦게 나섰지만 2기 신도시가 그랬듯 서울 수요를 만족시키기엔 입지 측면에서 부족하다는 평가다.

아직 만회할 기회는 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3기 신도시의 핵심 교통망을 입주에 맞춰 확실히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 주요 업무지역에 30분 내로 접근할 수 있다면 충분히 서울 수요를 분산할 수 있다. 서울 재건축·재개발 규제도 과감히 푸는 것이 좋다. 당장의 가격 상승이 무서워 찍어누르기만 하다간 역대 최장 상승 기록을 10년까지 늘릴 수 있다.

tru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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