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共命之鳥 사회를 넘어

입력 2019-12-18 18:05   수정 2019-12-19 00:10

교수신문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공명지조(共命之鳥)’를 꼽았다. 공명조는 하나의 몸에 머리가 둘 달린 불교 경전 속 상상의 새다. 두 머리의 새는 하나뿐인 몸의 주인이 되려 싸운다. 두 머리 중 하나라도 사라지면 모두 죽게 된다는 사실을 망각한 싸움은 ‘공명’이 아니라 ‘공멸’을 향한 자살경쟁일 뿐이다.

우리 사회는 대한민국이라는 하나의 몸통에 너무도 많은 머리들로 갈라져 있다. 정치는 보수와 진보, 경제는 경영계와 노동계, 국토는 남과 북, 지역은 영남과 호남, 광장은 태극기와 촛불, 세대는 산업화와 민주화, 외교는 미국(친미)과 중국(친중)으로 갈라져 치열하게 싸운다. 말 그대로 공명지조의 대한민국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실시한 사회의식조사에 따르면 국민 92%가 이념 대립을 우리 사회 최대의 갈등요인으로 꼽았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국내총생산(GDP)의 27%인 246조원이 사회갈등 비용으로 지출된다고 밝혔다.

건강한 사회는 어떤 사회일까? 이념적 갈등이 없는 일원화 사회일까? 그것은 철저한 일당 독재에서만 가능하다. 이원화된 사회는 어떨까? 각 진영이 국익을 위한 대의를 중심으로 합리적으로 서로를 견제한다면 발전적 공생을 이어갈 수 있다. 반대로 양극단에 치우친 이분법적 사회는 극단적 대립과 갈등으로 서로에게 족쇄가 돼 사회를 마비시킨다.

우리가 지향할 것은 극단의 이분법적 대립에서 중도의 합리적 이원화를 모색하는 것이다. 나아가 세계화와 4차 산업혁명으로 촉발된 다원화 시대, 다변화 사회를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다.

정치권의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 우리 정치는 대한민국이란 한 몸에서 난 공명조와 같다. 상대를 죽여 모든 것을 차지하려다 결국 죽음을 맞이 할 수 있다. 공멸이 아닌 공명을 위한 새로운 리더십이 요청된다.

지금 쟁점인 법안들의 국회 논의를 지켜보면 마치 여우와 두루미의 식사를 보는 것만 같다. 여우에겐 접시에 담은 음식을, 두루미에게는 호리병에 담은 음식을 내어줘야 함에도 불구, 피차 먹을 수 없는 그릇에 음식을 담아내 왜 먹지 않느냐며 화를 내고 있는 형국이다.

다름은 척결해야 할 틀림이 아니다. 내가 선이라고 상대가 꼭 악인 것만은 아니다. 상대의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결국 우리는 대한민국이라는 한 몸 안에서 공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명조가 함께 사는 공생조가 될지, 함께 죽는 공멸조가 될지는 지금 우리의 정치에 달려있다. 정치는 전쟁이 아니다. 공명지조, 씁쓸한 우리의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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