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총선 앞두고…이익단체 '정치 세력화' 잰걸음

입력 2019-12-18 17:45   수정 2019-12-19 01:36


소상공인당 창당준비위원회는 지난달 6일 발기인대회를 열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정치 참여를 금지한 정관 삭제를 시도하다가 중소벤처기업부가 승인에 난색을 보이자 아예 신당 창당을 지원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소상공인당은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10석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이달 창당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주요 이익·직능단체의 ‘정치 세력화’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 수십만 회원의 ‘표심’을 앞세워 숙원사업 해결을 조건으로 내거는가 하면 직접 정치에 뛰어들겠다는 계획도 내놓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인협회는 21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의원을 배출하겠다는 목표를 공식화했다. 비례대표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 회원 가운데 지명도가 높은 인물 중심으로 공모를 받은 뒤 심사를 거쳐 여야 1명씩 추천하기로 했다. 김연태 건설기술인협회장은 “추진위가 각 정당과 접촉했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5월 일찌감치 총선기획단을 출범시켰다. 여야 6개 정당 지도부를 만나 의료계의 숙원사업인 진료환경보호법 제정, 원격의료 규제자유특구사업 중단 등을 요구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각 단체의 이해관계가 상충하면 정치 갈등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소상공인당 창당·의협 총선기획단…"비례대표 안 주면 票로 심판"
총선 앞두고 목소리 높이는 이익단체들


주요 이익·직능단체가 신당 창당과 비례대표 추진, 책임당원 가입 운동 등으로 정치 활동을 구체화하고 있다. 21대 총선이 4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회에 각 단체의 요구사항을 반영하려는 움직임이다. 조직력이 강한 이익집단의 요구가 ‘과대 대표’돼 다수 국민의 권리가 침해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치권에 목소리 높이는 단체들

18일 소상공인업계 등에 따르면 강계명 전 소상공인연합회 이사가 주도하는 소상공인당 창당준비위원회는 서울·수원(경기)·군산(전북)·광주(호남) 등 4개 지역에 시도당 구성을 완료했다. 이달 안에 창당대회를 열고 신당 창당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강 위원장은 “내년 총선에 가능한 한 많은 후보를 내겠다”며 “이념, 지역이 아니라 소상공인을 대변하는 정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도 정치 세력화에 나서기 위해 당원 가입 운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울개인택시조합은 승합차 호출서비스인 ‘타다’의 영업 정지를 요구하기 위해 모인 집회에서 ‘우리도 정치하자’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펼치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국철희 서울개인택시조합 이사장은 “우리를 따르는 후보는 선물을 받을 것이고, 거스르는 후보는 독약을 먹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의사협회 역시 총선기획단을 꾸리고 활동 폭을 넓혀가고 있다. 의협은 원격의료 규제자유특구 사업 중단을 비롯해 건강보험 수가 결정 과정에 의사의 목소리를 추가 반영하는 등의 사항을 요구하고 있다. 이필수 총선기획단장은 “총선 공약집을 만들어 각 당 지도부에 제시했다”며 “차기 총선에 의협의 요구사항이 반영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정책제안서 기획단을 출범시켜 치과 진료 접근성 강화 및 의료광고 규제 현실화 등을 중점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표심’ 앞세워 키운 영향력

내년 총선을 앞둔 만큼 각 정당과 국회의원들로선 이들 이익단체의 요구를 무시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예컨대 전국 택시만 약 27만 대다. 부양가족까지 합하면 100만 명 안팎이 택시업계와 연결돼 있다. 의협은 회원 1명당 책임당원 3명을 정당에 가입시키는 ‘1·3 운동’도 벌이고 있다. 의협 회원 수가 13만 명임을 감안하면 40만 명에 달하는 유권자 파워를 가지게 되는 셈이다.

이익단체의 ‘조직표’가 총선 결과를 가를 수 있는 만큼 이들의 요구를 얼마나 들어주느냐를 두고 정당 간 경쟁이 붙을 가능성도 높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관계자는 “대중은 파편화돼 있지만 이익단체는 조직화돼 있어 낙선운동을 펼칠 수 있다”며 “결국 현 선거구조 아래에서 이들의 요구를 듣지 않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특정 단체가 한 정당이나 의원의 선거운동을 공개적으로 지원하고 물밑에서 비례대표를 요구하는 일도 벌어졌다. 제갈창균 한국외식업중앙회장이 지난 5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내년 총선에서 비례대표를 꼭 주셔야 한다”며 사실상의 ‘지분’을 요구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업계이익 ‘과대 대표’ 비판도

주요 단체가 창당이나 비례대표 요구 등을 통해 정치세력화를 도모하고 있지만 실제 국회 진입을 준비한다기보다 이를 무기로 기존 정당에 영향력을 높이려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총선을 앞두고 최대한 정치 영향력을 강화해 요구사항을 총선 공약 등에 반영하려 한다는 뜻이다. 정치권 역시 이들의 표심을 무시하기 힘든 상황이라 ‘총선 공약’과 ‘정당 지지’를 주고받는 협상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조직력이 강한 이들의 목소리가 과대 대표되면서 총선 공약이 특정 세력의 이익만을 대변하게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익단체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정치 과정에서 조직화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대중은 결과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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