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뜨고도 못 피하는 '블랙아이스'…방지책 있어도 '막대한 예산' 걸림돌

입력 2019-12-21 07:00  

지난 14일 경북 상주-영천고속도로에서 차량 28대가 연속 추돌하는 대형 교통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6명이 죽고 1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고의 원인은 까맣게 얼어버린 빙판길 ‘블랙아이스’였다.

올 겨울 ‘깜짝추위’가 자주 찾아올 것으로 전망되면서 블랙아이스 사고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블랙아이스 현상을 막으려면 신기술 도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예산문제로 대책 마련이 쉽지 않아 보인다는 지적이다.


블랙아이스, 눈길보다 6배 위험

블랙아이스는 눈 또는 비가 내린 도로 위가 얇게 얼어붙는 현상을 말한다. 눈·비가 한차례 내렸다가 다시 기온이 갑작스럽게 내려갈 경우 자주 발생한다. 주로 다리 위나 산모퉁이 커브길 등에서 발견된다. 얇은 빙판에 포장도로의 검은색이 그대로 비쳐져 ‘블랙아이스’라는 이름이 붙었다.

블랙아이스는 해마다 겨울철 대형 교통사고의 주범으로 꼽힌다. 2018년 남해고속도로 17중 추돌사고, 2017년 일산대교 14중 추돌사고, 2016년 서해안고속도로 광천나들목 16중 추돌사고 등도 모두 블랙아이스가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블랙아이스는 마른도로와 구별하기 힘들기 때문에 사고날 확률이 눈길보다 더욱 높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4~2018년 블랙아이스 교통사고로 인해 발생한 사망자 수는 706명에 이른다. 같은기간 눈길 교통사고 사망자수(186명)와 비교하면 3.8배 많은 수치다. 눈이 내린 포장도로는 운전자가 속도를 줄여 사고에 대비할 수 있지만 블랙아이스가 낀 도로는 운전자가 육안으로 바로 구분할 수 없어 대비할 틈이 없다는 것이다. 사고를 유발하는 미끄러움도 눈길보다 더욱 심한 편이다. 블랙아이스가 생긴 도로는 일반 눈길보다 6배, 일반도로보다는 14배 더 미끄럽다는 게 한국도로공사의 설명이다.

교통전문가들은 "블랙아이스 때문에 차가 미끄러지면 브레이크를 밟는 것보다 운전대를 똑바로 잡고 최대한 직전하는 게 더 안전하다”며 "규정속도보다 20∼50% 감속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방지기술은 이미 존재, 문제는 예산

전문가들은 블랙아이스 방지를 위한 대책으로 도로 밑 열선매립을 제시하고 있다. 열선은 도로 상황에 따라 즉각 빙판을 녹일 수 있어 효과적이다. 하지만 설치비용과 전기요금 문제가 걸림돌이다. 영동고속도로 진부 1~2터널 출입구와 대관령 구간 일부 등에는 열선도로가 설치돼 있지만 강원도 외에선 찾아보기 힘들다.

전문가들은 도로결빙방지시스템 도입도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도로에 제설액 살포기를 설치한 뒤, 중앙관제시스템이 대기 상태를 측정하고 제설액을 뿌려 결빙구간을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현재 일부 상습 결빙구역 등에 사용되고 있다. 다만 500m 구간 설치에 약 5억원이 소요돼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과학계는 2016년부터 블랙아이스 방지를 위한 신기술 개발에 나섰지만 현재 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당시 미래창조과학부와 국토교통부, 산업자원부는 한국화학연구원 등 4개 기관 연구진과 상습 결빙 도로를 막는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그러나 방범용 드론개발 사업과 인공장기 3D 프린팅 개발사업에 밀려 연구개발 활동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을 중심으로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을 이용한 ‘노면온도변화 패턴 예측모형’ 개발은 진행 중이다. 한 과학정책 전문가는 “블랙아이스처럼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가 상당한데 관련 제도와 예산이 뒷받침되지 못한 일이 허다하다”며 “체계적으로 방지 기술을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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