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문제 학생은 없다"…'부적응 학생'에 끼 찾아주는 중앙예닮학교

입력 2020-01-21 17:53   수정 2020-05-09 21:09


지난 10일 오전 경기 용인의 중앙예닮학교. 방학식이 한 시간 앞으로 다가왔지만 본관 1층 소강당에선 이 학교 뮤지컬 동아리 학생들의 리허설 공연이 한창이었다. 한 대기업 초청으로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공연할 기회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무대 중앙에 선 청각장애 학생은 뚜렷한 목소리로 대사를 읊었다. 조명을 맡은 학생, 연출을 맡은 학생도 청각장애 학생과 수시로 눈을 맞추며 공연을 완성했다.

방학을 앞두고 누구보다 열심히 공연 준비에 나선 이들은 이 학교 입학 전까지만 해도 소위 말하는 ‘학교 부적응’ 학생들이었다. 2018년 개교한 중앙예닮학교는 의무적으로 전교생의 80% 이상을 부적응 학생으로 분류된 이들만 선발하는 인가형 대안학교다. 중학생과 고등학생이 한 캠퍼스를 이용하는 이 학교 학생들 대부분은 초·중학교 시절 학업 스트레스나 장애로 인한 어려움 등 다양한 이유로 이전 학교에 적응하지 못했다.

입학 초창기엔 학생들 대부분이 소극적이고 성적도 부진했다고 한다. 하지만 개교 3년째를 맞아 처음으로 중3·고3 학생이 된 1기 학생들의 평균 성적은 경기도 평균을 훌쩍 뛰어넘었다. 복도에서 뛰어놀고 눈만 마주쳐도 밝게 인사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부적응’이란 초·중학교 생활기록부 내용과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고명진 예닮학원(중앙예닮학교 학교법인) 이사장(사진)은 학생들의 변화 이유에 대해 “입시 위주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 개개인의 재능과 역량을 발굴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꾸린 결과”라고 말했다.

중앙예닮학교는 전체 교육 과정의 절반을 펜싱, 도예 등 일반 학교에선 보기 힘든 ‘대안교과’로 운영한다. 수학과 같은 일반 교과목을 절반으로 줄인 대신 학생들의 다양한 체험활동을 보장하는 것이다. 학년별로 중학교 과정 학급은 2개, 고등학교 과정 학급은 4개씩만 운영하기 때문에 소규모 프로젝트를 다양하게 수행할 수 있다는 게 학교 측 설명이다. 동아리 활동도 적극 지원해 교내 동아리만 40여 개에 달한다.

중앙예닮학교는 또 ‘인생 디자인’ 프로그램을 통해 입학 초기부터 학생의 진로 탐색을 돕는다. 인생 디자인 프로그램에서 학교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진로에 이미 진출해 있는 인사들을 ‘멘토’로 초청해 소개해 주고, 직업흥미검사 등 다양한 적성검사를 수시로 진행한다. 졸업할 때까지 반드시 책 100권을 읽는 ‘창의독서 100’ 과정도 지성과 창의성을 갖추기 위해 중앙예닮학교가 강조하는 프로그램이다.

고 이사장은 “손흥민 같은 선수에게 축구가 아니라 미적분 문제 풀이를 강요하면 부적응 학생이 양산되고 미래 인재를 죽이는 것”이라며 “문제 학교, 문제 학부모는 있어도 세상에 문제 학생이란 없다”고 강조했다.

용인=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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