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직의 신성장론] '5년 1%P 하락 법칙' 깨야 한국 경제가 산다

입력 2020-02-13 17:14   수정 2020-02-14 00:10

한국 경제는 성장률의 가파른 추락과 일자리 부족 문제로 곤경에 처해 있다. 지금이라도 성장 추락의 근본적 원인을 찾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진정한 성장정책을 실행하지 않으면 더 심각한 위기가 올 수도 있다. 경제성장이론의 관점에서 한국 경제가 직면한 위기의 원인을 규명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적 방향에 대한 논의의 시발점을 매주 금요일자 연재를 통해 제공하고자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국민의 일상생활까지 얼어붙게 하는 상황으로 번지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나라 경제에 미칠 충격파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하면 일정 부분 타격이 불가피하겠지만,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의 경험에 비춰볼 때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이고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

정말 심각하게 걱정해야 하는 문제는 지난 30년간 한국 경제의 성장을 지배해 온 ‘불길한 법칙’이다. 필자가 몇 년 전 논문에서 보고한 ‘5년 1%포인트 하락의 법칙’이 그것이다. 한국 경제의 진짜 성장 능력을 보여주는 ‘장기성장률’이 이 법칙에 따라 1990년대 초 이후 5년마다 1%포인트씩 규칙적으로 하락해왔다. 감속도 없이 미끄럼 타듯이 추락하고 있다.

이 경험적 법칙은 어느 정권에 의해서도 깨지지 않았고, 보수정권이든 진보정권이든 차이가 없었다. 성장률 추이를 10년 이동평균으로 계산하는 장기성장률은 이전의 7%대에서 김영삼 정부 6%대, 김대중 정부 5%대로 떨어졌다. 이후 노무현 정부 4%대, 이명박 정부 3%대로 정확히 1%포인트씩 떨어졌다. 이 법칙이 한국 거시경제 운행을 규정하는 가장 강력한 힘으로 작동해 온 것이다. 따라서 모든 경제정책도 이 경험적 법칙에 대한 이해로부터 출발해 수립됐어야 했다. 이 ‘뒷걸음의 법칙’을 어떻게 저지할 수 있을지에 집중했어야 했다는 뜻이다.

아니기를 바라지만, 이 법칙에 따르면 우리 경제의 장기성장률은 박근혜 정부에서 2%대를 지나 현재 1%대 중반(2020년 1.4%)을 통과 중일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현재 우리 경제의 진짜 성장 능력은 한국은행이나 정부가 생각하는 잠재성장률인 2%대 중후반보다 훨씬 낮은 수준일 개연성이 크다.

지난해 이전 4~5년간 한국 경제는 2%대 후반에서 3% 정도의 연간 성장률을 보였다. 그렇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가 주도한 이른바 ‘초이노믹스’로 대표되는 경기부양책 및 일시적 무역수지 흑자에 따른 착시효과를 제거하면 우리의 성장 능력은 그보다 훨씬 낮은 1%대 중반까지 이미 내려왔을 수 있다. 그렇다면 다음 정부 때는 0%대의 암울한 전망까지 가능하다.

세계적으로 보면 과거 6% 이상의 고도성장을 맛본 뒤 45년 이상 지속적 ‘성장 추락’을 경험한 나라가 6개국이 있다. 이 가운데 독일을 제외한 일본,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페인, 그리스 등 다섯 나라의 장기성장률이 0%대, 심지어는 마이너스 성장으로 추락했다. 한국은 ‘5년 1%포인트 하락의 법칙’에 따라 장기성장률이 이들 국가보다 훨씬 규칙적으로 하락해왔기 때문에, 혁명적 정책 변화 없이는 ‘제로(0%대) 성장’을 마주할 각오를 해야 한다.

만약 ‘제로 성장’이 현실화한다면 한국 경제는 이전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위기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장기성장률이 2%대까지 하락하면서 조선, 해운 등 한계산업과 한계기업 증대, 일자리 부족과 청년실업 증가 등 많은 경제적 어려움이 이전 정부에서부터 현실화하고 있다. 이 퇴행의 법칙을 깨지 못한다면 일자리 실종과 실물위기는 물론 금융위기까지 수반되는 복합적 위기의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 성장률이 0%대까지 하락하는 건 결국 우리 경제의 좋은 일자리 창출 능력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제조업 부문 일자리의 새로운 공급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청년 일자리 문제와 노인 일자리 문제가 동시에 더 악화될 수 있다.

결국 ‘5년 1%포인트 하락의 법칙’을 깰 수 있을지가 앞으로 한국 경제의 운명을 결정하는 화두가 될 것이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5년 1%포인트 하락의 법칙’을 막아내는 것을 국가 정책의 지상명제로 삼아야 한다. 이 무서운 법칙을 막아내고 성장률 추락을 반전시키기 위해 과연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 김세직 교수 약력

△서울대 경제학 학사·석사
△미국 시카고대 경제학 박사
△1992~2006년 국제통화기금(IMF) 선임이코노미스트
△2006년~현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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