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입국 차단' 안한 정부…신천지 상대 손배소송 잇따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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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2-25 15:39   수정 2020-02-25 15:57

'중국인 입국 차단' 안한 정부…신천지 상대 손배소송 잇따를까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중국인 입국을 제때 막지 않은 정부와 감염자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신천지측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가 잇따를 것으로 법조계는 전망했다. 다만 현재로선 중국인 입국과 감염 사이 인과관계를 밝혀내기 쉽지 않아 정부 보다는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을 촉발한 신천지측에 대한 피해자들의 소송이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장기적으로는 공장 가동 중단, 계약조건 불이행에 따른 기업간 민사소송도 잦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사태 때 병원에서 감염된 환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 판례를 참고하면, 코로나19 피해자 역시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지난 1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18부(부장판사 심재남)는 메르스로 사망한 80번 환자의 유족들이 국가,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가 2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반면 메르스로 사망한 104번 환자의 유족들이 국가와 병원을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 판결에선 유족들이 패소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두 판례 모두 국가의 과실을 인정했다는 점에 공통점이 있다”며 “유족의 정신적 피해에 따른 위자료 지급에 대해서만 차이가 있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19 사망자 유가족이나 피해자측이 피고측(정부나 신천지로 예상) 과실과 감염간 인과관계를 확실히 입증할 수 있다면 소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만약 정부의 역학조사 결과, 피해자들이 국내 거주 중국인에 의해 감염됐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정부가 일부 책임을 져야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채명성 법무법인 선정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는 대한의사협회의 중국인 입국 전면 차단 경고를 여섯 차례나 외면했다”며 “한달 전 다른 국가들의 중국인 입국 통제 사례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정부는 당연히 취할 선제적 조치 의무를 해태(게을리)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달 30일 세계보건기구(WHO)의 ‘비상사태’선포이후 중국발(發) 외국인 전면 입국금지에 나섰던 미국, 베트남, 대만 등은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진정세를 보인 반면, 미온적으로 대처한 한국과 일본은 확진자수가 폭증했다. 일각에선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이 추진되면서 중국의 눈치를 본 문재인 대통령이 입국금지의 ‘골든 타임’을 놓쳤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일 “중국의 어려움이 바로 우리의 어려움”이라며 “이웃 국가로서 지원과 협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또 지난 13일엔 “방역당국이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19는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법무부는 지난 4일부터 중국 후베이성에 대한 입국만 제한했을 뿐, 중국 나머지 지역의 입국은 허용해왔다.



하지만 현재까지 정부 과실에 대한 증거가 많지 않아 원고가 승소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대형로펌 한 변호사는 “중국인이 아닌 중국을 다녀온 한국인이 코로나를 퍼뜨렸을 수도 있고, WHO도 한달 전 쯤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에 대해 비판적이었다”며 “추가 증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정부에 정치적 책임은 물을 순 있어도 법적 책임을 묻긴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보다 신천지측의 손해배상 책임이 더 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세월호 국가배상 소송을 담당했던 홍지백 변호사는 “코로나 확진을 촉발시킨 신천지측은 사건 초기 명단 및 동선 공개에 대한 당국의 협조 요청에 미온적이었다”며 “신천지의 이러한 대응이 일부 피해자의 사망 원인이 됐다면 ‘과실치사’에 해당되기 때문에 당연히 책임을 져야한다”고 말했다.

신천지는 통상 자신의 신분을 숨기며 교회내 ‘간첩’형태로 포교 활동을 벌이는 데다 스스로 죽지 않는 다고 믿기 때문에 정부의 역학조사나 신고 요청에 미온적일 수밖에 없다는 게 사이비 종교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흥락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는 “신천지 확진자들이 정부의 조사를 거부하거나 속였을 경우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고 이들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도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공장이 가동을 멈춰 생산에 차질을 빚거나 제때 납품하지 못해 발생하는 손실에 대해서도 향후 기업간 소송이 잇따를 전망이다. 송태섭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코로나19가 계약을 정당하게 이행하지 못할 ‘불가항력’에 해당되는 지와 이에 따른 손해 책임을 누가 질 지를 두고 기업간 소송이 붙을 수 있다”며 “특히 국내 기업보다는 해외 기업과의 소송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회사와 조직원 간에도 손실 책임 소재를 두고 법적 다툼이 벌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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