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조현병 치료, 이제는 입원치료에서 벗어나 한 걸음 더 나아갈 때

입력 2020-03-10 13:59   수정 2020-03-10 14:01

코로나19 감염확산과 같은 사회, 경제적 위기가 닥치면 그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이 제일 먼저 희생된다고 한다. 청도 대남병원 정신과에서의 집단감염과 높은 사망률은 우리 사회에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분들이 어떤 처우를 받아왔는지 잘 드러내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세계에 자랑할 만한 우리나라 의료보험 체계에서 국민은 사회, 경제적 지위에 따른 차별 없이 최선의 의학적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정신질환을 앓게 되면 이런 혜택은 남의 나라 일이 되고 만다. 우선 병원에 방문하여 의사와 상담하는 횟수, 선택할 수 있는 약의 종류에도 제한이 많다. 그나마 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환자들의 경우 이런 제한이 비교적 빨리 풀린 편이지만, 정신질환으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의료급여 환자 및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에는 여전히 차별이 존재한다. 백혈병에 걸리면 경제적 지위에 관계없이 대학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받을 수 있으나, 조현병에 걸리면 그럴 수 없는 현실인 것이다.

이런 문제의식에 따라 정부에서도 차별을 완화하고 최선의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 2019년도에 정신질환으로 입원한 의료급여환자의 정액수가에서 약제를 분리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급여 수가개정안을 발표함으로써 정신질환 치료의 한 축을 담당하는 약물치료에 경제적 부담 없이 최신의 치료제를 사용하게 된 것이 대표적 성과이다. 특히 병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여 약물 복용을 거부하고 재발이 반복되는 조현병 환자들을 위해 개발된 ‘장기지속형 주사제(Long-Acting Injection)’의 처방이 가능해진 것은 중요한 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장기지속형 주사제는 한 달에 한 번 혹은 일년에 네 번 주사 투여를 통해 혈중 약물 농도를 유지하는 치료법이다. 매일 약을 복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 덕분에 입원 횟수와 입원 일수가 각각 48%, 54% 감소하는 등 높은 복약순응도로 인한 효과를 증명했다.

하지만 입원치료 환경에서의 차별과 격차는 여전한 상태이다. 의료인 한 명이 담당할 수 있는 환자의 수, 병원 내 감염예방을 위한 기준 및 필수 장비 등에 대해서는 의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데, 정신과 입원실은 대부분 예외로 인정되고, 필요한 사항을 정신건강복지법에 위임하고 있다. 언뜻 보기에 정신과 치료의 특성을 배려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적정진료가 아닌 최소의 비용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세워진 기준에 불과하다. 그 결과 대부분의 정신과 입원 환자들은 폐쇄되고 과밀한 환경에서 최소한의 의료서비스만을 제공받게 되었고, 의료인은 과중한 업무부담에 따른 소진현상을 호소하고 있다. 대남병원에서 정신과병동은 입원환자 거의 전원이 감염된 반면, 같은 기관에서 운영하는 일반 병동에서는 극히 소수만 감염되었다는 사실은 이런 차별적 제도 운영의 결과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번 대남병원에서 보여준 정신질환자의 열악한 입원치료 환경이 문제로 떠오르면서, 입원 치료의 대안으로 주목 받고 있는 치료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낮병동’이다. 낮병동은 환자가 낮에는 병원으로 방문해 다양한 치료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저녁에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출퇴근 형식으로 운영되는 프로그램으로, 입원치료를 통해 발생할 수 있는 업무적 부담을 줄이고 환자 스스로도 사회화 훈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낮병동 참여 환자는 매일 병원에 방문하기 때문에 질환에 대한 모니터링도 꾸준히 이루어질 수 있어 정신질환 치료환경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낮병동이 잘 운영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환자의 안정적인 상태 유지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약물 치료가 중요한데 장기지속형 주사제는 장기간 체내 약물 농도를 유지할 수 있어 환자가 보다 안정적인 상태에서 사회화 과정을 위한 치료에 집중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의료급여 1종 환자들 중 낮병동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입원 상태인 경우에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본인부담금 없이 투약할 수 있어 경제적 부담도 덜었다.

2019년 12월 정부는 ‘정신질환자 지속치료 지원 시범사업’을 발표하며 중증정신질환자의 치료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고, 금년에도 많은 부분에서 개선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진행 중인 코로나19 감염병 사태, 그리고 이후에도 반복될 것이 분명한 전염병 확산 사태를 예상한다면 이런 점진적인 개선과 변화를 기다리기엔 시간이 촉박하다. 지금은 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빠르게 정신과 치료환경, 특히 집중적 치료가 이루어지는 입원환경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검토해야 할 때이며, 그 변화는 다른 질병과는 별도의 기준을 적용하는 차별을 없애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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