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수' 연기금도 대형株에 물렸다

입력 2020-03-23 15:46   수정 2020-03-24 00:52

국내 주식시장이 출렁거릴 때마다 매수에 나서며 ‘소방수’ 역할을 해오던 연기금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폭락장에서 몸을 사리고 있다. 초기에 대형주 중심의 매수세로 대응했지만 낙폭이 커지면서 연기금조차 대형주에 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기금도 대형주에 물렸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민연금·우정사업본부 같은 대형 기관이 포함된 연기금은 이달 들어 20일까지 2조4489억원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의 순매도액 9조9995억원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이다. 8조4978억원을 순매수한 개인보다 몸을 사렸다.

연기금을 대표하는 국민연금이 매수여력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매수에 나서지 못하고 있어서다. 국민연금은 운용 계획상 올해 적립금 가운데 17.6%를 국내 주식에 투자하도록 돼 있다. 주가가 내려가면 자산 중 주식의 비중이 떨어지면서 추가 매수 여력이 생긴다. 연기금이 코스피지수 1900~2000선에서 매수세를 키웠던 이유다.

하지만 이후 코스피지수가 1400대까지 떨어지면서 연기금도 개인투자자처럼 대형주에 ‘물린’ 상황이 됐다. 연기금은 이달 들어 20일까지 삼성전자를 9521억원어치 샀다. 평균 매수 단가는 주당 5만100원이다. 23일 삼성전자 종가인 4만2500원 대비 손실률은 15.16%다. 연기금이 두 번째로 많이 사들인 종목은 SK하이닉스다. 3월 들어 20일까지 4309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연기금의 SK하이닉스 평균 매수단가는 주당 8만2340원으로 23일 종가(6만9400원) 대비 손실률은 15.71%다.

연기금이 3월 들어 100억원 이상 순매수한 44개 상장사 가운데 연기금의 평균 매수 단가보다 주가가 오른 종목은 엔씨소프트 셀트리온 아모레퍼시픽 세 개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손실률이 커지면서 국민연금이 운용 원칙상 위험관리를 해야 하는 수준이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공무원연금공단 등 연기금에 포함되는 기관 중 상당수는 국내 주식의 시장위험 한도가 내부운용 기준치를 넘어서면서 급히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연기금 포트폴리오 좇아볼까

증권업계에서는 코로나19 이후 반등장에서의 연기금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외국인이 돌아오고 연기금이 받쳐주면 주가 상승폭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바닥을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변동성장이 이어지다 보니 국민연금도 섣불리 저가 매수에 나설 수 없을 것”이라며 “시장이 반등하기 시작하면 국민연금이 본격적인 상승세를 주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기금의 폭락장 속 포트폴리오를 좇아갈 만하다는 조언이 따르는 이유다. 연기금은 시가총액 상위주 가운데 업황 회복이 기대되는 종목을 주로 담았다. 3월 순매수액 중 56.4%가 반도체 대표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인 게 대표적 사례다.

3월 들어 LG생활건강(805억원) 이마트(349억원) 호텔신라(324억원) 등 주요 유통 관련주를 순매수한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는 평가다. 유통주의 낙폭이 컸던 만큼 코로나19 사태 진정 후 ‘보복적 소비’에 따른 수혜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연기금이 SK텔레콤 SK 포스코 맥쿼리인프라 등 고배당주를 폭락장 가운데서 사모으고 있다는 점도 참고할 만한 투자 포인로 꼽힌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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