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공원 풀릴 곳…서울시 "청년주택 지어라"

입력 2020-03-23 17:27   수정 2020-03-24 00:45


서울시가 ‘도시공원 일몰제’에 따라 오는 7월 1일부로 공원에서 해제되는 사유지를 다시 공원으로 묶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토지 소유주들의 반발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남근린공원 등 공원으로 재지정하기 어려운 곳은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해 개발 행위를 억제할 방침이어서 논란이 더 증폭되고 있다. 토지 소유주들은 “위헌 판결이 난 후 20년간을 허송세월하고 명분만 내세워 사유재산권을 침해한다”며 집단소송을 예고했다.

“노른자 땅에 임대주택 지으라니”

서울시는 용산구 한남동 한남근린공원 등 이번에 일몰제에서 풀리는 일부 부지에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해 공공성을 확보하는 방식의 개발을 추진한다고 23일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청년임대주택 등을 넣고 부지 내 공원 비중을 최대한 늘리는 방안이 유력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남근린공원은 시가 매수해 공원화하기에는 재정 부담이 큰 데다 입지 여건상 다시 공원으로 묶기도 곤란한 땅”이라며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해 적절한 개발이익을 공공이 환수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 땅은 2만8197㎡ 규모로 2014년 5월 부영이 사들여 소유하고 있다. 올해 초 입주한 고급 아파트 나인원한남 바로 옆으로 전국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로 꼽히는 한남더힐과도 지척이다. 노른자 땅이지만 지금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상 공원으로 지정돼 개발할 수 없다.

서울시와 용산구는 당초 이 땅을 강제 수용해 공원으로 개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대규모 예산이 걸림돌이 됐다. 예상 매입비용은 지난해 기준 3400억원으로, 이 중 절반은 용산구 부담이다. 용산구 한 해 예산(5100억원)의 3분의 1에 이르는 금액이다. 서울시가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기로 한 배경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서울에서도 비싼 축에 속하는 땅에 청년임대주택을 짓도록 강요하겠다는 것은 임대주택 정책뿐 아니라 도시계획 측면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라고 말했다.

한남근린공원 문제로 서울시가 골머리를 앓는 것은 7월 시행되는 도시공원 일몰제 때문이다. 제도가 시행되면 토지주가 공원으로 묶여 있던 땅을 개발하거나 매각할 수 있다. 1999년 헌법재판소가 사유지를 공원·학교·도로 등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해 놓고, 20년간 사업을 시행하지 않으면 사유재산권 침해로 볼 수 있다고 내린 판결이 근거가 됐다.

토지주들 위헌 소송 나서

20년간 공원으로 묶여 있는 서울 시내 사유지는 38.1㎢다. 여의도 면적의 13배에 달한다. 공원일몰제 시행을 2년여 앞둔 2018년, 서울시는 부지 매입 등을 통해 도시공원을 지키겠다고 발표했다. 주택가나 도로와 밀접해 개발 압력이 높은 곳(2.33㎢,6.1%)은 ‘우선 보상지역’으로 정해 사들이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들어가는 돈만 1조3000억원이다. 서울시는 우선 보상지역 가운데 한남근린공원을 제외한 부지에 대해 6월 안에 실시계획인가를 받아 강제 수용에 들어갈 계획이다.

우선 보상지역 외 나머지 부지는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해 자의적 개발을 막을 방침이다. 건축물 신축이나 증·개축, 용도 변경, 토지 형질 변경 등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우선 개발을 막아놓고 향후 재정을 마련해 사들이겠다는 복안이다. 권기욱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미래 세대에 물려줘야 할 자연유산인 도시공원을 지키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했다. 도시자연공원구역 지정안은 다음달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토지주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전문 로펌을 중심으로 대규모 행정소송을 준비 중이다. 서울 시내 일몰공원 사유지 소유주는 약 1만6000명이다. 원호경 법무법인 센트로 변호사는 “사유지의 약 10%는 사업성 등 측면에서 심각한 재산권 침해 논란이 불거질 것”이라며 “개인 재산권을 지킬 필요성이 도시의 여가, 휴식공간 제공이라는 공익보다 법적 이익이 큰지가 쟁점”이라고 말했다. 강동원 법무법인 정의 대표변호사는 “도시자연공원구역 지정은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를 몰각하는 행정처분으로 위헌적”이라고 말했다.

명분만을 앞세워 지나치게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실장은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해도 사익과 공익의 조화와 균형이 필요하다”며 “재산권 제한에 앞서 매입비용 조달 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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