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TV] 건설사가 재건축·재개발 조합원 간 빼먹는 법

입력 2020-03-31 07:00  


▶최진석 기자
안녕하세요 집코노미TV 내집마련 특공대입니다. 재개발 전문가이자 100만 카페지기, 강영훈 부동산스터디 카페 대표, 그리고 영양가 있는 재개발기사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재개발 전문기자, ‘갭투자 사냥꾼’ 전형진 기자 모셨습니다.

오늘 시간엔 건설사 리스크에 대해서 얘기를 해볼게요. 전 기자, 건설사들이 재개발사업을 수주하기 위해서 과거엔 어느 정도나 했고, 현재는 과거보단 덜하겠지만 어떻게 하고 있나요?


▶전형진 기자
아웃소싱(OS) 요원들이 1대1로 만나고, 집집마다 찾아가면서 홍보하는 것도 있고, 그러면서 좀 찔러주는 것도 있고 그랬죠. 그런데 이게 최근에 약해지긴 했는데 그렇다고 없어지진 않았어요. 원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선 정해진 장소 이외, 또 기간 이외엔 개별적인 접촉을 하면 안 되거든요. 그런데 한남3구역의 경우 장소 이외에서도 접촉했고, 방문해서 건설사 직원이 아니라면서 티슈도 주고 가시고 그랬죠. 또 개별 건설사들도 서울 강남에 상설 모델하우스가 있습니다. 프리미엄브랜드 견본주택을 지어놓고 조합원들을 버스로 모시는 거죠. “자, 우리 여기 이렇게 지어놨습니다. 한 번 보세요. 선생님이 여기 사셔야 하잖아요.” 이러면서 홍보를 하는 거죠. “우릴 뽑아주면 이렇게 지어주겠습니다” 하면서 말이죠. 돌아가실 땐 당연히 쇼핑백 가득히 넣어드리고.

▶최진석 기자
OS 요원이라고 얘길했는데, OS 요원이 뭐예요?

▶전형진 기자
건설사 직원들이 직접 일일이 나가서 홍보할 순 없잖아요. ‘미생’의 장그래도 아니고. 외주를 주는 거죠. 그것만 전문적으로 하시는, 선거할 때 선거 도우미들이 있듯이. 그런데 그분들이 해야하는 미션이 뭐냐면 자기 담당 조합원들을 우리 표로 만들어야 해요. 우리 표로 만들기 위해선 하루이틀 만나선 되는 게 아니죠. 매일 같이 점심도 먹고, 차도 먹고…. 큰 사업장의 경우 OS 요원을 회사마다 200명 정도 두고 있는데요. 이분들이 조합원의 표를 사려면 하루이틀 만나선 안 되니까 자주 접촉하는데 과거엔 직접 돈을 주는 경우도….

▶최진석 기자
조합원이 돼서 건설사 사장님한테 큰절도 한 번 받고, 구름 위로 근두운도 한 번 타보고, 냉장고도 받고, 제주도도 가고, 이런 혜택 받아도 되는 거 아니냐는 생각 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요.


▷강영훈 대표
제가 시공사 수주전을 경험했는데, 사실 받았으면 달콤했겠지만 저는 전화오면 “녹취하고 있고 이 내용 그대로 감사원에 보낸다”면서 다 차단했습니다. 접촉을 아예 안 했습니다. 그런데 건설사들이 집요하게 찾아오는 건 맞습니다. 엄청나게 찾아오고요. 제가 생각할 땐, 디테일하겐 모르겠지만 시공사 수주전이 올해 있다면 적어도 1년 전부터 움직여요. 작업 자체는 훨씬 전부터 한다는 거죠. 조합엔 당연히 선이 닿았을 거라고 생각하는 게 조합원 리스트를 가져오려면 조합 말곤 올 길이 없잖아요.

▶최진석 기자
구역에 사는 것도 아니고 밖에 사는데.

▷강영훈 대표
초반엔 전화나 이런 것으로 참여하다가 나중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는 것 같은데요. 제가 느낀 건 정치랑 비슷해요. 표 계산을 해보는 것 같아요. 전화를 해 보고 이 사람은 우리 건설사에 호감이 있다, 없다로 나눠서 직접적으로 어느 정도 선에서 할 건지, 어떻게 접촉할 건지에 대한 구상을 하는 거죠. 사람도 갈립니다. 처음엔 이 사람, 다음엔 저 사람. 아무리 거절해도 달라붙습니다. OS 요원은 제가 처음이겠지만 저는 돌아가며 엄청 당하는 거죠. 그러다가 어느 시점 가면 이 사람은 학을 떼는 사람이라면서 연락이 안 와요.

건설사들이 계속 연락을 하다가 어느 시점에 가면 몇 개 회사는 떨어져 나갑니다. 제가 볼 땐 표 계산을 해보다가 수주전에서 이기려면 적어도 몇 백명 이상은 받아야 하는데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 경쟁사쪽으로 넘어갔다 싶으면 빠는 게 아닌가 해요. 물론 제 감입니다. 실질적으로 건설사들은 그렇게 디테일하나 조합원 하나하나를 작업할지 고민할 것 같습니다.

아는 분은 어느 건설사에서 찾아왔다고, “만나면 주면 50만원을 주겠다”고 했다고 합니다. 다음에 “또 만나면 또 50만원을 주겠다”고. 만날 때마다 50만원인 거예요. 그렇게 했단 얘기도 있어요.

▶최진석 기자
여러분은 지금 클린 조합원을 보고 계십니다. 단 한 번의 어떤 혜택도 받지 않은 우리 강 대표님.


▶전형진 기자
한남3구역의 경우도 비슷했는데 일단 공수표가 많이 쏟아졌습니다. 아무래도 경쟁이 심하다 보니까 서로 허무맹랑한 특화설계나 조건을 내걸었어요. “여기에다 백화점을 입점시키겠다”, “대치동처럼 학원가를 만들겠다”. 그리고 법에 임대비율이 정해져 있는데 “임대주택도 하나도 놓지 않겠다” 이런 제안들이 쏟아졌거든요. 아무래도 조합원들의 마음을 사야 하니까 금품이나 향응을 약속했다는 의혹도 나오긴 했었죠. 그래서 서울시가 이번에 아주 강력하게 조치한 게 재입찰을 진행하도록 했습니다.

▶최진석 기자
특화설계, 고급화 이런 걸 약속하면 조합원 입장에선 좋은 거잖아요.

▷강영훈 대표
어떤 문제가 있냐면 결국은 대안설계와 특화설계가 나오면 원래는 경미한 변경으로 기존 사업시행계획인가 안에 따라서 약간만 바꿔서 갈 수 있는 부분이 있어요. 그런데 도를 넘어서 큰 그림을 다시 그려서 조합원들의 마음을 홀리게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보면 조합원 마음이 움직입니다. 그럼 조합원들은 원안을 잊습니다. 그런데 이런 대안설계나 특화설계를 받아줄 수 있는 게 누구냐면 건설사가 아니라 실질적으론 서울시란 말예요. 서울시에 올라가서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가보면 다 커트가 됩니다. 그럼 나중에 가선 “건설사에서 대안설계와 특화설계를 해준다고 해서 뽑았더니 안 해준다”는 갈등과 비효율이 서울 전역의 정비사업에서 벌어지고 반복되고 있어요.

반복되고 있다는 건 구조가 잘못된 것 같아요. 공공관리제도 적용 자체가 불필요한 비용을 빼고, 사업시행계획인가가 난 상태에서 얼마나 저렴하게 지을지 시공사를 정해서 빠르게 사업을 가자는 취지였습니다. 그런데 시공사가 대단한 건 그 제도를, 조합원들의 마음을 새로운 설계로 뒤집어 엎으면서 정비계획 변경부터 다시 가게끔, 시공사를 선정하고 진행하면 되는 걸 정비계획 변경으로 가서 다시 사업시행계획 변경까지 가게끔 반복하고 있어요. 공공관리제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나, 이런 회의적 생각도 들어요.

▶최진석 기자
무엇보다 인허가를 다시 받아야 한다는 말이 무섭게 들리네요. 정말 기약이 없어지는 거잖아요.


▷강영훈 대표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은 흔히 ‘쌍팔연도’ 정치와 비슷하다고 하죠. 많이 걷혔다곤 하지만 어느 정도 있는 것 같아요. 왜냐면 하고 있는 업무들 자체가 돈과 연관돼 있잖아요. 기존 주택을 헐고 새 주택을 짓는 과정에서 이해관계가 있는 업체들을 선정해야 하는데, 그 선정에 대한 권한을 쥐고 있는 거잖아요. 콩고물이 떨어질 구멍들이 엄청나게 많이 열려 있는 거죠. 조합에서 사업을 추진하는 임원들에겐 그런 권한들이 있는 것이고, 그런 부분들 때문에 조합장 또는 헤드쿼터만 매수하면 건설사 입장에서도 사업을 쉽게 갈 수 있죠. 드러나진 않아요. 캐서 나올 때는 드러나지만. 그러다 보니 아무 문제가 없는 조합도 ‘해먹었을 거야’라는 말이 나오면서 흔드는 원인이 되기도 하고요. 그래서 정비사업의 조합원으로 참여한다는 건 힘든 일입니다.

▶최진석 기자
‘몸테크’가 느껴집니다.

▶전형진 기자
원래 과거엔 조합장님들 한 번씩 갔다오시는 게 관례처럼 여겨졌잖아요.

▶최진석 기자
어딜 가요?

▶전형진 기자
‘학교’에….

▶최진석 기자
아….

▶전형진 기자
밥을 드시는 학교에….

▶최진석 기자
‘큰집’이라고도 하고요.


▶전형진 기자
어쨌든 시장이 이렇게 너무 혼탁해지니까 아예 건설사가 정비사업에서 발을 빼는 사례도 있었어요. 삼성물산 같은 경우엔 원래 강남 재건축을 꽉 쥐고 있었는데 5년 전부터 아예 참여를 안 했거든요. 근데 요즘에 다시 신반포15차나 반포주공1단지 3주구에 참여했죠. 과거 서초 무지개아파트 수주전에서 삼성물산이 지고 나서 철수한 건 “이렇게 출혈 홍보하는 건 못 하겠다, 안 하겠다” 이거였어요. 국토교통부나 서울시에서 정비사업 수주전에 대해 단속을 많이 하다 보니까, 다른 건설사들이 그런 식의 홍보방식을 못 하니까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판단이 나오기 때문에 다시 강남 수주전에 뛰어든 게 아닌가, 이런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진석 기자
편법이나 불법적인 약속이나 조합원들을 혹하게 하는 전략이 아닌 아파트로는 자신 있다, 다른 걸 하지 않고 정면승부 하겠단 거네요.

▶전형진 기자
무기 없이 붙으면 이길 수 있다, 이런 자신감이 있었는데 그동안 이게 안 되다가 ‘이젠 다시 할 수 있겠는데?’ 이런 계산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최진석 기자
오히려 외곽으로 빠져서 건설사 경쟁이 심하지 않거나 조합원 숫자가 적어서 의견이 쉽게 모이는 곳이 좋을까요?


▷강영훈 대표
…전원주택 사세요. 뭐하러 빽빽한 서울에서…. 그런데 시공사 입장에선 이미 쓴 비용은 매몰비용이잖아요. 다른 사업장에서 쓴 비용들이 결국엔 이미 수주한 나머지 사업장의 공사비에 녹아서 일반분양이든 조합원이 나눠서 내야하는 비용이 아닌가 싶어요.

▶최진석 기자
돌고 돌아서 누군가는 지불해야 하는 비용인 거죠?

▷강영훈 대표
일반분양 계약자가 내든 조합원이 내든.

▶전형진 기자
그럼 시공사 수주 경쟁을 최종까지 갔다가 많이 떨어졌던, 그러니까 차순위 기록이 많은 건설사는 나중에 수주한 곳에서는 많이 당겨올 수도 있겠네요. 그동안 매몰비용이 많이 발생했으니까.

▷강영훈 대표
그건 저도 잘….

▶최진석 기자
전 기자는 조합원이 된다면 한 표를 어떻게 하겠어요? 강 대표님처럼 아예 행사를 하지 않는다든가.

▶전형진 기자
해야죠. 따져봐야 할 것 같은데요. 그동안 가장 약속을 잘 지켰던 회사. 추상적일 순 있겠지만 최초 제안했던 내용을 마지막까지 조합과 갈등 없이 무사히 준공한 이력이 많은 회사가 좋겠죠.

▶최진석 기자
그렇죠. 아무래도 무리한 약속을 못 지키는 것보단 지킬 수 있는 약속을 하는 곳이요. 지금까지 강영훈 부동산스터디 카페 대표님과 함께 내집마련 특공대, 재개발의 비밀, 살펴봐야 할 리스크는 무엇인지 알아봤습니다.

기획 집코노미TV 총괄 조성근 건설부동산1부장
진행 최진석·전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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