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간의 실적이 알려주는 네 가지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입력 2020-04-15 08:33   수정 2020-04-15 12:35


14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애플은 5.1% 상승했고 아마존은 사상 최고치 기록을 다시 세웠습니다. 테슬라는 지난 6거래일간 약 60% 올랐습니다.
덕분에 다우는 2.39%,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은 3.06%, 나스닥은 3.95% 급등했습니다.


이른바 '피크 유포리아'(peak euphoria)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활동 재개와 관련해 하루 이틀 내에 중대 발표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전염이 정점을 지나고 있고, 이제 경제를 다시 열 때라는 얘기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후 인프라 투자를 본격화해 실업율을 대폭 낮출 계획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밤새 중국의 3월 수출입 수치(수출 -6%, 수입 -0.9%)가 예상보다 좋게 발표된 것도 투자자들의 저가매수 심리를 자극했습니다. 미국도 경제 재개 뒤 금새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준 것입니다.

이런 긍정적 뉴스 속에서도 에너지주, 은행주는 급락했습니다. 유가는 10% 넘게 폭락했습니다. 일 970만배럴 감산 효과가 크지 않다는 분석 탓입니다.
이날 서부텍사스원유(WTI) 5월물은 2.30달러(10.26%) 급락해 배럴당 20.11달러를 기록했고, 브렌트유 6월물도 2.14달러(6.7%) 내려 배럴당 29.60달러에 거래됐습니다.

그리고 1분기 어닝시즌의 문을 연 JP모간, 웰스파고 등도 예상보다 나쁜 실적을 내놓았습니다. 이들의 주가는 3~4% 하락했습니다.

에너지주와 은행주가 맥을 추지 못한다는 건 금융시장과 달리 실물경제는 여전히 악화되고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저유가로 에너지 업체들이 무너지면 대량 실업뿐 아니라 회사채 시장도 흔들 수 있습니다.
미 중앙은행(Fed)이 정크본드까지 사기로 했지만 그건 지난 3월22일까지 투자등급이었던 회사에 한합니다. 대다수 셰일업체는 원래부터 정크등급이기 때문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저유가가 이어지면 월가의 큰 손 중 하나인 국부펀드들이 돈을 빼나갈 수 밖에 없습니다. 세계적 국부펀드는 중국, 싱가포르, 한국을 빼면 노르웨이 사우디 쿠웨이트 UAE 등 산유국들의 것입니다.

산유국들의 국가 예산은 올해 저유가로 엉망이 되고 있습니다. 사우디의 금융투자회사인 알라즈히캐피털에 따르면 올해 사우디의 석유매출은 예상보다 약 30%, 우리 돈으로 46조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국부펀드에서 자금을 뺄 수 밖에 없습니다.

최근 미 국채 시장에서 해외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는 게 국부펀드 탓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이는 월가 금융사들에게 큰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자금 회수 요구가 계속되고 있으니까요.
최근 래리 핑크 블랙락 최고경영자(CEO), 레온 블랙 아폴로 CEO,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 CEO 등이 잇따라 '바닥론'을 주장한 것도 국부펀드 환매 요구를 줄이기 위한 게 아니냐는 설도 나돌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해 사우디에 대해 감산을 압박하라고 한 것도 스티븐 슈워스먼 블랙스톤 CEO, 폴 듀더 존스 등 월가 친구들이라는 얘기가 나돕니다.

여기에 뉴욕 증시 수요의 또 다른 한 축인 기업들의 자사주매입은 이미 급감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이미 S&P 1500 지수 포함 기업 중 175개가 자사주매입을 취소했습니다.

물론 이런 두 큰 손의 퇴장은 Fed가 무제한 양적완화로 그 이상을 채우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릭 라이더 글로벌 자산분배팀 헤드는 어제 블로그에 "상당한 현금을 유지하면서 Fed와 다른 선진국 중앙은행을 따라 그들이 매입하기로 한 자산을 사겠다"고 밝혔습니다. 힘들게 자산을 선별할 필요없이 Fed만 따라하면 돈을 벌 것이란 뜻입니다.

하지만 Fed가 실물경기까지 살리긴 어렵습니다. 유가가 폭락하고, 보잉의 737맥스 주문이 150대나 취소된 건 모두 실물경제 악화의 증거입니다.

이런 상황을 잘 대변한 게 이날 JP모간의 1분기 실적 발표였습니다.

JP모간의 실적 자료를 잘 읽으면 현재 미국 시장과 경제의 많은 상황을 알 수 있습니다.

① 1분기 실적은 유념치 말라


월가는 기업들의 1분기 실적 수치는 그다지 보지 않습니다. 모든 투자자가 1, 2분기 실적은 엉망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코스틴 전략가는 “투자자들은 1분기 실적 보고서는 지나치고 2021년 실적 회복 계획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투자자들이 기대를 접으면서 기업들은 이번에 그동안 누적된 부실까지 모두 1, 2분기에 집어넣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오늘 JP모간은 67억달러를 대손충당금으로 쌓았습니다. 이에 따라 1분기 순이익은 전년동기보다 69% 급감한 주당 78센트로 예상치 1.84달러에 훨씬 못미쳤습니다. 웰스파고도 대손충당금으로 38억달러를 설정하면서 1분기 순이익이 작년 동기보다 89% 급감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1, 2분기 실적은 엉망이 되겠지만 내년 1, 2분기엔 기저효과로 인해 실적 상승폭이 엄청나게 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의 악화된 실적을 긍정적으로 보고 매수할 필요도 있다는 뜻입니다.

② 유동성을 봐라



1분기 실적 발표의 핵심은 재무제표의 현금 유동성입니다. 기업들이 앞으로 서너달에서 최대 1년까지 버틸 수 있는 현금을 갖고 있는지가 이번 어닝시즌에서 가장 주시해야할 핵심이라는 겁니다.

JP모간의 제이미 다이먼 CEO는 콘퍼런스콜에서 "회사는 이번 위기를 이겨낼 만한 풍부한 자본과 높은 유동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JP모간의 1분기 실적을 보면 고객사들은 이번 분기에 막대한 자금을 확보했습니다.

이는 JP모간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습니다. 트레이딩 부문 매출은 72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급증했고, 특히 채권 트레이딩 매출이 50억달러로 급증했습니다. 기업들이 지난 3월 대거 회사채를 발행해 현금을 확보한 덕분입니다.

③ 향후 침체는 심각할 것이다.



체이스카드의 사용처를 보면 3월 소비는 급감했습니다. 그리고 저축이 대폭 늘었습니다.

JP모간이 1분기 대손충당금으로 설정한 68억달러 중 56%는 신용카드 빚을 갚지못할 것에 대비해 미리 쌓은 겁니다.

JP모간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대손충당금에 대해 "부분적으로 미 국내총생산(GDP)이 연간 25% 감소하고 실업률이 2분기에 10% 이상으로 치솟을 것이란 가정에 근거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JP모간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미 2분기 GDP 40% 감소 및 실업률 20%를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런 나쁜 전망은 이날 뱅크오브아메리카가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의 4월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났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펀드매니저의 93%가 올해 세계 침체가 불가피하다고 밝혔습니다.

또 미국 경제 회복과 관련해 52%는 U자형 회복을 예상했습니다. 22%는 W자를 예상했고 V자 반등을 내다본 이는 15%에 그쳤습니다. L자로 긴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본 이도 7%에 달했습니다.

펀드매니저들은 향후 가장 큰 테일리스크(가능성은 낮지만 터지면 막대한 충격을 줄 수 있는 위험)으로 코로나바이러스의 2차 대유행을 들었습니다.



④ 금융시장 개선됐지만, 다들 불안하다



JP모간은 3월에 예금이 23%나 증가했습니다. 위기에 느낀 고객들이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린 것입니다.

이는 투자 성향에서도 드러났습니다. 장기 투자 상품에선 자금유출이 급증한 반면, 단기 상품에는 엄청난 돈이 몰렸습니다. 고객들이 대거 자산을 유동화해 현금이나 현금성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설문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펀드매니저들의 현금 비중은 3월의 5.1%에서 4월 5.9%로 한 달 만에 급격히 높아졌습니다. 이는 9.11사태 이후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현금을 많이 갖고 있다는 건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반영합니다.
하지만 증시에는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상황이 호전될 경우 많은 돈이 한꺼번에 증시에 몰려 주가를 크게 끌어올리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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