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많은 내 가슴에 봄은 왔는데'…선생님 향한 짝사랑이 남 이야기 같지 않네

입력 2020-04-24 17:22   수정 2020-04-25 01:19

선생님은 제자들의 가슴에 꿈의 씨앗을 뿌리는 농부다. 그 씨앗이 싹을 틔워 나무로 자라면서 한 인생이 완성되고, 세상에 빛을 비춘다. 학창시절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노래가 1969년 조미미가 부른 ‘선생님’이다. 이 노래를 부르면 누구든 가슴 한자락이 녹아내린다. 단발머리에 하얀 목깃의 교복을 입은 여학생 시절로 혹은 까까머리 검정교복 시절로 되돌아가기 때문이다.

‘선생님~/ 꿈 많은 내 가슴에/ 봄이 왔는데 봄은 왔는데/ 알고도 모르는 체/ 알면서도 돌아선 선생님 선생님/ 아~ 사랑한다 고백하고 싶어도/ 여자로 태어나서 죄가 될까 봐/ 안녕 안녕 선생님 이 발길을 돌립니다.’(가사 1절)

이 노래에는 애절함이 묻어난다. 고향을 떠난 서민의 애환도 있고, 사랑하는 님을 떠나보내고 잊지 못하는 가슴 아림도 있다. 조미미(본명 조미자)는 1947년 영광에서 출생해 목포에서 성장했다. 그는 목포여고 1학년 때 목포방송국 콩쿠르에서 1등을 했으며, 2학년 때 서울 동아방송국 콩쿠르에서 1등을 하면서 가수 활동을 시작했다. ‘선생님’은 22세 때 발표했다.

‘선생님’ 노래 뒷자락에는 문향란 시인의 시 ‘행복한 짝사랑’이 매달린다. ‘알까요? 알리가 없죠/ 관심이 가는 쪽은 늘 이쪽이고/ 당신은 내가 존재하고 있는지도 모르니까요/ 언제나 애태우며 사랑하는 건 이쪽이고/ 당신은 늘 행복한 웃음으로 타인들의 사랑을 받으니까요….’

선생님은 세월의 강물을 따라 흐르면서 스승으로 승화된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과 같다. 이를 기리는 날이 5월 15일, ‘스승의 날’이다. 이날은 조선 4대 임금 세종대왕의 탄생일로 1397년 음력 4월 10일을 양력으로 환산한 날이다. 날짜 지정 유래는 195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충남 강경여고 청소년적십자(RCY) 단원들이 병중이거나 퇴직한 교사들을 위한 위문활동을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1963년 충남 RCY, 1964년 전국 RCY를 거쳐 1965년 문교부(현 교육부)가 지정했다.

우리나라 초·중·고교 교사는 30여만 명. 그들의 하나같은 꿈은 청출어람(靑出於藍), 제자를 자신보다 더 나은 사람으로 키워내는 것이다. 선생님은 때때로 학생들의 이성동경(異性憧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흔하지는 않지만 제자와 스승 관계가 부부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다. 짝사랑이 현실 속 반려(伴侶)가 되는 것이다.

서울 만리동에 손기정체육공원이 있다. 양정고 옛터인 이곳에 1936년 양정고 재학 중 제11회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딴 손기정 선수의 흉상이 있다. 그의 스승 김교신(1901~1945)은 우리말이 억압받던 일제강점기에 조선말로 우리 민족 위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나라를 빼앗긴 청년들 가슴에 희망의 씨앗을 뿌렸다. 스승과 함께 일본 도쿄에 가서 베를린올림픽 예선전을 통과한 손기정은 훗날 “다른 사람은 아무도 보이지 않고, 오직 스승의 눈물만 보고 뛰어 우승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스승의 날’은 나라마다 다르다. 1899년 4월 18일 포르투갈이 최초로 지정한 뒤 미국은 매년 5월 둘째주 화요일, 일본은 5월 17일, 중국은 9월 10일, 베트남은 11월 20일을 기념한다. 사향만리(師香萬里), 참스승이 그리운 날이다.

유차영 < 한국콜마 전무·여주아카데미 운영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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