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부동산투자 규제 임박…어떤 처방 나올까 [집코노미]

입력 2020-04-30 07:00   수정 2020-04-30 08:39


정부가 법인의 부동산 매입을 들여다보고 있다. 양도소득세 중과와 대출규제를 우회하기 위해 법인을 활용하는 ‘꼼수 투자’가 횡행하고 있다고 판단해서다. 전문가들은 법인세율 인상이나 보유세 체계 개편, 법인자금출처조사 등의 규제가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법인투자 ‘핀셋 규제’ 나올까

국세청은 지난 23일 1인 주주와 가족 소유의 부동산법인 6754곳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양도세나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을 피할 목적으로 법인을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판단해서다. 국토교통부가 이보다 앞서 “법인 매매추이를 눈여고보고 있다”고 경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가 전방위적인 압박에 들어가는 건 최근 집값이 급등하는 지역에서 법인의 부동산매매가 늘어나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1~3월 전국 주택거래에서 법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7.6%로 전년 동기(6.0%)보다 증가했다. 지난해 1~3월 법인 거래 비중이 3.1%에 불과했던 의정부는 10.7%로 불어났다. 같은 기간 부천 또한 3.9%에서 8.5%로, 수원은 5.0%에서 8.5%로 증가했다. 최근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집값이 오른 인천 또한 법인 비중이 4.5%에서 9.7%로 늘어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법인을 설립해 아파트 등을 사고팔 경우 양도세와 종부세를 모두 아낄 수 있다. 개인으로 합산될 주택수를 법인으로 분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3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에서 개인명의 집을 판다면 최고 62%의 중과세율을 적용받는다. 그러나 이 가운데 2채를 법인으로 분산했다면 법인명의 주택을 팔 땐 양도세 중과세가 아닌 법인세만 치르고, 개인명의 1주택을 정리할 땐 비과세가 가능하다. 인별과세인 종부세의 경우 법인명의에 따른 공제한도 6억원을 추가로 얻는 데다 가파른 누진세율 구조를 피하는 효과도 있다.

이 같은 이유로 그동안 서울 강남권에선 법인을 통한 우회 투자가 성행했다. 대출규제까지 피할 수 있다보니 일선 중개업소에서 매수인에게 먼저 법인설립을 제안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러자 정부는 지난해 ‘10·1 대책’과 ‘12·16 대책’에서 법인의 주택담보대출을 잇따라 잠갔다. 법인투자자들은 규제를 피해 수도권 비(非)규제지역으로 쏠렸다.

◆“세율 인상·자금출처조사 유력”

전문가들은 정부가 법인과 관련한 세제 전반을 손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과열되는 곳이 생길 때마다 ‘두더지잡기’식 처방을 내리는 것보다 효과적인 데다 법인으로 우회하는 투기 수요 자체를 잠재울 수 있어서다.

우선 세율 인상이 점쳐진다. 4주택 이상 소유자들의 취득세율을 4%로 적용하는 것처럼 법인의 주택 취득세율을 높이고, 취득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밖에 법인을 설립하는 경우 조사를 강화하는 방안이다. 신방수 세무법인 정상 대표세무사는 “법인이 주택을 처분할 때는 일반 법인세 외에도 양도소득세 대한 법인세를 10% 과세한다”며 “이를 과거처럼 30%로 환원하는 방법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절세 효과가 큰 종부세를 손대는 방안도 거론된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세무사)은 “법인 자산의 대부분이 주택인 경우 종부세율 인상이나 공제액 6억원을 낮추는 방법도 과세당국이 고려할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개인과 형평성을 맞출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2018년 ‘9·13 대책’ 이후 개인이 취득한 주택의 경우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더라도 종부세 합산 배제 등의 혜택이 없다. 그러나 법인의 경우 여전히 이 같은 혜택이 유효하기 때문에 형평성을 맞추는 차원에서 특정일 이후 취득분에 대해선 종부세가 과세되도록 법을 바꿀 수 있다는 의미다.

법인에게도 개인과 마찬가지로 자금조달계획서와 증빙서류 제출을 의무화 하는 방안도 전문가들이 주로 언급하는 현실성 높은 규제 가운데 하나다. 개인의 경우 규제지역 여부와 관계없이 6억원 이상의 집을 살 때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투기과열지구에서 9억원 이상 주택을 취득할 땐 증빙서류도 함께 내야 한다. 원종훈 KB국민은행 WM부장(세무사)은 “주택수 분산을 위해 법인을 설립하는 투자자들의 대부분은 면밀한 ‘엑시트 플랜’을 마련하지 않는다”며 “배당 등을 통해 수익을 주주에게 넘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고려하면 법인설립의 실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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