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넘보던 과천 전셋값, 5억원대로 몰락…갭투자자들 '비상'

입력 2020-04-28 11:42   수정 2020-04-28 11:50


"몇 달 새 호가가 3억원 넘게 떨어졌는데도 전세 들어오겠겠다는 사람이 없습니다."(과천 원문동 P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지난해 전국에서 전셋값이 가장 많이 오른 곳으로 꼽히던 과천 전세 시장 열기가 차갑게 식었다. 몇 달 새 실거래가는 최대 3억원 하락했다. 거래도 끊기다시피 했다. 부동산 규제에 따른 거래 위축과 입주물량 증가 등이 맞물린 탓이다.

◆전셋값 하락률 전국 1위

28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과천 아파트 전세가격은 지난주 1.29% 하락해 전국에서 가장 많이 내렸다. 전주(-0.61%)에 비해 낙폭이 0.68%포인트 커졌다. 이는 2012년 7월 이후 7년 9개월여만에 최대 하락폭이다. 과천 아파트 값은 지난 2월 초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지난 20일 기준으로 12주 연속 떨어졌다. 이 기간동안 변동률은 -5.30%였다. 올해 들어서도 전세가격 하락률(-5.22%)이 전국에서 1위다. 지난해 9~12월 아파트 전셋값 상승율이 12.72%에 달하며 전국에서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것과는 대조적인 분위기다.

몇 달새 실거래가가 3억원 가까이 하락한 단지까지 나왔다. 원문동의 래미안슈르(전용 59m²)은 지난해 2월 9억원(5층)에 실거래 신고가 됐지만 이달엔 6억3000만원(4층)에 전세 거래됐다. 최근엔 6억원에도 전세가 잘 나가지 않아 호가가 5억8000만원까지 떨어졌다. 인근 별양동 일대 아파트들 역시 올 상반기를 기점으로 2억원 넘게 내렸다.

재건축 기대감이 큰 부림동의 낡은 아파트 일부도 하락 대열에 합류했다. 과천주공8단지(전용 83㎡)의 전세 실거래가는 지난해 12월 7억3000만원에서 이달 5억1000만~6억2000만원으로 1억~2억원 가량 떨어졌다. 부림동 J공인 관계자는 "전세가 잘 나가지 않자 5억원 아래에서 급매물이 계속 나오고 있지만 거래가 쉽게 이뤄지진 않는다“며 ”하루가 다르게 전세 가격 하락폭이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호가 3억원 떨어져도…거래 '뚝'

전셋값이 급락한 까닭은 거래가 급격히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거래가 실종된 것은 이달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안의 시행을 앞두고 청약 의무거주기간이 늘어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기존에는 과천에서 무주택자로 1년만 살면 ‘해당지역 1순위’ 청약 자격을 얻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2년을 거주해야 가능하다. 따라서 지난해 과천에 전입한 예비 청약자는 올해 해당 지역 1순위 자격을 얻을 수 없다. 과천 지식정보타운의 민간 아파트 분양이 대부분 올해 안에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 때문에 예비 청약자들이 과천 전세시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신규 입주 물량의 영향도 있다. 1571가구 규모의 과천푸르지오써밋(과천주공1단지 재건축) 입주가 시작되면서 전세가가 주춤한 분위기도 있다. 과천에선 지난해까지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이 한 가구도 없었지만 올해와 내년에는 각각 3000가구, 4000가구씩 물량이 늘어난다. 올 연말에 과천센트럴파크푸르지오써밋(1317가구), 내년 1월에는 과천위버필드(2128가구) 등이 입주를 앞두고 있다.

원문동 B공인 관계자는 "새로 유입되는 세입자들은 적은데 기존 세입자들은 대거 빠져나가니 전세가격이 너무 많이 내렸다"며 "올해 들어서는 거래도 많이 없다"고 말했다. 근처 L공인 관계자도 "전세가 워낙 부진하다 보니 급매 가격이 자꾸만 낮아져 올해 초보다 더 싼 매물이 늘어나고 있다"며 "그런 것만 한두 개씩 거래되고 있으니 전세가격이 얼마나 더 떨어질지 가늠도 안된다"고 말했다.

◆갭투자 매물 쏟아질까 '불안'

과천푸르지오써밋 옆에 위치한 부림동 과천주공9단지 전용 74m²의 경우 지난 2월 초 3억9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했다. 같은 주택형이 3개월 전(2019년 11월)엔 3억1000만원 더 비싼 7억원에 전세거래됐다. 같은 단지 주택을 세입자에게 전세로 준 집주인 이 모씨(51)는 "두달 후 계약 만기가 돌아오는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새 세입자를 찾더라도 나머지 돈을 어떻게 마련해야할지 모르겠다. 급매로 집을 내놔야하나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과천에서 전세를 끼고 집을 산 이른바 '갭투자가'들은 비상이다.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워진 갭투자자들이 매물을 쏟아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림동 인근 O중개업소 대표는 "재건축을 앞둔 단지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까지는 매매가와 전셋값 갭이 3억원 정도 났지만 최근엔 전세가가 급락하면서 10억 넘게 차이가 난다“며 "일부 갭투자자들이 최근 전셋값이 내리는 것을 보며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3기 신도시 추진 속도에 대한 불안감이 적지 않다는 점도 전셋값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있다. 과천에선 330만㎡ 대지면적 155만㎡에 7000가구가 공급될 예정으로 올 하반기에 토지 보상에 착수해 내년 말에 착공과 분양이 시작될 것이라는 계획이다. 하지만 주민들 사이에선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기존 지식정보타운 조성 지연을 경험하면서 생긴 학습 효과다.

지난해부터 과천 원문동에서 전세를 살고 있는 세입자 한모 씨(32)는 "지정타의 경우에도 착공 소식 이후 20년이 지나 겨우 분양에 들어갔다"며 "이제 지정타 분양을 받기도 어려워졌고 3기 신도시의 경우에도 분양 계획은 내년으로 잡혀 있으나 실제 언제 착공이 이뤄질 지는 모른다는 의견이 많다. 과천에서 더 전세를 살 이유가 없어 만기가 끝나면 다시 서울로 나갈 것"이라고 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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