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미국계 헤지펀드가 "대한항공, 계열사 한국공항 팔아야" 주장하는 배경은

입력 2020-05-12 08:23   수정 2020-05-12 08:25

≪이 기사는 05월11일(05:42)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대한항공의 항공운수 보조업무 담당 자회사인 한국공항(KAS)에 투자하고 있는 미국 헤지펀드가 한국공항 매각이 대한항공 자구안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는 중소형 헤지펀드 스톤포레스트캐피탈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브래드 린덴바움은 지난 8일 한국경제신문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납세자들의 돈을 대규모로 지원받는 대한항공이 제출하는 자구안에는 한국공항과 같은 가치 있는 자산의 매각이 포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스톤포레스트 "한국공항 경쟁력 키우려면 주인 바뀌어야"
유가증권 시장 상장사인 한국공항은 비행기의 이착륙을 유도하고 견인하거나, 화물이나 승객의 수하물을 싣고 내리는 일, 급유, 비행기 안팎 청소, 공항 제설작업 등을 한다. 국내 여러 공항에서 아시아나에어포트 및 외국계 회사들과 경쟁하고 있으며 시장점유율은 45% 수준이다. 계열사인 대한항공과 진에어에서 대부분의 매출을 얻고 있다.



대한항공 기내식에 제공되는 생수(브랜드 한진 제주 퓨어워터)와 채소류를 생산하는 일, 비행기에서 나눠주는 모포와 시트 커버, 유니폼 등을 세탁하는 일, 1700여마리 소를 키우는 제동목장 운영, 제주민속촌 사업 등도 담당하고 있다. 경북 울진에 석회석 광산을 가지고 포스코에 납품하고 있기도 하다. 작년 매출액은 5289억원, 영업이익은 220억원(영업이익률 4.15%), 당기순이익은 162억원(순이익률 3.0%)을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43%로 낮다. 전체 주식의 59.54%를 대한항공이 가지고 있다.

2014년 설립된 스톤포레스트캐피탈은 운용자산(AUM)이 1억7800만달러(약 2100억원) 가량인 소형 헤지펀드로 이머징 시장에 주로 투자하고 있다. 린덴바움 CIO는 이 헤지펀드가 작년부터 한국공항에 투자했으며, 투자 규모는 공시 의무가 없는 5% 미만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공항의 시가총액이 1631억원(8일 종가 기준)인 것을 감안하면, 스톤포레스트캐피탈이 투자한 지분의 가치는 80억원 이하다.

투자금액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린덴바움 CIO는 한국공항에 대해 상당히 구체적인 의견을 밝혔다. 그는 "한국공항은 해외 동종업계와 비교했을 때 대단히 낮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며 "이는 대한항공 및 오너 일가의 이해관계를 위해 이 회사의 가치를 억눌렀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공항이 매물로 나올 경우 "투자자로서 주가 상승에도 물론 관심이 있으나, 이 회사의 주인이 바뀌어 대한항공과의 관계가 단절된다면 경쟁력이 향상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린덴바움 CIO는 또 이 회사를 '오너 일가가 따로 숨겨둔 보석'에 비유하며 "대한항공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1조2000억원에 달하는 돈을 지원받는데 이런 자산을 팔지 않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세금을 지원받으면서 오너 일가의 경영권을 지키는 것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계열사와의 거래 공정한지 확인 필요" 압박
스톤포레스트캐피탈은 적은 투자금액에도 불구하고 지난 2월 주주제안을 제출하는 등 일부 행동주의 펀드로서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당시 스톤포레스트캐피탈은 공정거래를 위한 독립적인 소위원회를 설치하고, 계열사와의 거래를 할 때 공정하게 독립적으로 거래했음을 정기 보고서마다 명시하며, 현 감사 외의 추가 감사 선임 등을 요구했다. 한국공항은 해당 제안이 상법 및 회사 정관에 정한 주주제안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정식 의안으로 채택하지 않았다.



린덴바움 CIO는 한진칼의 주주인 사모펀드 KCGI와의 관계에 대해 "서로 알고 소통하는 정도인데 최근에는 전보다 소통 빈도가 높지 않은 편"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공항에 단기적으로 투자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우리는 1년 이상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펀드"라고 답했다. 이어 "우리의 연구에 따르면 인천공항 등 한국 공항은 동북아시아에서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으며, 여기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국공항의 가치도 그만큼 높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에 주로 투자했다고 밝힌 그는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과 대한항공은 한국 정부가 도와주지 않는다면 파산(bankrupt)하게 될 것"이라며 "대한항공은 다른 곳에서 도움을 얻기 어렵기 때문에 스스로 자구노력을 다해야 하는 처지이고, 그들이 가진 자산 중에서 한국공항이 매각에 적합하다"고 했다. "1조2000억원이나 자금을 지원받으면서 비행기에서 나오는 모포 세탁 등의 업무를 외부에 맡기지 않고 꼭 가지고 있어야 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그는 덧붙였다.

◆매각 여부는 불확실
지난달 20일 리서치알음 소속 이재영 연구원은 이 회사의 매각이 자구안에 포함될 것이라며 매각시 2000억원 가량의 현금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수조원에 달하는 대한항공의 전체 부족자금 규모에 비해 한국공항의 규모가 크지 않아 시급한 매각 대상으로 꼽히지는 않고 있는 분위기다.

당장 팔릴 수 있고 수천억원에서 조(兆) 단위 자금 조달을 도모할 수 있는 기내식이나 항공기 정비(MRO) 사업부 매각이 우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국공항은 팔 수도, 안 팔 수도 있지만 팔린다 하더라도 지금 당장 팔아야 하는 종류의 매물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대한항공의 생사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규모인 만큼, 제값을 받기 위해서는 팔더라도 천천히 파는 게 낫다는 취지의 분석이다.

한편 대한항공 마일리지 사업부 분할 문제는 아직도 검토가 진행 중이다. 채권단에서는 마일리지 사업부 매각을 압박하고 있으나 대한항공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