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중국 화웨이를 살릴까 버릴까 [황정수의 반도체 이슈 짚어보기]

입력 2020-05-23 11:09   수정 2020-10-08 13:20


미국 정부의 대(對) 화웨이 제재 강화 조치 8일째다. '반도체 신냉전'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업체 대만 TSMC가 미국의 뜻에 따라 화웨이 신규 주문을 받지 않기로했다는 니혼게이자이신문의 보도도 있었다(TSMC는 즉각 부인했다). 중국 정부는 퀄컴 인텔 애플 등 미국 반도체업체에 대한 보복 대응을 얘기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엔 화웨이가 삼성전자에 '스마트폰용 통신반도체 공급을 요청할 것'이란 얘기가 나오며 관심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제재 조치 내용과 그 영향을 중심으로 지난 8일 간의 쟁점을 짚어봤다.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① 화웨이는 정말 스마트폰을 못 만들게 될까


미국의 제재 강화 조치로 중국 화웨이가 스마트폰을 만들지 못하게 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화웨이는 2019년 기준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7.6%로 1위 삼성전자(21.6%)를 맹추격하고 있다.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선 미국 정부가 발표한 제재강화 조치의 내용을 살펴봐야한다. 미국 정부는 9월부터 △화웨이와 자회사(하이실리콘)가 미국 기술이나 장비를 사용해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는 것 △화웨이와 자회사가 미국 기술 없이 설계하고 생산을 주문했을 때, 주문 받은 업체가 특정 미국의 기술, 장비를 이용해 생산해 화웨이로 판매하게 되는 것을 막으려고 한다.

화웨이는 스마트폰용 통신반도체를 자회사 하이실리콘으로부터 조달한다. 하이실리콘은 '기린(KIRIN)'이란 브랜드명을 가진 통신칩을 개발·설계한다. 생산시설이 없기 때문에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업체 TSMC에 맡긴다. TSMC는 미국 기술이 들어간 장비를 활용해 반도체를 생산 중이다.

오는 9월 미국 제재가 시작되면 TSMC는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고 화웨이의 주문을 받아야한다. 미국 정부가 허가를 내줄리 없다. 화웨이는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통신칩을 가질 수 없게 돼 스마트폰을 못 만들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것이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자체 설계한 통신반도체를 못쓰는 것은 스마트폰 사업에 큰 장애물이 되는 건 맞다. 하이실리콘의 기린칩은 성능이 상당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화웨이에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통신반도체를 생산하는 삼성전자, 대만 미디어텍에 요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체 생산할 때보다 비용이 더 들긴 하겠지만, 삼성전자나 미디어텍이 'OK'만 한다면 스마트폰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중국의 다른 스마트폰업체, 예를 들어 샤오미나 오포, 비보 등도 직접 반도체를 만들지 않고 퀄컴, 삼성전자, 미디어텍 등을 통해 칩을 조달해 스마트폰을 제조하고 있다.

② 삼성전자가 화웨이에 엑시노스를 공급할 가능성은

실제 업계에선 "화웨이가 삼성전자에 스마트폰용 통신반도체 '엑시노스' 납품을 요청할 것"이란 얘기가 흘러나온다. 엑시노스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브랜드다. 갤럭시 등 삼성전자 스마트폰과 일부 중국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글로벌 통신사 로이터통신은 22일 덕 풀러 홍콩중문대 교수의 발언을 인용해 “화웨이는 중국 내 반도체 개발에 투자를 늘리는 한편 삼성이 독자 기술로 개발한 통신용 반도체를 구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화웨이의 움직임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얘기다. 미국의 제재가 강화되기 전인 지난 4월에도 화웨이는 미국에 "삼성전자나 미디어텍에서 반도체를 조달 받을 수 있다"고 큰소리를 쳤었다. 여러 정황을 고려할 때 '납품 요청이 올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삼성전자는 어떻게 움직일까. 마음만 먹으면 미국의 허가 없이 반도체를 공급할 순 있다. 삼성전자도 미국 기술이 들어간 장비 등을 활용해 반도체를 만들지만 제재 대상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화웨이와 자회사가 직접 만들거나, 화웨이가 직접 설계해 외부 업체에 주문한 반도체'만 겨누고 있다. 삼성전자는 엑시노스를 직접 설계해 직접 생산한다.

반도체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화웨이에 엑시노스를 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물론 엑시노스를 생산하는 삼성전자 DS(반도체부품)부문에선 화웨이란 '큰 손' 고객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통신칩, 자동차용칩, AI칩 등 메모리반도체를 제외한 반도체) 세계 1위를 달성해야하는 입장에서도 화웨이의 주문은 단비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 전체로 보면 고려해야 할 것이 많다. 우선 정치적인 문제가 작지 않다. 화웨이에 통신칩 납품을 시작한다는 건 미국 정부에 '삼성이 중국편에 섰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가뜩이나 미국 정부가 작정하고 화웨이를 타격하는 와중에 엑시노스 신규 납품 소식이 나간다면 삼성전자 입장이 난처해질 가능성이 크다. 지금처럼 화웨이와 통신칩 거래를 아예 하지 않는 편이 중립을 지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미국 제재 전에도 화웨이가 삼성전자에 엑시노스를 요청했지만 거부했다는 얘기도 있다.

두번째는 화웨이가 스마트폰과 5G 네트워크장비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경쟁자'라는 점이다. 화웨이의 글로벌 스마트폰 점유율은 17.6%로 세계 2위고, 네트워크장비는 세계 1위다.(작년 기준 점유율 26.2%, 삼성전자는 23.3%)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계속 진행되면 화웨이의 반도체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 질이 떨어지면 반도체가 들어가는 스마트폰과 통신장비 같은 제품의 성능도 저하된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강력한 경쟁자의 힘이 떨어지는 중요한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물론 '차이완(China+Taiwan)' 기업인 대만 미디어텍이 화웨이의 통신칩 공급 요청을 들어줄 순 있다. 미디어텍은 '디멘시티'란 브랜드의 5G 통신칩을 개발·양산하며 지난해 글로벌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스마트폰의 두뇌역할을 하는 반도체) 시장에서 퀄컴(33.4%)에 이어 세계 2위 점유율(24.6%)을 기록했다. 참고로 삼성전자는 14.1%로 3위, 애플은 13.1%로 4위, 하이실리콘은 11.7%로 5위다. 하지만 미디어텍은 '중저가' 시장에 강점을 보이고 있어 프리미엄 칩 주문에 대응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란 평가가 있다. 또 화웨이의 주문을 받는다고해도 생산량을 단기간에 늘리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이래저래 화웨이 스마트폰 사업의 운명이 삼성전자의 판단에 따라 바뀔 가능성은 커졌다. 엑시노스 납품 여부는 삼성전자 DS부문이나 시스템LSI사업부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무선사업부, 네트워크사업부 등 거의 모든 삼성전자 사업이 연관돼있기 때문이다. 결국 판단은 총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내려야 할 것이다. 이 부회장과 삼성전자 경영진들은 어떤 판단을 내릴까. 삼성전자가 엑시노스를 화웨이에 납품하게 될 지 여부가 반도체 업계의 관전포인트가 될 것 같다.

③삼성전자 파운드리, 메모리사업의 영향은

대만 TSMC가 화웨이 주문을 받아 생산을 못하게되면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에 이익이란 얘기도 나온다. 삼성전자도 TSMC처럼 반도체 설계전문 업체(팹리스)의 주문을 받아 제품을 만들어주는 파운드리사업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21일 10조원을 투자해 평택2공장에 짓는다고 한 반도체 생산라인도 '파운드리' 전용이다.

TSMC가 화웨이 물량을 주문 받아 생산하지 않는다고 삼성전자에 이익이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삼성전자도 화웨이의 주문을 받으려면 미국 정부의 허락을 받아야하기 때문이다. 파운드리는 고객이 설계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이번 제재안에 해당된다. 삼성전자 역시 화웨이 물량을 받고 싶어도 못 받게 되는 것이다. 결국 화웨이 물량은 중국 파운드리업체인 SMIC로 갈 가능성이 크다.


두번째는 매출의 약 15%인 화웨이를 잃게 된 TSMC가 더 적극적으로 영업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초미세공정 기술개발 경쟁에선 삼성전자와 TSMC가 대등한 레이스를 펼치고 있지만, 양산 관련 기술력이나 서비스 측면에선 TSMC가 삼성전자보다 한 수 위라는 얘기가 나온다. TSMC는 '찾아가는 전국적인 맛집', 삼성전자는 '이제 알려지기 시작한 실력 있는 식당'이란 평가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TSMC가 화웨이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가격을 낮추고 공격적인 영업에 나선다면, 삼성전자의 입지가 더 좁아질 수도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입장에선 '큰 도전'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사업과 관련해선 당장의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메모리반도체 역시 화웨이가 설계하거나, 설계한 뒤 주문하는 제품이 아니라서 미국의 제재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키스 크라크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도 최근 "메모리반도체는 화웨이 규제 대상이 아니다"라고 확인했다.

그렇다고 안심할 순 없다. 미국 정부가 화웨이에 타격을 주기 위해 언제든지 제재 대상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화웨이에 연 10조원 가까운 메모리반도체를 납품하는 업체 입장에선 부정적이다. 당장 매출이 없어질 수 있어서다.

또 메모리반도체까지 제제 대상이 확대된다는 것은 그만큼 미중 갈등이 치열해진다는 것이고, 결국 글로벌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메모리반도체 수요는 글로벌 경기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제품 중 하나다.

물론 화웨이의 빈자리는 샤오미, 오포. 비보 등 다른 중국업체들이 나눠 갖게될 것이다. 이 업체들로부터 비슷한 물량의 메모리반도체 주문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에 올 수도 있다. 문제는 회복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그 과정에서 메모리반도체 재고가 쌓이고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도 작지 않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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