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니아 "진단키트 생산 경쟁…핵산추출장비 수출에 호재"

입력 2020-06-07 17:15   수정 2020-06-08 01:2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올가을 다시 대유행하면 핵산추출시약 공급난이 또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오는 8월까지 핵산추출장비 및 시약 공장 증설을 마치겠습니다.”

박한오 바이오니아 대표(사진)는 지난 5일 코로나19 진단키트 관련 생산 계획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표는 1992년 국내 1호 바이오 벤처기업인 바이오니아를 세웠다. 창업 이후 유전자 증폭(RT-PCR) 방식에 기반한 진단키트와 진단장비를 개발해왔다.

“핵산추출 장비 판매 급증”

‘K방역’의 주역이던 코로나 진단키트 업체들의 수출이 주춤해졌다. 진단키트 수출액은 지난달 1억3128만달러에 그쳐 전월 대비 35% 줄었다. 박 대표는 “진단키트의 공급 과잉이 이미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코로나19 유행 초기엔 유럽에서 성능이 검증된 한국산 진단키트를 선호했지만 유럽 각국이 자체 생산설비를 갖추면서 상황이 달라졌다”며 “세계에서 수백 개 업체가 진단키트를 생산해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향후 코로나19 진단 시장의 관건은 ‘핵산추출’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 진단을 위해서는 환자의 타액 등 검체에서 진단 대상이 될 핵산을 먼저 검출한다. 이때 핵산추출장비와 핵산추출시약이 필요하다. 핵산추출시약은 서모피셔, 로슈 등 글로벌 기업이 세계 시장의 70~80%를 점유하고 있다.

핵산추출장비와 핵산추출시약은 프린터와 잉크 카트리지의 관계와 비슷하다. 특정 업체의 핵산추출시약을 쓰려면 이 시약에 맞는 핵산추출장비를 이용해야 한다. 시약을 팔면서 장비까지 판매할 수 있는 셈이다.

박 대표는 핵산추출시약·장비 수출이 3분기에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최근 두 달 사이 핵산추출장비를 200여 대 판매했다”며 “지난해 전체 판매량인 20여 대의 10배에 이르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핵산추출장비는 회사마다 다르지만 통상 개당 4만~8만달러에 판매된다. 박 대표는 “핵산추출시약을 생산하기 위해선 별도 금형 설비를 갖춰야 해 초기 투자 비용으로 20억~30억원이 들어간다”며 “진단키트와 달리 핵산추출시약은 공급을 갑자기 늘리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코로나19 치료제 내년 생산 목표”

바이오니아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코로나19 RT-PCR 진단에 쓰이는 네 가지 도구인 핵산추출장비, 핵산추출시약, 진단키트, RT-PCR 진단장비를 모두 생산할 수 있는 업체다. 이 덕분에 바이오니아는 코로나19 진단의 모든 과정을 일괄수주계약(턴키) 방식으로 수출할 수 있다. 23조원 규모 액화천연가스(LNG)선 ‘수주 잭팟’이 터진 카타르에도 턴키 방식으로 진단키트 공급 시스템을 수출했다. 박 대표는 “4월 한국가스공사의 연락을 받고 진단키트를 비롯해 진단장비, 진단키트 생산공장 검사 시스템을 수출했다”며 “거래 국가에서 요청하면 현지 엔지니어를 한국으로 데려와 진단 노하우도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기존 진단장비의 성능도 개선하고 있다. 지난달 국내에서 의료기기 승인을 받은 RT-PCR 진단장비인 ‘엑시사이클러 384’는 유전자 시료 384개를 1시간20분 만에 시험할 수 있는 장비다. 기존 장비보다 네 배가량 많은 진단키트를 한 번에 시험할 수 있다. 박 대표는 “코로나19 진단에 들어가는 비용의 대부분이 인건비”라며 “효율을 높인 진단장비가 있으면 검사 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중진국에서 인건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짧은 간섭 RNA(siRNA)를 이용한 코로나19 치료제도 내놓을 계획이다. 이 치료제는 코로나바이러스 유전자의 10여 개 부위를 잘라내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방식이다. 박 대표는 “다수 유전자를 표적으로 하면 돌연변이에도 대응할 수 있다”며 “패스트트랙 제도를 활용해 내년에 치료제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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