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프런티어] 지아이이노베이션 "면역항암제 판도 바꿀 혁신 항암제 곧 임상…바이오업계 구글 되겠다"

입력 2020-06-16 11:37   수정 2020-06-16 19:01



"창업 3년 밖에 안된 바이오벤처가 쑥쑥 크는 것을 보고 글로벌 빅파마(초대형 제약사)들도 비상한 관심을 보입니다. 기존 면역항암제의 패러다임을 바꿀 융합단백질 기술이 조명받고 있어서죠. 글로벌 정보기술(IT) 맹주인 구글처럼 글로벌 바이오산업을 이끄는 기업으로 키워내겠습니다."

바이오벤처 지아이이노베이션 창업자인 장명호 대표(52)가 밝힌 포부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항체가 아닌 이중융합단백질을 활용해 기존 면역항암제보다 더 강력한 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들이 눈독 들이는 이유다.

이 회사의 공동대표체제도 업계에서 화제다. 장 대표는 후보물질을 개발한 기초 과학자다. 연구개발(R&D)와 경영 전반을 챙긴다. 2년 전 합류한 남수연 대표(54)는 임상전략 사업개발 전문가다. 의사 출신인 남 대표는 로슈 BMS 등 다국적제약사와 유한양행 연구소장을 거쳤고 메드팩토 네오이뮨텍 제노스코 등 바이오기업의 임상 전략을 짠 이 분야 최고 전문가 중 한사람이다. 공격적이면서 남다른 임상 전략은 그에게서 나온다. 두 사람은 사석에서 우연히 만나 의기투합했다.

◆"간절함이 찾아낸 신약 물질"

인천 부평고를 나와 한양대에서 생화학을 전공한 장 대표는 GC녹십자 목암생명과학연구소에서 선임연구원을 지냈다. 이때부터 장 점막으로 면역 연구를 시작했다. 하지만 입사 3년 만에 외환위기가 닥쳐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겪었다. 120여명의 연구원 가운데 4분의 1이 회사를 떠났다. 대부분이 석사급 연구원이었다. 장 대표는 위기감을 느꼈다. "석사 학위 만으로는 신약 개발 프로젝트의 리더가 되기 어렵겠구나."

장 대표는 일본 오사카대로 유학을 떠났다. 세계 최고 면역학자들의 가르침을 받기 위해서였다. "2010년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레피니티브(옛 톰슨로이터)가 면역학 연구 세계 1위 대학으로 꼽았을 만큼 명성이 높았죠.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 악템라도 이곳에서 개발이 시작됐어요."

6년 만에 박사 학위와 박사후연구원을 마친 장 대표는 오사카대 교수로 전격 채용됐다. 기초연구를 산업화하는 오사카대의 학풍을 경험한 장 대표는 8년의 교수생활을 접고 귀국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에서 장 점막 연구를 같이 하자는 제안을 받고서였다. 당시 그는 T세포와 수지상세포 분야의 세계적 연구자로 인정받고 있었다. 그가 쓴 60여편의 논문은 7000건 이상 인용됐다. 면역대사 연구 분야에서 세계 10위권에 드는 인용건수다.

장 대표가 창업의 꿈을 구체화하기 시작한 것은 국내 바이오업계의 대부격인 성영철 제넥신 회장을 만나고서다. 제넥신의 신약 개발을 돕던 그는 2017년 7월 지아이이노베이션을 세웠다. 직접 신약을 만들고 싶어서였다. 적금을 깨고 집을 팔아 마련한 3억원이 종자돈이었다.

이 회사의 주력 파이프라인(후보물질)인 'GI-101'의 발굴 과정은 다소 극적이다. "창업 초기였어요. 기초단계의 300여개 후보물질을 놓고 뭘 개발할까 고민하던 때였죠. 막막했어요. 그러던 어느날 꿈을 꾸듯 아이디어가 번뜩 떠올랐어요. 두 가지 상반된 기전으로 동시에 암세포를 잡는 것이었죠. 눈이 번쩍 뜨이더군요. 곧바로 비슷한 특허가 있는지부터 확인했죠. 다행히 아무도 비슷한 접근을 하지 않았더군요."

◆환상의 짝궁 만나다

GI-101은 사람 몸 속에 있는 리간드(수용체와 같은 큰 분자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물질)인 CD80과 면역세포 활성화를 돕는 인터루킨2를 레고블록처럼 쌓아 만든 인공 융합단백질(IgG4 Fc)이다. 세계에서 유일한 구조의 항암 후보물질이다.

작용 기전은 두 가지다. 첫째는 융합단백질에 붙어있는 CD80으로 CTLA-4를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면역세포인 T세포 표면에 있는 단백질 CTLA-4는 T세포의 활성화를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면역세포의 과잉 반응을 조절하는 일종의 브레이크다. GI-101은 CD80이 CTLA-4에 달라붙어 CTLA-4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한다. T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는데 걸림돌을 없애는 방식이다. 다국적 제약사 BMS의 면역항암제 '여보이'와 비슷하다.

둘째는 면역세포 활성화 기능이다. 암 환자의 상당수는 각종 항암요법 등으로 면역세포 수가 크게 줄었거나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GI-101는 돌연변이 아미노산인 인터루킨2 변이체를 통해 T세포가 왕성하게 활동하도록 유도한다. 장 대표는 "GI-101은 기존 항암제 2개를 동시에 쓰는 효과를 낸다"고 설명했다.

GI-101의 효능은 기존 면역항암제를 압도한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원숭이 실험에서 면역세포가 80배까지 증식했다. 인간화 마우스 실험에서는 항암 효과가 다국적 제약사 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와 비슷했다. 키트루다와 병용했더니 완치도 늘었다. 남 대표는 "기존 면역항암제는 몸 속에 없는 항체를 쓰다보니 실제 몸 속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잦다"며 "GI-101은 몸 속에 있는 리간드를 활용하기 때문에 훨씬 더 잘 작동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의 주력 파이프라인이 처음부터 GI-101은 아니었다. 장 대표는 창업 당시 제넥신 자회사인 프로젠에서 도입한 아토피 및 알레르기 치료제 'GI-301'의 개발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었다.

묻혀있던 보석을 꺼집어낸 것은 남 대표였다. "해외 학회와 전시회 등에 가보니 항암제 개발을 마냥 미뤄선 안되겠다 싶더군요. 개발 경쟁이 갈수록 심해지는데 비슷한 기전의 후보물질이 나오지 말라는 보장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장 대표에게 GI-101 개발을 서두르자고 제안했죠."

◆"미국·한국서 본격 임상 시작"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이달 중 한국과 미국에서 암환자 450명을 대상으로 GI-101의 임상 1·2상 시험을 시작한다. 국내서는 서울아산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원자력병원 등에서 임상이 진행된다. 임상은 4가지 방식으로 이뤄진다. GI-101만 투여하는 단독요법, 11개 적응증을 대상으로 다국적 제약사의 면역항암제와 병용투여도 한다. 신생혈관생성억제제, 방사선치료 등과도 병용임상을 한다.

남 대표는 "암이 워낙 똑똑하기 때문에 항암제는 다양한 기능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며 "GI-101이 가진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임상 설계를 했다"고 설명했다.

GI-101이 최근 항암제 개발 트렌드와 맞아떨어지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인터루킨2, 인터루킨10 등 사이토카인 약물과 면역항암제 병용이 각광받고 있어서다. 사이토카인 약물의 몸값도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 사노피는 지난해 말 인터루킨2 후보물질을 가진 신소릭스를 3조원에 인수했다. BMS는 넥타세라퓨틱스의 사이토카인 후보물질을 4조원에 사들였다. 남 대표는 "기존 면역항암제에 사이토카인 약물을 병용하면 완치율이 10%를 넘어선다"며 "미국 식품의약국(FDA)가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을 정도로 관심이 많다"고 했다.

GI-101은 다국적 제약사 여러곳에서 러브콜을 하고 있다. 하지만 당장은 기술이전 계획이 없다. 지난해 말 중국 제약사 심시어에 중국 판권만 9000억원에 넘겼다. 남 대표는 "약물 가치가 충분히 높은 만큼 임상을 최대한 진행해 기술이전 가치를 극대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GI-301을 조만간 기술수출할 계획이다. 오는 9월 국내 임상에 들어가는 GI-301은 피 속의 면역글로블린E(IgE)를 없애는 약이다. 두드러기 아토피 등을 유발하는 염증을 차단해준다. 기존 치료제인 졸레어보다 약효가 50배 이상 강하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남 대표는 "졸레어로 치료가 어려운 환자에게도 효과를 낸다"며 "만성 두드러기 질환 치료의 세계적 권위자인 독일 차리테 의대의 마르크스 마우어 교수가 임상에 참여하기로 하는 등 해외에서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지피지기 전략 통하다

부산 출생인 남 대표는 연세대 의대 6년 동안 줄곧 수석을 차지한 수재다. 연세대 의대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여성 교수(내분비내과)에 임용됐지만 2년 만에 사표를 내고 다국적 제약사 로슈, BMS 등에서 신약 개발 경력을 쌓았다. 학생을 가르치는 것보다 연구하는 게 더 체질에 맞다는 판단에서였다. 유한양행에서는 연구소장을 맡아 항암제 레이저티닙의 기술수출에 주도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런 이력은 지아이이노베이션이 일찌감치 다국적 제약사들의 눈도장을 받는데 큰 힘이 됐다. 남 대표는 "다국적 제약사에 근무한 경험 때문에 이들과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는 게 효과적인지 체득했다"며 "해외 학회나 전시회 등에서 다국적 제약사들의 구미를 당길 수 있도록 연구 결과를 소개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이 임상에 속도를 내게 된 것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도움이 컸다. 세계 최초로 만든 이중융합단백질 양산이 큰 고비였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 덕분에 난제를 풀었다. 남 대표는 "미국 유럽 등에서 인정하는 품질 높은 시약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길을 터줘 발빠르게 대규모 국내외 임상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바이오벤처 허브 될 것"

지아이이노베이션은 3개 관계사를 거느리고 있다. 바이오 스타트업 답지 않은 확장력이다. 800여종의 균주를 보유한 국내 유산균 생산 1위 업체인 메디오젠을 올초 인수했다.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약 개발을 하는 지아이바이옴도 자회사로 두고 있다.

항암세포치료제 개발사인 지아이셀도 2년 전 세웠다. 지아이셀의 면역세포 증식 기술은 압도적이다. 미국 페이트세라퓨틱스 등 경쟁사는 25일 동안 적게는 6배, 많게는 150배 정도 면역세포를 증식시키지만 이 회사는 6000배까지 가능하다. 배양에 쓰는 조성물 기술 덕분이다. 장 대표는 "융합단백질, 마이크로바이옴, 세포치료제 등 다양한 접근방식으로 항암제를 개발하겠다"고 했다.

지아이이노베이션 관계사들은 경기 성남에 300억원을 들여 동물실험 연구소와 공장을 마련했다. 내년 코스닥 상장도 준비 중이다. 조만간 기술특례상장 심사 신청을 할 예정이다.

남 대표와 장 대표는 같은 꿈을 꾸고 있다. 사회에 기여하는 꿈이다. 회사가 성장한 뒤 형편이 어려운 환자를 돕고 국내 바이오벤처의 신약 개발을 돕는 재단을 세울 작정이다. 장 대표는 "자금이 부족한 바이오벤처들에 동물실험, 고가의 실험장비, 운영자금 등을 지원하는 바이오벤처 허브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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