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둘 마는' 디스플레이…상용화에 한발 더 성큼

입력 2020-06-26 17:49   수정 2020-06-27 02:36

화면을 접을 수 있는 ‘폴더블’ 스마트폰이 흔해졌다. 이제 과학계는 ‘롤러블’ 디스플레이를 제조하는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접합부를 중심으로만 회전하는 폴더블과 달리 휴지처럼 둘둘 말 수 있는 롤러블 디스플레이는 반도체 소자, 배터리 등 모든 부품이 유연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유연한 트랜지스터’ 개발이 관건이다. 트랜지스터 성능에 따라 디스플레이 반응 속도, 중앙처리장치(CPU) 처리 속도 등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소재융합측정연구소와 독일 드레스덴공대, 홍콩 중문대 공동 연구팀은 롤러블 기기의 핵심소자인 ‘유기물 트랜지스터’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고 26일 발표했다. 유기물 트랜지스터는 실리콘 기반 무기물 트랜지스터와 달리 유연 제작이 가능하다. 그러나 전력 소모가 크고 속도가 느려 실제로 사용하기엔 제약이 많았다.

연구팀은 먼저 탄소 원자들이 축구공 모양으로 뭉쳐 있는 탄소동소체(풀러렌)를 사용해 유기물 트랜지스터를 제조했다. 그리고 전자의 이동 거리(소스→드레인)를 기존보다 수백분의 1가량 단축시킬 수 있는 ‘수직 구조’ 트랜지스터를 개발했다. 보통 트랜지스터는 전자의 이동 경로가 상대적으로 긴 수평 구조로 돼 있다.

연구팀은 수직 구조를 만들기 위해 발상을 전환했다. 뿌리산업(주조·금형·용접·표면처리 등)에 주로 쓰이는 ‘애노다이징(anodizing)’ 공법을 썼다. 애노다이징은 용액에 금속을 넣고 전압을 걸어 산화 피막을 입히는 것이다. 애노다이징으로 실리콘과 알루미늄, 풀러렌 등을 순차적으로 쌓아 수직 구조 트랜지스터를 제작했다. 실리콘 웨이퍼에 포토레지스트(감광액) 등을 올리고 자외선을 쬐어 반도체 회로를 제조하는 식각 공정과 정반대다.

연구팀에 따르면 애노다이징으로 제작된 유기물 트랜지스터는 기존 수평 방식보다 구동 속도가 100배 빠르면서 구동에 필요한 전압은 3분의 1로 감소했다. 임경근 표준연 선임연구원은 “형태가 자유롭게 변하는 롤러블 디스플레이, 센서 등 차세대 스마트 기기 개발을 앞당길 수 있는 원천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술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기관인 한국연구재단의 ‘신진연구자 지원사업’으로 개발됐다.

풀러렌과 마찬가지로 탄소 동소체이자 ‘꿈의 신소재’라 불리는 그래핀을 활용한 유연 발광다이오드(LED) 제작 기술도 나왔다. 세종대 물리천문학과·나노신소재공학과와 미국 텍사스주립대 댈러스캠퍼스 재료공학과 공동 연구팀은 유연하면서도 강한 질화갈륨 기반 LED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LED는 음전하(-)가 많은 n형 반도체와 양전하(+)가 많은 p형 반도체가 결합된 발광 소자다. 통상 LED를 유연하게 만들 땐 단결정 웨이퍼에 박막 형태로 반도체를 제조하고, 이를 초미세 블레이드(칼날) 또는 레이저로 얇게 오려내 유연 기판에 붙인다. 그런데 이 방법은 반도체 크기가 작아질수록 비용이 급격히 증가하는 단점이 있다. 연구팀은 그래핀을 특수 코팅한 ‘단결정 사파이어’를 웨이퍼로 놓고, 블레이드 등을 쓰지 않고 화학적으로 반도체를 떼어내 유연 LED를 만드는 방법을 새로 고안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개발한) LED 패널을 종이 접듯 구겨도 발광이 그대로 유지되는 점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해외우수연구기관 유치사업 지원을 받았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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