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 4개 시켰는데 박스도 4개…온라인몰 '예측포장'도 큰 부담

입력 2020-06-30 17:20   수정 2020-07-01 10:17

서울 여의도에 사는 김소영 씨(49)는 아침에 먹을 시리얼과 우유, 과일, 올리브 통조림을 최근 쿠팡에서 구매했다. 쿠팡의 새벽배송 로켓프레시 상품이었다. 다음날 아침 현관문을 연 김씨는 깜짝 놀랐다. 커다란 상자가 4개나 있었기 때문이다. 상자 한 개에 상품이 하나씩 들어 있었다. 그는 “온라인 쇼핑이 편리하지만 환경을 생각하면 마트에 가서 장을 봐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국내 전자상거래(e커머스) 기업이 최근 2~3년 새 급격한 성장을 이룬 결정적 비결은 빠른 배송이다. 쿠팡의 로켓배송, 마켓컬리의 새벽배송 등은 e커머스의 최대 단점으로 지적돼 온 배송 문제를 단숨에 해결했다는 평가를 들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이들 e커머스에 주문이 더 몰린 것은 배송망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빨리 가져주는 데 따른 대가로 ‘사회적 비용’이 생각지도 않게 너무 커졌다. 과도한 포장으로 인해 쓰레기가 대량으로 발생하고 있다.

쓰레기 문제로 눈총을 가장 많이 받는 기업은 쿠팡이다. 쿠팡은 밤 12시 이전에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 7시 전에 가져다주는 새벽배송을, 올 들어선 아침에 주문하면 오후에 가져다주는 반나절배송을 해주고 있다. 이렇게 빨리 배송할 수 있는 건 상품 주문이 들어오기 전에 그날 ‘팔릴 것 같은’ 상품을 미리 싸놓기 때문이다. 이른바 ‘예측배송’이다. 쿠팡은 이런 식으로 하루 200만 건이 넘는 주문을 소화한다. 주문이 들어오면 그제야 창고에서 물건을 꺼내오는 다른 e커머스를 속도 면에서 압도했다.

예측배송을 하려면 물건을 단위별로 따로 포장할 수밖에 없다. 우유 따로, 올리브 통조림 따로 상자에 담아놔야 누가 주문해도 바로 대응할 수 있다. 한 사람이 시켜도 올리브 통조림 상자와 우유 상자가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상자에 담으면 포장 쓰레기가 적게 나오지만 쿠팡은 구조적으로 그렇게 하기 힘들다. 마켓컬리도 큰 차이는 없다. 상품을 보관하는 상온 물류센터, 냉동 물류센터, 냉장 물류센터가 다 달라 포장도 센터별로 따로 한다. 포장을 합치면 쓰레기는 적게 나오지만 속도가 느려지고 인건비는 증가한다.

이들도 포장 쓰레기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쿠팡은 최근 상자를 줄이기 위해 세제 등 액체류는 비닐봉지에 담아 보내준다. 포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극히 일부만 그렇다. 대부분은 상자로 개별 포장한다.

미국 온라인쇼핑의 강자 아마존은 최근 결합배송이란 시스템을 도입했다. 소비자가 원하면 시간은 조금 더 걸리지만 상자를 하나로 합쳐서 보내준다. 상자 크기도 상품 크기에 꼭 맞게 최소화해 준다. 또 2018년부터는 포장재를 종이 재질로 바꾸기 시작했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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