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지금은 정치가 '경영'을 생각할 때다

입력 2020-07-09 18:14   수정 2020-07-10 00:07

재정 지출이 사상 최대다. 이번 세 번째 추가경정예산까지 합하면 올해 추경으로 푸는 돈만 대략 60조원이다. 관리재정수지는 111조원 적자이고, 국가부채는 840조원을 넘어선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43.5%가 된다.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에 여당은 침소봉대하지 말라고 한다. 각국 정부도 유례없이 ‘코로나19 예산’을 쏟아붓고 있으니 작은 일을 크게 부풀리지 말라는 얘기다.

이미 가정마다 코로나 재난 극복을 위한 현금이 지급됐다. 목적이 분명한 사업일수록 실효성을 봐야 한다. 앞서 쓴 추경은 기대만큼 효과가 있었는가. 반짝하던 소비가 두어 달 지나면서 가라앉고 있다. 풀린 돈의 약발이 다한 걸까. 그렇다면 역대 최대인 이번 추경 35조1000억원은 그간의 예상이 빗나갔다는 게 된다. 덕분에 재난지원금을 받아먹은 국민은 1인당 평균 67만원씩 빚을 또 떠안는 셈이다. 먹은 만큼 내야 하는 건 그렇다 치자. 돈이 제대로 쓰이는지가 문제다. 이번에는 초·중·고생 디지털 성범죄 교육사업, 긴급벌채 사업비에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에 화난 청년들을 달래기 위한 청년지원사업비 3600억원까지 더했다.

정치가 잘되면 국민이 잘 먹고 잘살게 된다. 그게 잘못되면 국민이 가난해진다는 사실이 무겁다. 정치는 나라를 경영하는 것과 같다. 한때 잘나가던 나라들이 가난해진 건 정치 잘못 탓이다. 정치는 그래서 ‘국가경영’이다. 빚으로 조달되는 추경은 경제적 효과를 따져보고 더 신중히 써야 한다. 음식점 계산대에서 열린 지갑의 돈이 옷가게→미장원→편의점→택시→포장마차→기업으로 흘러가는 경제의 선순환을 봐야 한다. 경제활동은 인건비, 금융비용, 임차료, 조세공과금, 감가상각비, 이익을 만들어낸다. 창출된 부가가치가 이해관계자들에게 흘러가는 도관이 바로 기업이다. 지원의 대상을 코로나19의 직접 피해자인 기업과 소상공인으로 우선 정해야 하는 이유다.

정치와 경영 모두 미래를 위한 의사결정이다. 그런데 다른 점이 있다. 경영은 돈의 흐름에 먼저 주목한다. 사업가들이 투자할 때 손익부터 보는 건 그런 이유다. 이번 추경안의 세출 증감액 1200여 개 항목의 심사를 여당 의원들만으로 며칠 만에 끝냈다. 이들은 풀리는 돈의 흐름을 생각했을까. 예산이나 결산이나 원칙은 같다. 수입과 지출을 맞춰야 한다. 부족하면 부채와 손실로 메워진다. 재정이 부족한 만큼 세금을 더 거둬 쓰면 될까. 위험한 생각이다. 지속이 어려운 수입구조 때문이다. 상위 3% 납세자가 전체 소득세의 51%를 내고, 19%가 90%를 부담하는 우리나라는 조세 불평등 국가다.

‘파레토 법칙’이란 게 있다. 불평등의 경제학이다. 백화점 매출의 80%는 20%의 고객에서 나오고, 세금의 80%는 20%의 납세자가 내는 ‘20:80의 법칙’이다.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는 불평등 구조에서 모두가 ‘윈·윈’하는 최적화를 증명했다. 개인이건 기업이건 그걸 넘어서면 세금은 수탈이 된다. 나라의 살림은 세입과 세출을 맞추는 일이 핵심이다. ‘수지(收支)맞는 장사’가 쉬운 게 아니다. 복식부기와 대차대조표를 봐가면서 재정을 관리해야 한다.

정치인은 국민의 대리인이지만 책임보다 권한부터 행사한다는 게 문제다. 1981년 사회당이 집권했던 그리스는 당시 국가 부채비율이 20%인 유럽의 부자였다. 국민이 원하는 건 국가가 다 해주겠다고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 총리는 약속했다. 재정을 넉넉히 풀었고 국민은 열광했다. 그리고 2010년 부도에 직면했다.

지금은 정치가 경영을 생각하고 미래 세대를 배려해야 할 때다.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 ” 작가 시오노 나나미가 《로마인 이야기》에서 언급한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말이다. 빚으로 조달한 추경예산, 똑바로 보고 제대로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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